월 방문객 3500만 명... 거대범죄 '밤토끼'는 왜 방치됐나
[사이버범죄와의 전쟁 ②] '사이버범죄 연구자' 조선대학교 이원상 교수
*<① 웹툰 작가는 왜 사이버 범죄자와 싸우게 됐나> (http://omn.kr/1jtlm)에서 이어집니다.
불법웹툰 유통사이트 '밤토끼'에 대응하는 피해작가의 당사자운동에 참여 중인 웹툰작가입니다. 2년에 가까운 활동 경험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이버범죄'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 강화 될 때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의 문제의식과 활동과정을 공유하기 위해 기획 기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 기자 말
'밤토끼'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활동한 국내 최대 웹툰 불법 유통사이트다. 2016년 10월 개설 후 2018년 말 폐쇄될 때까지 국내 웹툰 9만 건을 불법 유통했다. 밤토끼의 운영자는 경찰에 체포되기 전까지 웹툰을 불법 게시하며 웹툰작가의 생계를 위협했고, 2017년 기준 웹툰 업계에 약 2400억 원 규모의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같은 기간 국내 웹툰 시장 규모가 7240억 원이었으니 약 30%가 피해를 입은 셈이다.
웹툰 산업의 규모가 해마다 커지고 있지만 전체 시장 규모는 아직 1조 원을 넘지 못했다. 국가 전체 산업에 비하면 규모가 크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무명의 프로그래머가 만든 '밤토끼'는 불과 2년 만에 국내 인터넷 사이트 전체 순위 13위를 기록했다. 밤토끼의 한 달 방문객은 최대 3500만 명. 2018년 미국 데이터 분석 업체 시밀러웹(SimilarWeb) 통계에 따르면 지마켓이나 트위터 같은 거대 사이트보다 밤토끼의 트래픽이 높았다. 천문학적인 수치를 처음 대했을 때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이버 범죄라는 카테고리에서 웹툰 업계와 비슷한 문제를 지닌 리벤지 포르노나 불법도박 또한 당황스러울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다는 이유로 국내 수사권이 닿지 않았고, 20년 가까이 방치된 결과 국가적인 재난 수준으로 진화해버렸다. 사이버 범죄는 어떻게 이렇게 거대화될 수 있었을까?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은 없었던 걸까? 오랫동안 사이버 범죄 문제를 연구해온 조선대학교 법학과의 이원상 교수를 6월 27일 만나 대화를 나눠보았다.
사이버범죄가 커질 동안 국가는...
- 밤토끼의 월 방문객이 3500만 명이다. 리벤지 포르노나 온라인 불법도박 범죄 규모도 상당하다. 사이버범죄가 커질 동안 국가는 무엇을 했나?
"초고속 인터넷이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다. 사이버 공간도 급속도로 진화했다. 이 진화에는 명과 암이 있다. 사람들은 벤처 기업이나 인터넷 인프라 구축, 5G처럼 인터넷의 밝은 점만 보고 싶어 하지만 '어두운 부분'도 함께 발전했다.
앞으로 진행될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명'이 진화하는 만큼 '암'도 함께 진화할 것이다. 사이버범죄는 규범보다 기술이 우위에 있다. 한 사람의 해커가 국가를 상대로 싸움을 거는 게 가능할 정도다. 밤토끼도 마찬가지지 않나? 사이버범죄는 국가 간 경계를 초월한다.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범죄는 규범을 통해 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해외에 서버를 두면 국내법상 형성되는 규범이 무용지물이 된다. 범죄자들은 이런 걸 이용할 줄 안다. 규범보다 범죄가 우위에 있다는 뜻이다. 사이버범죄를 현실 세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법과 규범의 한계뿐 아니라 법 집행에 있어서도 한계가 존재한다. 정부가 이 문제를 '부처' 중심으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이버범죄는 한 분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는 불법웹툰 문제를 문체부가 해결하려 했다. '웹툰'을 문화 콘텐츠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사이버범죄'로 인식했다면 사이버경찰청에 맡겨졌을 것이다. 사이트 차단 이슈라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했을 것이다. 각 부처의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어느 부처가 더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까? 답은 함께 해야 한다는 거다. 부처만이 아니다. 이 문제와 연결된 다양한 영역이 모여야 한다. 부처 간 협력이라는 게 조직 당사자들에겐 귀찮고 어려운 문제다. 처음부터 함께 해야 하는 문제지만 조직 논리에 따라 움직이기에 십상이다.
