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비공개 민원' 유출해도 무혐의? 황당한 검찰
[민원인 정보유출 ③] 인터넷 국민신문고에 올린 '민원', 개인정보 아니라고?
동네에서의 '기부금 강요' 문제로 국민신문고 사이트에 '비공유' 설정을 하고 민원을 올렸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이 민원정보와 민원인 이름을 이장에게 알렸다. (관련 기사: '비공개' 민원 넣어도 모두 다 아는 이상한 마을 http://omn.kr/1dx9n)
그로 인해 동네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담당 공무원을 징계 요청했으나 '훈계'에 그쳤다고 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했고, 검사는 불기소로 종결했다.
민원인 이름과 민원내용은 개인정보가 아니다?
검사는 '불기소이유'에서 담당 공무원이 민원인의 이름 및 민원내용을 마을 이장에게 유출한(알려준)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민원인의 이름과 민원 내용은 개인정보보호법상의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장에게 민원제기 사실 등을 언급한 것은 '개인정보의 누설'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민원인의 이름이 개인정보가 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로 같은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민원인의 이름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논리에 의하면 같은 마을, 같은 학교, 같은 회사, 같은 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서로 이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공간에서 민원을 제기하면 민원인의 이름과 민원내용은 '개인정보'가 아니란 뜻으로 해석된다. 즉, 같은 학교나 회사·기관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다른 직원의 비리사실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을 때, 담당 공무원이 그 민원인의 이름과 민원내용을 '비리직원'에게 알려도 개인정보 유출로 처벌받지 않게 된다는 의미다.
민원처리법 제7조에는 "행정기관의 장은 민원처리와 관련된 민원의 내용과 민원인 및 민원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 특정인의 개인정보 등이 누설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하며..."라고 적시되어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형사처벌에 관한 규정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고소했지만 앞에서 본 것처럼 "민원인의 이름과 민원내용은 개인정보가 아니므로" 불기소처분해 버렸다. 최소한 재판정에서 죄를 심판받을 기회라도 달라고 항고했지만, 그 역시 기각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원제도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피해자만 양산하지 말고 차라리 솔직히 말하자. '민원정보는 언제든 유출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해고, 따돌림 등의 각종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각오하고 민원을 올리세요'라고.
그런데 이 기사를 쓰기 위해 불기소이유서를 여러 차례 읽어보다가 더 황당한 사실을 발견했다. 불기소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인용한 법 조항이 본 사건과 무관한 내용이었다.
사건은 두 개인데, 불기소 이유는 거의 비슷해
이 사건은 국민 신문고에 올린 민원내용을 담당 공무원이 관련자에게 유출한 사건이다. 즉 검사는 전혀 다른 사건에 적용될 법 조항을 끌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짐작 가는 부분이 있었다.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두 건을 고소했는데, 그 한 건이 본 사건, 즉 국민신문고에 올린 내용을 담당 공무원이 이장에게 알린 사건(아래 A 사건)이고, 다른 한 건이 바로 '정보공개청구'한 내용을 이장에게 알린 사건(아래 B 사건)이다.
A 사건과 B 사건은 사건 번호, 사건 내용, 피고발자도 다른 별개의 독립된 사건이었다. 그런데 두 건을 같이 담당한 검사는 A 사건을 불기소하면서 B 사건에서 인용한 법 조항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다.
두 사건의 불기소 이유를 비교해보면 무죄 논리를 내세우는 부분이 "지원금 등을 관리하는 담당자"에서 "기부금 할당 담당자"로 바뀐 것 외에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사건의 항고를 담당한 검사도 이 불기소 이유서가 적절하다고 여겼는지, 바로 기각하고 종결 처리했다. 항고기각되면 끝인 줄 알았고, 게다가 여러가지 일들로 바빠서 이 사건에 대해 포기하다시피 했는데, 몇 달이 지난 최근에서야 통지서조차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시 문의해 보니 재정신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법을 알지도 못하고 시간을 내기도 어려운 사람들이, 이런 힘들고 복잡한 과정들을 거치며 얼마나 매달려야 하는지 답답하다.
그로 인해 동네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담당 공무원을 징계 요청했으나 '훈계'에 그쳤다고 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했고, 검사는 불기소로 종결했다.
