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관객 늘었다" 영진위 발표에 이상하다는 영화계
<극한직업> <기생충>이 이끈 상반기 한국영화... 흥행 양극화 지적도
▲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점유율 상승을 이끈 <극한직업>과 <기생충> ⓒ CJ엔터테인먼트
2019년 상반기 전체 극장 관객 수가 전년 대비 1296만 명(13.5% ↑) 늘어난 1억 932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극장 매출액은 930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2억 원(16.0% ↑) 증가했다.
영진위는 18일 발표한 상반기 한국영화 결산을 통해 <극한직업>(1626만 명)과 <기생충>(958만 명)이 2019년 상반기 전체 관객 수와 매출액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영화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 멀리플렉스 극장들이 호황을 누렸다는 의미다.
<극한직업> 끌고 <기생충> 밀고
디즈니 제국의 시장 장악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상반기 관객 점유율 면에서는 한국영화가 52%를 차지하며 48%를 기록한 외국영화를 앞섰다. 한국영화 관객 수는 5688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1만 명(26.5% ↑) 증가했고,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5.4%p 증가한 수치를 나타냈다. 외국영화 관객 수도 5244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만 명(2.0% ↑) 증가했으나, 관객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5.4%p 감소했다.
한국영화의 점유율 상승은 <극한직업>(1626만 명)과 <기생충>(958만 명)의 한국영화의 흥행을 주도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중박' 영화는 사라지면서 흥행한 영화들은 '대박' 영화와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긴 영화로 구분됐다.
다만 <돈> <증인> <내 안의 그놈> <걸캅스> 등 차별화된 소재의 제작비 70억~100억 미만 영화가 선전하면서 고예산영화와 범죄영화로 치우친 한국영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영진위는 분석했다.
외국영화는 마블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1392만 명을 기록해 최단기간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됐다. 지난 4월 29일 80.9%의 일일 상영점유율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일일 상영점유율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진위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진기록은 상영 편중을 통해 이룩한 성과라는 점에서 명과 암이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며 스크린독과점 문제를 지적했다. <어벤저스 : 엔드게임>으로 시작된 스크린독과점 문제는 최근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이 변칙개봉까지 더해 논란을 키우는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반기 개봉작 흥행 순위는 1626만 명을 동원한 <극한직업>이 2019년 상반기 흥행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1392만 명으로 2위에 올랐고, <기생충>은 958만 명으로 3위에 자리했다. 827만 명을 동원한 <알라딘>은 4위였다. 알라딘이 7월 14일 천만에 도달했고 <기생충>도 천만 돌파를 앞두고 있어 상반기 흥행 영화들의 기운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독립예술영화, 상반기에 지난해 관객 수 넘어?... '단순 통계로 해석' 지적도
▲ 독립예술영화로 인증된 <항거 : 유관순 이야기> ⓒ 롯데컬쳐윅스
하지만 이번 결산에서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부분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영진위가 단순통계에 근거해 낙관적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진위는 "<항거: 유관순 이야기>가 관객 수 115만 8천 명으로 2019년 상반기 독립·예술영화 흥행 순위 1위를 차지했다"며 "2018년 한국 독립·예술영화 관객 수가 110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019년 상반기에 <항거: 유관순 이야기>의 성적만으로 전년의 한국 독립·예술영화 관객 수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한국 독립예술영화 부진에 대한 지적은 상반기 내내 이어졌는데, 갑자기 상반기 결산자료에서 독립예술영화 관객 수가 급증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가 독립영화관에서는 상영된 적이 없으나 10억대 저예산 영화로 만들어졌고, 규정에 맞으면 독립예술영화로 인정되는 경우를 볼 때 뒤늦게 독립영화 인증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예술영화 인증의 경우 2019년 기준 1주차에서 293개 스크린에서 881회차 이상 상영된 경우는 인증심사에서 제외되는데,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개봉 첫 주 1094개 스크린에서 4364회 상영돼 기준을 한참 벗어났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 덕분에 한국독립예술영화는 상반기 호황을 보인 셈이 됐다.
▲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 성하훈
이에 대해 인디스페이스 원승환 관장은 "규모가 큰 주류영화 시장보다 규모가 작은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시장이 양극화 수준이 매우 높다. 특히 한국영화의 경우 양극화가 위험한 수준인데, 지원기관이 단순통계에 근거해 낙관적으로 상황을 해석해버리면 제대로 된 정책 처방을 내릴 수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독립·예술영화 시장의 경우, 매출액과 관객 수 상위 20%의 영화가 총매출액과 총 관객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양극화된 시장으로 외국 예술영화보다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양극화가 더욱 심한 상황"이라며 "공평한 성장을 고민해야 할 때 이런 통계를 계산 안 하니까 해결책이 안 나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