범위를 더 넓혀 여성 문제, 도박 문제, 보이스피싱 문제, 각종 해킹 등 사이버범죄 문제 전반으로 확산한다고 생각해보자. 일개 부처의 접근만으로 해결이 가능할까? 사이버범죄마다 문제점이 비슷한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다. 자연스럽게 각 문제의 특수성과 보편성이 공유되면서 대응 노하우도 축적해야 하는데 부처 정부가 이걸 못하고 있었다. 컨트롤 타워가 부재하고 공동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다."
-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버 범죄라는 면에서 웹툰 업계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여성계 이야기를 들어보니 민간에서 직접 나서기 전까지 방치 상태였다고 한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설립 후 몇 년 동안 불법동영상 공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고 실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노하우가 전혀 다른 영역으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
"초기 인터넷이 생겼을 때는 사이버 공간을 현실 공간과 분리해서 생각했다. 그런데 금융, 유통 등 각종 분야에 대한 시장이 형성되면서 사이버 공간이 점점 거대해졌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범죄 또한 다양한 기술과 국경, 기업 서비스 등의 경계를 오가며 복잡하게 진화했고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사이버경찰청'이란 부처의 문제로만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문제, 해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가 사회 이슈로 발전하면 공무원들은 단기 실적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처리가 형식적이고 파편적으로 변하게 된다는 뜻이다.
사이버범죄는 국제 공조를 해야 하는데, 외국은 자국의 문제가 아닌 사건에 대해선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거칠게 말하면 한국의 웹툰 작가들이 겪는 고통을 미국이 관심 가져야 할 이유는 없다.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만화가 한국에서 불법으로 유통되는 것에 한국 정부가 일본 만화가들의 권리를 위해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와 집요함을 갖고 상대를 만나야 한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서는 미국 FBI와 협조해 국내·외 불법포르노 사이트 200여 개 정도를 폐쇄시켰다. 여성 당사자조직이 피해자 상담, 법률제정, 국제연대 등 사이버성폭력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유의미의한 성과를 낸 것이다. 이러한 집요함은 피해 당사자가 아니면 갖기 힘들다. 결국 피해자와 각 분야의 전문가, 정부가 만나서 함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사이버범죄의 문제는 부처 중심으로 사고하는 '거버먼트(government)'로는 해결이 힘들다. 피해당사자, 학계, 기업 등의 민간과 정부가 함께 만나 고민해야 한다. 이 같은 민관협력을 '거버넌스(governance)'라 부른다. 거버넌스가 부재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이버범죄가 20년 동안 방치 된 것으로 봐야 하지 않나 싶다."
사이버범죄 해결하려면 민관 협력해야
- 외국의 사례는 어떠한가?
"독일에는 '범죄예방대회'라는 것이 있다. 매해 민간 기관이나 학계, 경찰 등이 모여 토론을 한다. 그 해에 쟁점이 된 범죄 관련 문제를 토론하는데 끝날 때가 되면 결의안이 나온다. 이 결의안은 각 정책이나 후속 연구 같은 곳에 반영된다. 미국은 오바마 시절 대통령 비서실에 사이버안보실이 있었다. 사이버범죄 문제를 이곳에서 총괄했다. 미국은 현재 국가의 경계에 영공, 영해, 영토에 이어 우주와 사이버 공간까지 포함했다. 그래서 북한과 예민하게 대립할 때는 '사이버 공간도 미국의 영토라며,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가하면 핵으로 반격하겠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우리나라도 2015년 3월 사이버안보비서관이 신설되었다. 다만 그 역할을 잘 수행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2018년 7월 문재인 정부는 기존 사이버안보비서관 직제를 폐지하고, 국가안보실 사이버안보 비서관과 정보융합 비서관을 합친 '사이버정보비서관' 자리를 만들었다. 이질감이 큰 두 분야를 통합한 것만 봐도 현재 우리 정부가 가지고 있는 사이버 공간에 대한 인식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 불법웹툰문제 활동을 하면서 국가사이버안전국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럴 것이다. 한국의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사이버안보비서관'도 사실상 컨트롤 타워을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전체적인 조감도를 갖고 지속해서 사이버범죄 문제를 관리해야 하는데 하지 못했다. 학자들의 제안으로 거버넌스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그게 현실에 적용되어 각론으로 부딪칠 경우 예기치 못한 일로 깨지곤 한다.
