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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경기도대표단 만난 리종혁 "일본 범죄행위 여론화"

경기도·북측대표단 8개월 만에 재회... ‘일본 규탄' 공조, 남북 교류협력 사업 논의 예정

등록|2019.07.24 10:06 수정|2019.07.24 17:20
 

▲ 리종혁 북한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측대표단이 ‘2019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필리핀 현지시각으로 24일 0시 50분 필리핀 마닐라 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 경기도


경기도(도지사 이재명)와 북측대표단이 24일 '2019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가 열리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재회했다. 남북분단 사상 최초로 북측대표단의 지방자치단체 방문이 성사됐던 지난해 11월 1차 대회에 이어 8개월 만이다.

리종혁 북한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12시 50분경 북측대표단을 이끌고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다. 경기도가 (사)아태평화교류협회와 공동으로 25~27일 개최하는 국제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경기도와 (사)아태평화교류협회 관계자들의 환대를 받은 리종혁 부위원장은 "우리 대표단을 친절히 초청해주고, 밤늦게 응대해준 데 대해서 조직자 측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리종혁 "일제 범죄행위 여론화"... 하토야마 전 총리도 아베 비판 가세할 듯

이번 국제대회는 최근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 보복 조치로 한·일 갈등이 악화일로에 놓인 가운데 남북 인사들이 모여 일제 강제동원의 진상규명 및 성노예 피해 치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리종혁 부위원장은 입국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일본 군국주의가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감행한 범죄행위에 대해서 국제적으로 널리 여론화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여러 나라를 각성시킨다는 점에서 이번 대회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리 부위원장은 남한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등 무역 보복에 대해 "일본을 기본으로 놓고 하는 회의인데, 일본에 대해서 언급 안 할 수 있겠느냐"며 "그런 문제도 다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 리종혁 북한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측대표단이 ‘2019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필리핀 현지시각으로 24일 0시 50분 필리핀 마닐라 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 경기도


일본의 대표적인 지한파인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도 지난해에 이어 이번 대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일제 강제 동원과 성노예의 문제점에 대해 비판해왔던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번 대회에서도 강제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해 고양시에서 열린 1차 대회 기조연설에서 우리 대법원의 징용 문제 판결에 대해 "개인의 청구권 자체는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소멸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에 대해 일본 기업, 정부 입장에서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날(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일제 침략의 역사를 극복하기 위해 남북이 다시 만난다"고 전제한 뒤 "일본은 아직도 역사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수출을 규제하겠다는 의도는 강제징용 배상 확정판결에 불복한다는 것과 과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이어 "일본 정부는 치졸한 경제보복이 아니라 행했던 범죄사실에 대해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한다"면서 "일본 정부가 주변국들과의 신뢰를 회복하길 원한다면 이번 대회에 귀 기울이길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북측 박명철 부위원장 첫 참석... 이화영 부지사 등 '경제협력 대표단' 구성

이번 국제대회에는 경기도와 북측대표단을 비롯해 필리핀, 일본, 중국, 호주, 태국 등 10개국의 일본 강제징용 관련 전문가 등 300여 명이 참가한다. 경기도는 북측과의 이번 만남을 통해 최근 남북관계 훈풍 속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측대표단은 지난 대회에 이어 대표단을 이끌 리종혁 부위원장을 비롯해 송명철 아태평화위 정책부실장,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부회장(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 박철용 조선중앙력사박물관장, 조정철·리근영 아태평화위 연구원 등 6명으로 구성됐다.

특히 이번 대회에 처음 참석하는 박명철 부회장이 눈길을 끈다. 민족경제협력연합회는 현재 남한 기업의 대북투자 및 교역 관련 실무를 전담하는 북측 대외경제기관이다. 박 부회장은 최근 북한의 경제협력 기조가 강화되면서 지난해 말 통일부 주요 북한 인사 명단에 등재됐다.

박명철 부회장이 이번 국제대회에 참석하면서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 교류협력 사업이 문화, 체육 중심에서 경제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박명철 부회장은 개성공단 관련 북측 업무를 총괄하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을 역임하는 등 북측의 경제 분야 실세(實勢)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앞서 박 부회장은 지난 2018년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대표를 지냈고, 같은 해 11월에는 세계해외동포 기업인 평양대회에도 참석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11월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 엠블호텔에서 열리는 2018아시아태평양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 이희훈


경기도는 지난달 30일 남북분단 사상 최초로 성사된 '남‧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번 국제대회를 통해 남북 교류협력 사업 확대를 모색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할 계획이다.

경기도와 북한대표단은 북측이 관심을 두고 있는 농업 분야 등에 대한 교류협력 방안을 우선으로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리 부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경기도 방문 당시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스타트업캠퍼스와 화성시 경기도농업기술원 등의 시설을 돌아보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에 따라 경기도도 이화영 평화부지사를 비롯해 경제 분야 관련 남북협력사업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대표단을 구성했다. 또한 정동채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 김한정 국회의원 등 비중 있는 인사 30여 명도 대표단에 합류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2월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남북관계가 교착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도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아시아 국제배구대회 행사'를 개최하는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축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화영 평화부지사는 "남북관계가 교착된 상황 속에서도 지속해서 북측과 교류를 이어온 경기도의 노력이 이번 필리핀 대회에서의 재회로 이어지게 됐다"라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북측과의 평화교류 채널을 더욱 확대해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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