검사는 '불기소이유'에서 담당 공무원이 민원인의 이름 및 민원내용을 마을 이장에게 유출한(알려준)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 불기소이유민원인의 이름과 민원내용을 유출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내용 ⓒ 수확의계절
그런데 민원인의 이름과 민원 내용은 개인정보보호법상의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장에게 민원제기 사실 등을 언급한 것은 '개인정보의 누설'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 민원인의 이름과 민원내용은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한다. ⓒ 수확의계절
민원인의 이름이 개인정보가 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로 같은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민원인의 이름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논리에 의하면 같은 마을, 같은 학교, 같은 회사, 같은 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서로 이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공간에서 민원을 제기하면 민원인의 이름과 민원내용은 '개인정보'가 아니란 뜻으로 해석된다. 즉, 같은 학교나 회사·기관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다른 직원의 비리사실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을 때, 담당 공무원이 그 민원인의 이름과 민원내용을 '비리직원'에게 알려도 개인정보 유출로 처벌받지 않게 된다는 의미다.
민원처리법 제7조에는 "행정기관의 장은 민원처리와 관련된 민원의 내용과 민원인 및 민원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 특정인의 개인정보 등이 누설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하며..."라고 적시되어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형사처벌에 관한 규정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고소했지만 앞에서 본 것처럼 "민원인의 이름과 민원내용은 개인정보가 아니므로" 불기소처분해 버렸다. 최소한 재판정에서 죄를 심판받을 기회라도 달라고 항고했지만, 그 역시 기각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원제도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피해자만 양산하지 말고 차라리 솔직히 말하자. '민원정보는 언제든 유출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해고, 따돌림 등의 각종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각오하고 민원을 올리세요'라고.
그런데 이 기사를 쓰기 위해 불기소이유서를 여러 차례 읽어보다가 더 황당한 사실을 발견했다. 불기소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인용한 법 조항이 본 사건과 무관한 내용이었다.
사건은 두 개인데, 불기소 이유는 거의 비슷해
②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 11조 제3항에서는 '공공기관은 공개 청구된 공개 대상 정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제3자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사실을 제3자에게 지체 없이 통지하여야 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그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상대방이 있는 민원 사항 역시 필연적으로 청문 절차 등 상대방의 진술 청취 과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으므로 이 사건 담당 공무원인 피의자는 위 고소인의 민원 제기 사실 등을 마을 기부금 할당 담당자인 이장 ○○○에게 결국 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점…(불기소 이유 중에서)
이 사건은 국민 신문고에 올린 민원내용을 담당 공무원이 관련자에게 유출한 사건이다. 즉 검사는 전혀 다른 사건에 적용될 법 조항을 끌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짐작 가는 부분이 있었다.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두 건을 고소했는데, 그 한 건이 본 사건, 즉 국민신문고에 올린 내용을 담당 공무원이 이장에게 알린 사건(아래 A 사건)이고, 다른 한 건이 바로 '정보공개청구'한 내용을 이장에게 알린 사건(아래 B 사건)이다.
A 사건과 B 사건은 사건 번호, 사건 내용, 피고발자도 다른 별개의 독립된 사건이었다. 그런데 두 건을 같이 담당한 검사는 A 사건을 불기소하면서 B 사건에서 인용한 법 조항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다.
▲ B사건과 A사건(본사건)의 불기소이유 비교왼쪽이 B사건, 오른쪽이 A사건이다. 별개의 사건인 B사건의 불기소이유를 근거가 되는 법률조항은 물론 결론까지 A사건에 그대로 복사해서 피고인 정보 일부만 바꾸었다. ⓒ 수확의 계절
▲ B사건과 A사건(본사건) 불기소이유비교왼쪽이 B사건, 오른쪽이 A사건이다. 별개의 사건인 B사건의 불기소이유를 근거가 되는 법률조항은 물론 결론까지 A사건에 그대로 복사해서 피고인 정보 일부만 바꾸었다. ⓒ 수확의 계절
두 사건의 불기소 이유를 비교해보면 무죄 논리를 내세우는 부분이 "지원금 등을 관리하는 담당자"에서 "기부금 할당 담당자"로 바뀐 것 외에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사건의 항고를 담당한 검사도 이 불기소 이유서가 적절하다고 여겼는지, 바로 기각하고 종결 처리했다. 항고기각되면 끝인 줄 알았고, 게다가 여러가지 일들로 바빠서 이 사건에 대해 포기하다시피 했는데, 몇 달이 지난 최근에서야 통지서조차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시 문의해 보니 재정신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법을 알지도 못하고 시간을 내기도 어려운 사람들이, 이런 힘들고 복잡한 과정들을 거치며 얼마나 매달려야 하는지 답답하다.
덧붙이는 글
민원정보를 유출한 공무원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으며 감사청구와 처벌을 요구하고, 고소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 과정을 모두 취재하여 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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