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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관광' 본격 시동 건 파주... 예산 확보는 아직

[접경지대를 가다 ①] 지난 4월 ‘통일동산 관광특구’ 지정... 숙박 시설 구축 등 과제도 많아

등록|2019.07.19 14:40 수정|2019.07.19 15:02
'통일수도' 경기도 파주시가 들썩이고 있다. 시 소재지인 판문점에서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불과 한 달 전에는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 회동으로 전 세계 이목이 쏠렸다.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기에 의미는 더욱 깊었다.

지난 4월 경기도 접경지역 최초 관광특구 지정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한반도 평화 관광 도시로 발돋움하는 첫발을 뗐다. 관광특구 지역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헤이리마을과 오두산 통일전망대, 통일동산, 카트랜드 일대다.

파주시는 접경지역 특수성과 문화 콘텐츠를 융합해 통일동산 관광특구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 지난 4월 지정된 파주시의 통일동산 관광특구 지역. 파주시는 통일동산 관광특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사진=파주시 제공) ⓒ 최종환

헤이리마을 등 '통일동산 관광특구' 지정

현재 관광특구는 전국적으로 30여 개에 이른다. 경기도에는 수원과 고양, 동두천, 평택 등 4곳이 지정됐다. 대부분 역사·문화 공간과 인프라 시설 등을 결합해 관광 프로그램을 육성했다.

파주시는 관광특구 지정을 위해 여러 차례 주민설명회와 용역 등을 거쳤다. 지난 2015년 타당성 작업을 시작으로 주민 의견 청취 등을 거쳐 2017년 경기도에 관광특구 지정을 신청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 끝에 지난 4월 30일 '통일동산 관광특구' 타이틀을 얻었다.

관광특구 지정은 해당 지역에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 1년 동안 10만 명 이상 방문하고, 공공편의시설과 숙박·관광 안내시설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난 2018년 헤이리마을과 오두산 통일전망대 등을 방문한 외국인은 21만여 명에 달한 만큼 파주의 관광특구 지정은 부족함이 없었다.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관광진흥법'에 따라 관련 법령 적용이 일부 배제되거나 완화되고 특구 지역 공모사업을 통해 매년 30억 원 규모 국비와 도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파주시는 관광특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관광시설과 융합해 민간주도의 관광 사업을 키우겠다는 것이 시의 방침이다.

파주시 관계자는 "'통일동산 관광특구 주민협의회'를 구성하고 관광특구의 발전방안과 협력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며 "오는 9월 조례 개정을 통해 관광객 유치 확대와 주민 자치활동 등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헤이리마을 내 카페 전경. 이곳은 1998년 미술·음악·건축가 등 380여 명의 예술인이 조직해 만들어졌다.(사진=최종환 기자) ⓒ 최종환

통일동산 관광특구 가보니… 볼거리 다양

지난 17일 찾아간 헤이리마을과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평일에도 내외국인 관광객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각각 문화예술과 평화·통일이라는 키워드로 관광특구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에 자리한 헤이리마을은 국내 최대 규모의 예술마을이다. 마을 이름은 파주에 전해지는 전래농요 '헤이리 소리'에서 따왔다. 1998년 미술·음악·건축가 등 380여 명의 예술인이 조직해 만들어졌다. 이후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돕고 시민과 화합하는 공간으로 성장했다.

연간 방문객은 100만 명에 이른다. 주말에는 1~2만 명이 찾아올 정도로 파주 대표 관광지로 부상했다. 2017~2018년에는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에 뽑혀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주변에는 신세계 프리미엄아울렛과 체인지업캠퍼스(구 경기영어마을), 프로방스 등이 자리해 관광객은 쇼핑과 문화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박물관과 미술관, 식당 등을 마주하다. 대부분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곳들이다. 딱딱한 의자 대신 푹신하고 고풍스러운 가구에 앉아 일상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커피 전문점을 비롯해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무료 미술관까지 헤이리마을만의 정성과 멋을 느낄 수 있다.