현재 나는 인터넷진흥원에서 사이버보안전문단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민간 분야에서 사이버공격이 발생하는 경우 사이버보안전문단이 전문성을 가지고 활동하기에는 법도 미흡하고 임무 수행에도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KT에서 사이버공격을 당했다고 해보자. 조사단에 라이벌 기업 사람들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조사과정에서 기업의 비밀이 새어 나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KT에서 협조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혹은 발생해도 조율 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한데 한국은 이 부분이 미흡하다. 또한 사이버범죄에 대응 할 수 있는 전문인력 풀도 부족하다."
- 거버넌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만들어져야 할까?
"웹툰 문제만 놓고 생각해보자. 목소리를 높이는 데 당사자 운동도 도움이 되겠지만, 당사자에게만 집중하면 정치인들은 표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게 될지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산업의 위기'라는 측면이 부각되는 게 맞다. 해당 문제는 단순히 웹툰작가 개인에 대한 피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웹툰 산업 전반을 이해하고 있는 연구자가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법과 행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실질적인 수사 방법에 대해서도 정통한 경찰도 참여해야 할 것이다. 국제교류를 잘 아는 사람도 필요하다. 다양한 단위의 사람들이 모여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절대로 한 번에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IP(Internet Protocol·인터넷 프로토콜) 주소를 차단하거나 DNS(Domain Name Server·도메인 네임 서버) 차단 방식으로 불법 사이트를 막았다. 최근에는 홈페이지 보안 증서가 사용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SNI(Server Name Indication) 필드마저 차단했다. 이렇게 하면 당장은 효과가 있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사이버 암시장의 일종인 '다크웹(Dark Web)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준다. 이렇게 되면 정말 답이 없어진다. 신중할 문제다. 당장 모든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규범이 진화하면 불법도 함께 진화한다. 행정이 정체된 동안 불법은 '융·복합'을 일으켰다. 대응법 또한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한 번 더 진화해야 한다.
사이버 범죄를 100% 뿌리뽑지는 못하지만 80% 정도는 늘 통제해야 한다. 도저히 통제 할 수 있는 영역인 20%는 어쩔 수 없지만 이 이상을 넘어 올 수 없게 만드는 통제력이 중요하다. 지금 사이버범죄들은 통제력이 사라진 상태에서 거대하게 자기 진화를 거듭한 결과물로 봐야 한다. 범죄의 진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리 역시 진화해야 한다. 박멸은 불가능하다. 창과 방패가 긴 시간 동안 계속 싸우는 거다. 중요한 건 관리의 역량을 배양하는 거다. 그리고 관리의 핵심은 거버넌스에 있다."
'관리'의 대상이라는 사실 잊어서는 안 된다
- 국제공조에 관해 이야기를 듣고 싶다. 사이버범죄와 관련된 국제 공조는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까?
"자국민이 손해 보지 않으면 국제 공조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보이스피싱을 예로 들어보자. 보이스피싱 조직 대부분은 중국에 거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당시 중국 정부는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중국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협조가 있던 때도 있었다. 자국민이 보이스 피싱에 피해를 봤을 때다. 국제공조에 있어서도 이해관계가 작용한다. 이는 국제 공조가 갖는 한계이기도 하다. 한계를 극복하려면 더 집요해져야 한다. 국제공조 이슈만을 다루는 전문 수사팀을 만들고 재원을 투입해 역량을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과연 그와 같은 활동을 하고 있는지는 정부 스스로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 국제협약에 가입하는 건 어떠한가?
"전 세계적으로 규범력이 있는 조약으로는 '부다페스트 조약'이 있다. 이 조약은 유럽사이버범죄 방지협약으로 유럽의 주요국가들은 물론 미국과 캐나다, 일본이 가입되어 있다. 협약 국가들끼리는 수사 공조가 쉽지만 미국과 유럽이 주도해서 만든 거라 러시아나 중국에는 불리한 경향이 있다. 현재 두 나라는 부다페스트 조약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한국의 중요한 사이버범죄는 주로 '중국'을 통해 발생한다. 중국이 가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다페스트 조약 가입은 의미가 크지 않다."
