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쇼' 대신 펼쳐진 뜻밖의 게릴라 콘서트... 왜 씁쓸했냐면
28일 앤 마리와 킹 기저드의 기습 공연, 페스티벌 실책에서 시작됐다
▲ 7월 28일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던 앤 마리는 공연 취소 후인 밤 11시 30분 호텔 내 라운지에서 250명 규모의 소규모 공연을 예고했다. ⓒ 앤 마리 트위터 캡쳐
"우천으로 인해 '다니엘 시저'와 '앤 마리'의 예정된 공연은 뮤지션의 요청으로 취소되었습니다."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에서 열린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의 허무한 마무리였다. 7월 28일 2일 차 공연, 비와 강풍이 몰아치는 스테이지에서 세 시간 이상을 기다린 팬들은 이 날 헤드라이너였던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 앤 마리(Anne Marie)의 무대가 무산되었다는 소식에 분노를 표했다.
▲ 앤 마리는 밤 11시 30분부터 파라다이스 호텔 내 라운지 바에서 무료 게릴라 콘서트를 열었다. 공연에 참가하지 못한 팬들을 위해 SNS 생중계를 진행하는 센스도 발휘했다. 대표곡 '2002'를 부르는 앤 마리의 모습. ⓒ 앤 마리 인스타그램 캡쳐
그러나 앤 마리는 곧바로 본인의 SNS 계정을 통해 주최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나는 공연을 취소하지 않았다(I Did Not Cancel The Show)"고 운을 뗀 앤 마리는 트위터 영상에서 "나는 공연 취소를 요청하지 않았다. 주최 측에서 무대에 오르려면 관객석에서 (우천과 강풍으로 인한) 사망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지라는 각서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뮤지션 요청'이라 주장했던 기획사 페이크버진은 7월 29일 사과문을 통해 '앤마리의 주장은 사실 무근이며 아티스트도 이 내용을 인정해 해당 게시물을 내린 상태'라 반박했다.
이어 앤 마리는 오후 11시 30분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 내의 루빅 라운지에서 무료 콘서트를 예고했다. 250여 명 정도의 인원만 입장 가능한 공연이었으나 앤 마리는 열정적인 무대를 펼쳤다. '팬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미처 소식을 접하지 못한 팬들을 위해 인스타그램 '라이브' 기능으로 공연을 생중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팬들은 페스티벌에서 보여주지 못한 종이 비행기 이벤트로 앤 마리에게 감동을 안겼다.
▲ 호주 밴드 킹 기저드 앤 리저드 위저즈는 '지산 락 페스티벌' 28일 헤드라이너였다. 페스티벌이 취소되었음에도 밴드는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 공연 후 한국으로 날아와 서울 홍대의 클럽 샤프에서 무대를 펼쳤다. ⓒ 킹 기저드 페이스북 캡쳐
같은 날 홍대에서도 비슷한 공연이 펼쳐졌다. 호주 밴드 킹 기저드 앤 리저드 위저드(이하 킹 기저드)가 밴드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예고한 깜짝 쇼였다. 킹 기저드는 원래대로라면 7월 26일부터 28일로 예정된 2019 '지산 락 페스티벌'에 참가해야 했는데, 주최 측에서 공연 3일을 앞두고 페스티벌 전체를 취소해버렸다.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마친 킹 기저드는 한국으로 날아와 서울 홍대에 위치한 클럽 샤프에 자리를 잡았다. 넓은 스테이지 만원 관중 앞과 좁은 클럽 무대의 대비에도 밴드는 아랑곳 않고 클럽을 꽉 채운 팬들을 위해 정교하고 흥겨운 공연을 펼쳤다. 팬들은 '땡큐 지산'을 외쳤다.
▲ 7월 27일-28일 양일간 개최된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 포스터. 앤 마리와 허(H.E.R.), 빈지노, 다니엘 시저가 출연하지 못했다. ⓒ Fake Virgin Seoul
28일의 감동적인 두 게릴라 공연은 그 원인이 페스티벌 주최사의 실책에 있다는 점에서 일단 씁쓸하다.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의 경우 무대와 관객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주최 측이 오히려 그 책임을 아티스트에게 전가하는 무례함을 보였고 결국 두 명의 메인 가수 공연을 없애버렸다. 발표 초기부터 비싼 티켓 가격, 늦장 행정으로 말이 많았던 지산 락 페스티벌은 공연 3일을 앞두고 취소를 공지하는 촌극을 보였다.
결국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은 뮤지션과 팬들뿐이었다. 앤 마리는 힘든 기상 상황에도 '2002'를 부르고 본인과 함께 하는 순간만 오매불망 기다린 팬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지산 락 페스티벌의 유일한 해외 헤드라이너였던 킹 기저드 역시 팬들을 위해 고국 호주행 비행기 대신 한국행 티켓을 끊었다. 대형 '음악 페스티벌'에서 사라진 '음악'을 소형 기습 콘서트에서 찾아야 했던 밤이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388)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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