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민간 확대, "찬성" 55% - "반대" 23%
[오마이뉴스 주간 현안 여론조사] 모든 연령·지역에서 찬성이 다수... 국민적 공감대 형성중
그동안 공공택지 아파트에만 적용되던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 아파트로까지 확대하는 정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우리 국민 10명 중 5명 이상 다수는 이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대론의 근거로 제시되던 '로또 아파트론' 또는 '공급 부족론'보다는 정부가 직접 규제에 나서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는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1명(응답률 4.3%, 오차범위 ±4.4%)을 대상으로 분양가상한제의 민간택지 확대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다. 아래는 질문 문항이다.
Q. 최근 정부는 재건축, 재개발을 포함한 민간 택지에 짓는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택지 1~4번 순·역순 배열)
1번. 매우 찬성한다
2번. 찬성하는 편이다
3번. 반대하는 편이다
4번. 매우 반대한다
5번.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찬성 응답이 55.4%로 반대 응답 22.5%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4점 척도로 살펴보면, "매우 찬성"과 "찬성하는 편" 응답 모두 각각 27.7%를 기록해, "반대하는 편" 11.9%, "매우 반대" 10.6%보다 월등히 높았다. 다만, 모름/무응답 비율이 22.1%로 다소 높게 나타나 향후 논쟁이 격화될 경우 찬/반 비율이 다소 변화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모든 성별·지역·연령대에서 '찬성' 다수
▲ 부동산가격이 과열 조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민 절반 이상이 분양가상한제 민간 아파트 적용 확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분양 아파트의 견본주택. ⓒ 연합뉴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전국 모든 지역에서 찬성 의견이 많았다는 점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집값이 들썩이는 서울/수도권에서 전국 평균보다 찬성 의견이 높았다. 서울 지역 응답자의 59.4%, 경기·인천 지역의 59.7%가 분양가상한제 확대에 찬성했다. 그외 광주·전라는 57.1%, 대전·세종·충청 53.8%, 부산·울산·경남 45.0%, 대구·경북 43.9%가 분양가상한제 확대를 지지했다.
모든 연령층에서 반대보다 찬성이 높았다. 40대가 63.5%로 가장 높았고, 50대 역시 61.3%로 만만치 않았다. 이후 30대 58.0%, 20대 48.5%, 60대 이상 47.8% 순으로 찬성 의견이 많았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 지지층에서 찬성 의견이 높았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71.2%가 찬성 의사를 밝혔으며, 특히 정의당 지지층은 찬성 응답률이 무려 81.0%에 달했다. 무당층에서도 찬 48.7% - 반 24.1%로 분양가상한제 확대를 지지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는 찬 30.2% - 반 43.3%로 반대 의견이 더 높았다.
이념 성향으로 보면, 진보층의 68.5%, 중도층의 60.8%가 찬성 응답을 보여 매우 높게 나타났다. 반면 보수층의 경우 41.6%가 반대 응답을 보여 찬성 37.1%보다 높게 나타났지만, 그 차이가 오차범위 안이었다. 현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은 보수층에서도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이 만만치 않게 많은 것이다. 이런 경향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를 기준으로 놓고 살펴봐도 그대로 감지된다. 문 대통령 국정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층의 압도적 다수인 74.1%가 분양가상한제 확대를 지지한다고 밝힌 가운데, 부정적 평가층의 경우 분양가상한제에 대해서는 찬 34.8% - 반 37.7%로 불과 2.9%p 차이였다.
문 대통령 비우호층에서도 분양가상한제 찬성 의견 만만치 않아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 유성호
사실 분양가상한제가 민간분야에 시행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분양가상한제는 주택시장 과열기인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9월 도입됐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1월 민간택지에 한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는 법안이 시행되면서 분양가상한제는 대폭 축소됐다.
현재 분양가상한제는 공공택지 분양아파트만 적용되고, 민간택지 아파트는 '자율적'으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는 몇 가지 요건(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 등)을 갖추면 적용할 수 있지만, 현재 상한제가 실시되는 지역은 한 곳도 없다.
그런데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가격 앙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확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며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정 요건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분양가상한제를 확대할 방침을 밝혔다.
일부 경제신문과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분양가격을 통제하면, 아파트사업자들이 분양을 미루면서 아파트 공급이 급감할 수 있다는 게 핵심 반대 논리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확대를 통해 집값 상승을 막고 서민 주거 환경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는 것이 이번 여론조사 결과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국민들 대다수는 땅 한 평이 없고 국민 40%는 내 집이 없는 상황에서, 저렴한 아파트를 원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며 "높은 분양가에 따른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소득 격차가 벌어지면서 국민적 피로감과 불만이 쌓였다는 것이 이번 설문 조사에서 그대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과 자동응답(ARS) 무선(70%)·유선(20%) 혼용방식으로 집계됐으며, 조사 대상은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선정했다. 2019년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통계 보정이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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