- 대다수 불법 사이트는 인터넷 성능 및 보안 전문 업체인 미국의 클라우드 플레어와 같은 공식 보안 서비스를 이용한다. 미국 입장에선 불법 사이트도 합법 사업인 것이다. 한국 정부가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해 협조 요청을 해도 미국 측은 이들을 클라우드 플레어를 사용해 만든 정상적인 사이트로 받아들인다. 사실상 범죄자들이 미국의 보호를 받으면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들이 미국 기업의 정상적인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중국을 거점으로 활동할 경우 리스크가 매우 커진다. 불법웹툰사이트는 직접적으로 현금을 교환하는 불법도박이나 보이스피싱과 달리, 광고수익이 기반이기 때문에 사이트가 거대화 되어야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불법웹툰사이트가 합법적인 비즈니스에 해당하지만, 중국에서는 밤토끼와 같은 사이트가 합법적으로 보호 받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한국과 정치적 이슈가 발생 할 때, 쉽게 공안이 들이닥칠 수 있는 구조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들은 미국이 불법웹툰사이트를 정상적인 비즈니스로 보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걸 막을 수 있다면 문제의 상당부분을 해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이버범죄도 범위가 넓고 분야별로 처한 문제도 다르다. 불법 웹툰 사이트가 합법적인 사이트로 미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면 부다페스트 협약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이 양자 간 협약을 맺어 해소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 소라넷의 경우 세계 여러 나라에 서버를 나눠서 관리했다. 이러한 것을 봤을 땐 부다페스트 협약과 같은 다자간 협약이 더 유리할 것 같다. 다만 부다페스트 협약의 경우 국내법과 충돌하는 점이 있을 수 있어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 국가가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범죄 협약은 없는가?
"UN은 전 세계가 관심을 보일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활동을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이버범죄가 전 세계 공통의 관심사로 떠오르자 UN은 사이버범죄와 관련된 문제의식을 국제사회와 공유했고, UNODC(United Nations Office on Drugs and Crime·유엔 마약범죄 사무소)는 '국제 사이버범죄 방지협약'에 노력을 기울였다. 최근 UNODC는 사이버범죄를 주요 안건으로 잡고,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사이버범죄 방지 협약'을 만들자는 논의를 했다. 회의가 열리면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옵저버로 참여해 의견 발표를 한다. 이만큼 사이버범죄는 국가적인 일일 뿐 아니라 아니라 국제적인 일이다. 동시에 민간과도 매우 밀접한 문제이다. 다만 국제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니 이른 시일에 협약이 선포되거나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조금 더 디테일한 협조는 어떨까? 미국의 영화 산업은 한국의 불법복제·불법유통 때문에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의 만화 산업과 미국의 영화 산업이 함께 이야기 기 해볼 수는 없을까?
"시도는 가능하겠지만 규모의 차이가 커서 어려울 것이다."
- 일본의 만화산업과 한국의 웹툰산업이 공조해 미국과 협상하는 건 어떨까? 일본 만화 역시 한국에서 대규모로 불법유통 되고 있다.