한상구 헤이리마을 이사장은 "헤이리마을은 한 공간에서 문화예술의 감수성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며 "관광특구로 지정돼 앞으로는 단순히 문화예술 공간이 아닌 인근 지역과 협력해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남북접경지대인 만큼 남북교류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북한을 가로 짓는 철책이 눈 앞에 펼쳐진 오두산 통일전망대에는 분단의 현실과 아픔이 서려 있다. 1992년 9월 문을 연 이곳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으로 구성돼 평화·통일 관련 교육, 전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층에는 다양한 주제의 미술·사진 등의 작품이 마련된 기획전시실과 분단의 역사를 짚고 통일의 미래를 설계하는 상설전시실이 손님을 맞는다. 2층은 주민의 생활상과 정치사상, 교육 등 북한 사회를 깊이 알 수 있는 영상물이 상영된다. 필요하면 전통문화 예술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3·4층은 전망대로 이용된다. 북한 지형을 설명하는 동영상이 상영되고, 관광객 편의를 위한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다. 커피 한 잔의 여유와 분단의 아픔이 공존하는 자리다.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남북관계와 주변국 상황에 따라 관광 수요가 큰 영향을 받는다. 과거에는 인근에서 포사격이 이뤄지고, 대북 전단이 살포되는 등 밤낮 없이 긴장감이 돌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지난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당시 하루에만 관광객이 수천 명이 몰릴 정도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다.

오두산 통일전망대 관계자는 "평일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편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 상황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다"며 "관광객이 느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일이라는 대원칙을 지키고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북녘 땅을 바라보고 있는 시민들. 이곳은 주말 평균 2000여 명이 찾는 지역 명소로 부상했다.(사진=최종환 기자) ⓒ 최종환

숙박시설 확충·외국어 통역 서비스 등 시급

통일동산 관광특구 지정으로 파주시는 '제2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들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홍보 부족은 한계로 지적된다. 장기적으론 숙박과 편의시설 확충, 대중교통 개편 등의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

한상구 이사장은 "접경지대다 보니 저녁이 되면 마을이 썰렁해진다"며 "외국인들이 머물 수 있는 숙박 시설도 부족한 편이다. 문화시설을 갖춘 호텔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헤이리마을은 부족한 숙박 시설을 채우고자 농어촌민박 사업을 벌이기로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농어촌민박은 지역민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주민이 거주하는 주택(연면적 230㎡ 미만)을 관광객에게 숙박과 취사 시설, 조식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주상복합 주택이 많은 헤이리마을에서는 사업 조건에 부합한 거주민이 흔치 않았다.

파주시 관계자는 "호텔 건립은 사유재산 문제여서 시가 직접 추진하기에 무리가 있다"며 "체류형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두산 통일전망대 측은 관광객을 모으기 위해 더욱 창의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례로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주말 평균 2000여 명이 찾는 지역 명소로 부상했지만, 상당수 관광객은 이곳이 관광특구로 지정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 현장에는 외국인을 안내할 전문 통역 관광안내사도 없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찾은 이주현씨(48·고양시)는 "날씨가 좋아 친구들과 파주 지역 나들이를 왔다. 통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면서도 "이곳이 관광특구로 지정됐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했다.

박상익 오두산 통일전망대 주임은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매년 꾸준히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며 "하지만 관광특구를 많이 알리고 활성화하기 위해 시민기자단 등 온라인 홍보를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파주시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여러 해법을 모색 중이다. 지난 5월에는 통일동산 관광특구 지정을 알리고자 '외국어 통역 관광안내사'와 '제1기 파주 관광SNS서포터즈'를 위촉했다.

외국어 통역 관광안내사는 3차에 걸친 선발 과정과 양성 교육 등을 통해 총 10명을 선발했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3개 언어로 파주의 다양한 관광자원을 안내한다.

관광 SNS 서포터즈는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부문별 13명을 뽑았다. 이들은 파주 구석구석을 찾아 문화 콘텐츠를 알리고,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홍보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그러나 외국어 통역 관광안내사는 본격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예산 확보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시는 추경(추가경정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9월경 사업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서포터즈는 7월부터 활동에 돌입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관광특구 지정이 3개월가량 지났지만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현재 예산 확보와 조례 개정 작업 등을 하고 있다"며 "주민들과 협의해 파주를 찾는 관광객이 불편함이 없도록 숙박·교통 등 인프라 시설을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톱데일리(http://www.topdaily.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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