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산면 두포리 포교마을로 가는 길. 길가에 잠시 차를 세우고 내려다본 자란만바다. ⓒ 김숙귀
▲ 고성읍 수남리, 일명 철뚝이라 불리는 곳에 있는 회센터. 수조마다 갯장어들이 느릿느릿 헤엄치고 있다. 여름이면 갯장어회를 맛보려는 손님들로 붐빈다. 바로 곁에는 오토캠핑장도 있다. ⓒ 김숙귀
갯장어회를 먹으러 고성으로 가는 길. 혹시라도 갯장어를 낚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하여 먼저 자란만 끝자락에 있는 포교마을에 가보기로 했다.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잠시 길가에 차를 세우고 자란만을 내려다본다. 자란도, 솔섬, 목섬, 밤섬, 보리섬, 소치섬... 올망졸망한 섬들이 뭍을 그리워하며 조용히 누워있다.
▲ 양식이 안되는 갯장어는 야행성이며 길이가 최고 2미터까지 자라고 이빨이 날카롭다. 여름 한철 반짝 잡히며 최고의 보양식으로 꼽힌다. ⓒ 김숙귀
'참장어'라고도 불리는 갯장어는 여름 한철 전라도 고흥 득량만과 여수 앞바다, 그리고 고성 자란만에서 잡힌다. 양식이 안 되기에 어민들이 주낙으로 한 마리씩 낚아올리는데 갈수록 개체수가 줄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작은 어촌마을은 조용하다. 바다로 나가는 배도, 들어오는 배도 보이지 않는다. 마을 횟집의 수조에는 갯장어들이 느릿느릿 헤엄치고 있다.
바닷가를 한바퀴 돌아본 뒤 다시 고성으로 나와 철뚝회센터를 찾았다. 친구와 함께 한 집을 골라 들어가서 갯장어회 작은 한 접시를 주문했다. 회값이 비싼편이다.
▲ 고성읍 수남리 철뚝회센터에서 맛본 갯장어회. ⓒ 김숙귀
▲ 갖은 야채에 초장을 얹고 콩가루를 넉넉하게 뿌려서 회와 함께 비벼먹어야 갯장어회를 제대로 먹었다 할 수 있다. ⓒ 김숙귀
2000년 초반만 해도 갯장어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됐다. 그래서 아직도 일본어 '하무'(물다)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하모'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젠 '갯장어'다. 여러가지 야채와 초장, 그리고 콩가루가 나왔다. 앞접시에 갖가지 야채를 덜어 담고 초장을 얹은 뒤 콩가루를 넉넉하게 뿌려 회와 함께 비벼먹어야 갯장어회를 제대로 먹었다 할 것이다. 쫄깃하고 고소한 특유의 맛과 풍미가 일품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1814년)에는 갯장어를 가리켜 "입은 돼지같이 길고 이는 개와 같아서 고르지 못하다. 뼈가 견고해 능히 사람을 물어 삼킨다. 오랫동안 설사를 하는 사람은 이 고기를 끓여 먹으면 이내 낫는다"고 했다. 갯장어는 고칼로리 고단백 음식으로 영양이 풍부하며 샤브샤브나 구이, 탕으로도 먹는다.
갯장어회를 맛보았다면 바로 곁에 있는 상족암군립공원에 들러보자. 아름다운 한려수도와 공룡발자국화석이 볼 만하다. 그리고 고성의 또다른 여름별미 옥수수를 지나치면 섭섭하다. 요즘 고성 월평리 양쪽 차도변에는 1㎞ 가까이 파라솔이 늘어서 있다. 월평리 넓은 옥수수밭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옥수수를 바로 수확하여 즉석에서 삶아 팔기 때문에 고소하고 옥수수알이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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