"일본과 협상은 좋을 것 같다. 두 국가의 만화 산업이 공조 된 상황에서 미국과 협상을 한다면 규모의 밸런스가 맞을 것 같다. 핵심은 이런 국제 협력에 대해 잘 알고 사이버 전문가, 만화나 도박, 여성계 등의 문제를 잘 아는 산업계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지속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건담> 대사 중에 '지구인들은 지구의 중력에 갇혀 자유롭게 우주를 날아 가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사이버범죄에 대해 나는 '아날로그의 중력에 갇혀서 디지털 세계로 날아가지 못한다'는 표현을 하곤 한다. 사이버범죄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긴 힘들다. 해결법은 지금 당장 눈 앞에 놓여 있는 '솔루션'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개선해나가야 하는 '관리'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불법웹툰 유통사이트 '밤토끼'에 대응하는 피해작가의 당사자운동에 참여 중인 웹툰작가입니다. 2년에 가까운 활동 경험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이버범죄'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 강화 될 때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의 문제의식과 활동과정을 공유하기 위해 기획 기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 기자 말
▲ 부산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국내 13위의 거대 웹툰 불법유통 해외사이트 ‘밤토끼’를 운영한 허씨를 구속하였다. 검거된 허씨는 2016년 10월경부터 허위 유령법인을 설립한 후 미국에 서버를 두고 해외 사이트 ‘밤토끼’를 제작해 국내웹툰 9만여편을 업로드하고, 도박사이트 등으로부터 배너광고료 명목으로 매월 최대 1000만원씩을 지급받아 총 9억 5천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다. ⓒ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웹툰 산업의 규모가 해마다 커지고 있지만 전체 시장 규모는 아직 1조 원을 넘지 못했다. 국가 전체 산업에 비하면 규모가 크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무명의 프로그래머가 만든 '밤토끼'는 불과 2년 만에 국내 인터넷 사이트 전체 순위 13위를 기록했다. 밤토끼의 한 달 방문객은 최대 3500만 명. 2018년 미국 데이터 분석 업체 시밀러웹(SimilarWeb) 통계에 따르면 지마켓이나 트위터 같은 거대 사이트보다 밤토끼의 트래픽이 높았다. 천문학적인 수치를 처음 대했을 때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이버 범죄라는 카테고리에서 웹툰 업계와 비슷한 문제를 지닌 리벤지 포르노나 불법도박 또한 당황스러울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다는 이유로 국내 수사권이 닿지 않았고, 20년 가까이 방치된 결과 국가적인 재난 수준으로 진화해버렸다. 사이버 범죄는 어떻게 이렇게 거대화될 수 있었을까?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은 없었던 걸까? 오랫동안 사이버 범죄 문제를 연구해온 조선대학교 법학과의 이원상 교수를 6월 27일 만나 대화를 나눠보았다.
사이버범죄가 커질 동안 국가는...
▲ 이원상 조선대학교 법학과 교수사이버범죄문제의 최전선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원상 교수를 인터뷰하였다. ⓒ 이원상
- 밤토끼의 월 방문객이 3500만 명이다. 리벤지 포르노나 온라인 불법도박 범죄 규모도 상당하다. 사이버범죄가 커질 동안 국가는 무엇을 했나?
"초고속 인터넷이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다. 사이버 공간도 급속도로 진화했다. 이 진화에는 명과 암이 있다. 사람들은 벤처 기업이나 인터넷 인프라 구축, 5G처럼 인터넷의 밝은 점만 보고 싶어 하지만 '어두운 부분'도 함께 발전했다.
앞으로 진행될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명'이 진화하는 만큼 '암'도 함께 진화할 것이다. 사이버범죄는 규범보다 기술이 우위에 있다. 한 사람의 해커가 국가를 상대로 싸움을 거는 게 가능할 정도다. 밤토끼도 마찬가지지 않나? 사이버범죄는 국가 간 경계를 초월한다.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범죄는 규범을 통해 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해외에 서버를 두면 국내법상 형성되는 규범이 무용지물이 된다. 범죄자들은 이런 걸 이용할 줄 안다. 규범보다 범죄가 우위에 있다는 뜻이다. 사이버범죄를 현실 세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법과 규범의 한계뿐 아니라 법 집행에 있어서도 한계가 존재한다. 정부가 이 문제를 '부처' 중심으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이버범죄는 한 분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는 불법웹툰 문제를 문체부가 해결하려 했다. '웹툰'을 문화 콘텐츠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사이버범죄'로 인식했다면 사이버경찰청에 맡겨졌을 것이다. 사이트 차단 이슈라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했을 것이다. 각 부처의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어느 부처가 더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까? 답은 함께 해야 한다는 거다. 부처만이 아니다. 이 문제와 연결된 다양한 영역이 모여야 한다. 부처 간 협력이라는 게 조직 당사자들에겐 귀찮고 어려운 문제다. 처음부터 함께 해야 하는 문제지만 조직 논리에 따라 움직이기에 십상이다.
