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국가 제외 시 한일군사정보협정은? "파기해야" 47% 〉 "연장해야" 42%
[오마이뉴스 주간 현안 여론조사] 오차범위 내에서 파기 여론 높아
오는 8월 2일로 예정된 정례 각료회의(우리나라 국무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 국민들은 그것이 현실화 될 경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아래 지소미아)을 파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유지 의견보다 조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면으로 협정 종료 의사를 기한 만료 90일 전까지 통보하지 않으면 1년씩 자동 연장되는 방식인 지소미아의 올해 서면 통보 시한은 8월 24일이다. 즉, 그 시한까지 통보하지 않으면 지소미아는 연장된다.
Q. 향후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경제보복을 확대할 경우, 한국과 일본이 북한 관련 정보를 서로 공유하게 한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택지 1~2번 무작위 배열)
1번. 사실상 일본이 한국을 적대시하는 것이므로 파기해야 한다.
2번. 한미일 군사공조가 흔들려서는 안되므로 연장해야 한다.
3번.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사실상 일본이 한국을 적대시하는 것이므로 파기해야 한다"는 응답이 47.0%로, "한미일 군사공조가 흔들려서는 안되므로 연장해야 한다"는 응답 41.6%보다 오차범위(±4.4%p) 내인 5.4%p 높게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11.4%였다.
전반적으로 보수층은 연장(63.9%) 응답이, 진보층은 반대로 파기(69.0%) 응답이 매우 높은 가운데, 중도층이 파기 49.5% 〉 연장 39.4%로 나타나 전체 균형추가 파기 쪽으로 기울었다. 지지정당별로 살펴보면, 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층이 각각 72.2%와 72.8%로 파기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지지층은 각각 67.6%, 68.1%로 만만치 않게 연장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즉, 일본의 경제보복 확대 조치에 대응한 지소미아 파기 카드에 대해서는 진보-보수에 따라 선명하게 의견이 갈리는 것이 현재 여론 지형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에 따른 분석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다. 국정수행 긍정 평가층(매우 잘 한다 + 잘 하는 편)의 압도적 다수인 70.2%가 파기 응답을 선택한 반면, 부정 평가층(매우 잘 못함 + 잘 못하는 편)은 반대로 연장 응답이 65.3%로 매우 높았다. 다만 좀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약한 부정 평가층(잘 못하는 편)은 파기 47.1% - 연장 41.9%로 파기 의견이 오차범위 내에서 높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파기 응답은 광주/전라 67.6%, 대구/경북 50.5%, 서울 48.2%, 부산/울산/경남 47.3% 순으로 높았다. 반면 대전/세종/충청지역은 연장 응답이 52.9%로 과반을 넘기며 높았다. 경기/인천은 연장 45.4% - 파기 45.3%로 팽팽했다. 연령별로는 40대(61.1%)와 50대(55.3%)가 파기로, 60세 이상은 연장(52.4%)으로 쏠렸다. 20대는 파기(46.8%)가 연장(39.0%)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높게, 반대로 30대는 연장(50.7%)이 파기(47.0%)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높았다.
성별로는 여성은 연장과 파기가 불과 0.4%p 차이로 팽팽했지만, 남성은 파기 52.7% - 연장 41.5%로 파기 의견이 과반을 넘기며 높았다.
점차 확대되는 폐기 목소리… 가능성 열어놓은 강경화 장관
▲ 지소미아는 초기 가능성이 거론될 때부터 침략을 반성하지 않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이란 점에서 한국 내에서 반대 여론이 높았다. 사진는 지한 2016년 11월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앞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한 가서명 반대'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이다. ⓒ 최윤석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해 심상정, 천정배 의원 등 소수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던 지소미아 폐기 주장은 이제 여당인 민주당 내부에서도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 협정은 초기 가능성이 거론될 때부터 침략을 반성하지 않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이란 점에서 한국 내에서 반대 여론이 높았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12년 6월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이 협정체결 안건을 기습 통과시켰다가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정식 서명을 보류했다. 박근혜 정부의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반대를 무릅쓰고 협정에 서명한 게 2016년 11월이고, 이때는 대통령 하야 촉구 촛불집회가 시작된 때이기도 하다.
다만 지소미아 폐기는 ▲ 경제사안이 아닌 안보사안이라는 점 ▲ 한미일 대북공조 차원에서 미국도 중시하고 있다는 점 ▲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세력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도 이런 점들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30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소미아는 동북아 평화를 위해선 필요하다고 본다"며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신중하게 판단할 문제"라고 신중론을 폈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계속 확대되고, 한국 내 여론이 더욱 악화될 경우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유력한 카드인 것은 분명하다. 지난 29일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회견에서 "한일 관계가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협력해야 할 과제는 제대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지소미아를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날인 30일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지소미아를 폐기해야 한다는 질문에 "지금은 유지 입장이나, 앞으로 상황전개에 따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두 나라 장관의 발언에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ARS) 혼용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이다. 조사 대상은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식으로 선정했고, 통계보정은 2019년 1월 말 행정안전부 국가인구통계에 따른 성·연령·권역별 사후 가중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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