범위를 더 넓혀 여성 문제, 도박 문제, 보이스피싱 문제, 각종 해킹 등 사이버범죄 문제 전반으로 확산한다고 생각해보자. 일개 부처의 접근만으로 해결이 가능할까? 사이버범죄마다 문제점이 비슷한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다. 자연스럽게 각 문제의 특수성과 보편성이 공유되면서 대응 노하우도 축적해야 하는데 부처 정부가 이걸 못하고 있었다. 컨트롤 타워가 부재하고 공동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다."
-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버 범죄라는 면에서 웹툰 업계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여성계 이야기를 들어보니 민간에서 직접 나서기 전까지 방치 상태였다고 한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설립 후 몇 년 동안 불법동영상 공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고 실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노하우가 전혀 다른 영역으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
"초기 인터넷이 생겼을 때는 사이버 공간을 현실 공간과 분리해서 생각했다. 그런데 금융, 유통 등 각종 분야에 대한 시장이 형성되면서 사이버 공간이 점점 거대해졌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범죄 또한 다양한 기술과 국경, 기업 서비스 등의 경계를 오가며 복잡하게 진화했고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사이버경찰청'이란 부처의 문제로만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문제, 해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가 사회 이슈로 발전하면 공무원들은 단기 실적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처리가 형식적이고 파편적으로 변하게 된다는 뜻이다.
사이버범죄는 국제 공조를 해야 하는데, 외국은 자국의 문제가 아닌 사건에 대해선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거칠게 말하면 한국의 웹툰 작가들이 겪는 고통을 미국이 관심 가져야 할 이유는 없다.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만화가 한국에서 불법으로 유통되는 것에 한국 정부가 일본 만화가들의 권리를 위해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와 집요함을 갖고 상대를 만나야 한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서는 미국 FBI와 협조해 국내·외 불법포르노 사이트 200여 개 정도를 폐쇄시켰다. 여성 당사자조직이 피해자 상담, 법률제정, 국제연대 등 사이버성폭력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유의미의한 성과를 낸 것이다. 이러한 집요함은 피해 당사자가 아니면 갖기 힘들다. 결국 피해자와 각 분야의 전문가, 정부가 만나서 함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사이버범죄의 문제는 부처 중심으로 사고하는 '거버먼트(government)'로는 해결이 힘들다. 피해당사자, 학계, 기업 등의 민간과 정부가 함께 만나 고민해야 한다. 이 같은 민관협력을 '거버넌스(governance)'라 부른다. 거버넌스가 부재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이버범죄가 20년 동안 방치 된 것으로 봐야 하지 않나 싶다."
사이버범죄 해결하려면 민관 협력해야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피해자 상담, 법률제정, 국제연대 등 사이버성폭력 문제의 최전선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며 사이버범죄에 대응하는 민관협력(governance)의 좋은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 ⓒ 여성단체연합
- 외국의 사례는 어떠한가?
"독일에는 '범죄예방대회'라는 것이 있다. 매해 민간 기관이나 학계, 경찰 등이 모여 토론을 한다. 그 해에 쟁점이 된 범죄 관련 문제를 토론하는데 끝날 때가 되면 결의안이 나온다. 이 결의안은 각 정책이나 후속 연구 같은 곳에 반영된다. 미국은 오바마 시절 대통령 비서실에 사이버안보실이 있었다. 사이버범죄 문제를 이곳에서 총괄했다. 미국은 현재 국가의 경계에 영공, 영해, 영토에 이어 우주와 사이버 공간까지 포함했다. 그래서 북한과 예민하게 대립할 때는 '사이버 공간도 미국의 영토라며,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가하면 핵으로 반격하겠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우리나라도 2015년 3월 사이버안보비서관이 신설되었다. 다만 그 역할을 잘 수행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2018년 7월 문재인 정부는 기존 사이버안보비서관 직제를 폐지하고, 국가안보실 사이버안보 비서관과 정보융합 비서관을 합친 '사이버정보비서관' 자리를 만들었다. 이질감이 큰 두 분야를 통합한 것만 봐도 현재 우리 정부가 가지고 있는 사이버 공간에 대한 인식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 불법웹툰문제 활동을 하면서 국가사이버안전국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럴 것이다. 한국의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사이버안보비서관'도 사실상 컨트롤 타워을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전체적인 조감도를 갖고 지속해서 사이버범죄 문제를 관리해야 하는데 하지 못했다. 학자들의 제안으로 거버넌스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그게 현실에 적용되어 각론으로 부딪칠 경우 예기치 못한 일로 깨지곤 한다.
현재 나는 인터넷진흥원에서 사이버보안전문단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민간 분야에서 사이버공격이 발생하는 경우 사이버보안전문단이 전문성을 가지고 활동하기에는 법도 미흡하고 임무 수행에도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KT에서 사이버공격을 당했다고 해보자. 조사단에 라이벌 기업 사람들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조사과정에서 기업의 비밀이 새어 나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KT에서 협조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혹은 발생해도 조율 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한데 한국은 이 부분이 미흡하다. 또한 사이버범죄에 대응 할 수 있는 전문인력 풀도 부족하다."
- 거버넌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만들어져야 할까?
"웹툰 문제만 놓고 생각해보자. 목소리를 높이는 데 당사자 운동도 도움이 되겠지만, 당사자에게만 집중하면 정치인들은 표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게 될지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산업의 위기'라는 측면이 부각되는 게 맞다. 해당 문제는 단순히 웹툰작가 개인에 대한 피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웹툰 산업 전반을 이해하고 있는 연구자가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법과 행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실질적인 수사 방법에 대해서도 정통한 경찰도 참여해야 할 것이다. 국제교류를 잘 아는 사람도 필요하다. 다양한 단위의 사람들이 모여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절대로 한 번에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IP(Internet Protocol·인터넷 프로토콜) 주소를 차단하거나 DNS(Domain Name Server·도메인 네임 서버) 차단 방식으로 불법 사이트를 막았다. 최근에는 홈페이지 보안 증서가 사용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SNI(Server Name Indication) 필드마저 차단했다. 이렇게 하면 당장은 효과가 있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사이버 암시장의 일종인 '다크웹(Dark Web)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준다. 이렇게 되면 정말 답이 없어진다. 신중할 문제다. 당장 모든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규범이 진화하면 불법도 함께 진화한다. 행정이 정체된 동안 불법은 '융·복합'을 일으켰다. 대응법 또한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한 번 더 진화해야 한다.
사이버 범죄를 100% 뿌리뽑지는 못하지만 80% 정도는 늘 통제해야 한다. 도저히 통제 할 수 있는 영역인 20%는 어쩔 수 없지만 이 이상을 넘어 올 수 없게 만드는 통제력이 중요하다. 지금 사이버범죄들은 통제력이 사라진 상태에서 거대하게 자기 진화를 거듭한 결과물로 봐야 한다. 범죄의 진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리 역시 진화해야 한다. 박멸은 불가능하다. 창과 방패가 긴 시간 동안 계속 싸우는 거다. 중요한 건 관리의 역량을 배양하는 거다. 그리고 관리의 핵심은 거버넌스에 있다."
'관리'의 대상이라는 사실 잊어서는 안 된다
▲ 윤태호 한국만화가협회장과 회원들이 5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웹툰 불법사이트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만화가협회는 웹툰 불법사이트의 트래픽이 대표적인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웹툰과 다음웹툰을 넘어서는 등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 연합뉴스
- 국제공조에 관해 이야기를 듣고 싶다. 사이버범죄와 관련된 국제 공조는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까?
"자국민이 손해 보지 않으면 국제 공조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보이스피싱을 예로 들어보자. 보이스피싱 조직 대부분은 중국에 거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당시 중국 정부는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중국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협조가 있던 때도 있었다. 자국민이 보이스 피싱에 피해를 봤을 때다. 국제공조에 있어서도 이해관계가 작용한다. 이는 국제 공조가 갖는 한계이기도 하다. 한계를 극복하려면 더 집요해져야 한다. 국제공조 이슈만을 다루는 전문 수사팀을 만들고 재원을 투입해 역량을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과연 그와 같은 활동을 하고 있는지는 정부 스스로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 국제협약에 가입하는 건 어떠한가?
"전 세계적으로 규범력이 있는 조약으로는 '부다페스트 조약'이 있다. 이 조약은 유럽사이버범죄 방지협약으로 유럽의 주요국가들은 물론 미국과 캐나다, 일본이 가입되어 있다. 협약 국가들끼리는 수사 공조가 쉽지만 미국과 유럽이 주도해서 만든 거라 러시아나 중국에는 불리한 경향이 있다. 현재 두 나라는 부다페스트 조약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한국의 중요한 사이버범죄는 주로 '중국'을 통해 발생한다. 중국이 가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다페스트 조약 가입은 의미가 크지 않다."
- 대다수 불법 사이트는 인터넷 성능 및 보안 전문 업체인 미국의 클라우드 플레어와 같은 공식 보안 서비스를 이용한다. 미국 입장에선 불법 사이트도 합법 사업인 것이다. 한국 정부가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해 협조 요청을 해도 미국 측은 이들을 클라우드 플레어를 사용해 만든 정상적인 사이트로 받아들인다. 사실상 범죄자들이 미국의 보호를 받으면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들이 미국 기업의 정상적인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중국을 거점으로 활동할 경우 리스크가 매우 커진다. 불법웹툰사이트는 직접적으로 현금을 교환하는 불법도박이나 보이스피싱과 달리, 광고수익이 기반이기 때문에 사이트가 거대화 되어야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불법웹툰사이트가 합법적인 비즈니스에 해당하지만, 중국에서는 밤토끼와 같은 사이트가 합법적으로 보호 받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한국과 정치적 이슈가 발생 할 때, 쉽게 공안이 들이닥칠 수 있는 구조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들은 미국이 불법웹툰사이트를 정상적인 비즈니스로 보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걸 막을 수 있다면 문제의 상당부분을 해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이버범죄도 범위가 넓고 분야별로 처한 문제도 다르다. 불법 웹툰 사이트가 합법적인 사이트로 미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면 부다페스트 협약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이 양자 간 협약을 맺어 해소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 소라넷의 경우 세계 여러 나라에 서버를 나눠서 관리했다. 이러한 것을 봤을 땐 부다페스트 협약과 같은 다자간 협약이 더 유리할 것 같다. 다만 부다페스트 협약의 경우 국내법과 충돌하는 점이 있을 수 있어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 국가가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범죄 협약은 없는가?
"UN은 전 세계가 관심을 보일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활동을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이버범죄가 전 세계 공통의 관심사로 떠오르자 UN은 사이버범죄와 관련된 문제의식을 국제사회와 공유했고, UNODC(United Nations Office on Drugs and Crime·유엔 마약범죄 사무소)는 '국제 사이버범죄 방지협약'에 노력을 기울였다. 최근 UNODC는 사이버범죄를 주요 안건으로 잡고,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사이버범죄 방지 협약'을 만들자는 논의를 했다. 회의가 열리면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옵저버로 참여해 의견 발표를 한다. 이만큼 사이버범죄는 국가적인 일일 뿐 아니라 아니라 국제적인 일이다. 동시에 민간과도 매우 밀접한 문제이다. 다만 국제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니 이른 시일에 협약이 선포되거나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조금 더 디테일한 협조는 어떨까? 미국의 영화 산업은 한국의 불법복제·불법유통 때문에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의 만화 산업과 미국의 영화 산업이 함께 이야기 기 해볼 수는 없을까?
"시도는 가능하겠지만 규모의 차이가 커서 어려울 것이다."
- 일본의 만화산업과 한국의 웹툰산업이 공조해 미국과 협상하는 건 어떨까? 일본 만화 역시 한국에서 대규모로 불법유통 되고 있다.
"일본과 협상은 좋을 것 같다. 두 국가의 만화 산업이 공조 된 상황에서 미국과 협상을 한다면 규모의 밸런스가 맞을 것 같다. 핵심은 이런 국제 협력에 대해 잘 알고 사이버 전문가, 만화나 도박, 여성계 등의 문제를 잘 아는 산업계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지속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건담> 대사 중에 '지구인들은 지구의 중력에 갇혀 자유롭게 우주를 날아 가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사이버범죄에 대해 나는 '아날로그의 중력에 갇혀서 디지털 세계로 날아가지 못한다'는 표현을 하곤 한다. 사이버범죄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긴 힘들다. 해결법은 지금 당장 눈 앞에 놓여 있는 '솔루션'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개선해나가야 하는 '관리'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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