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걸리던 게 석달로... 전경련 "깊은 아쉬움"
[일본,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전략물자 1120개 대상... 삼성전자, LG화학, 현대차 등 영향권
▲ 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일본 정부가 이날 각의(국무회의)에서 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인 백색국가 명단(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결정한 것과 관련한 뉴스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의 만류도 뿌리쳤다. 일본이 결국 2차 경제 보복을 강행했다.
일본 정부는 2일 한국의 국무회의격인 '각의'를 열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수출 규제의 영향권이던 삼성과 SK하이닉스 등을 비롯해, 현대기아차, LG화학 등의 부품·재료 공급에도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국가에 대해서는 전략물자 수출시 일반포괄허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일반포괄허가시 신청 서류는 허가신청서와 판정·총괄 책임자 등록증 등 2개만 준비하면 된다. 통상 1주일이면 허가가 이뤄지며, 허가는 3년 간 유효하다.
화이트리스트가 아닌 국가는 이런 편의가 사라진다. 일반허가 방식이 적용되는데, 절차가 무척 까다롭다. 신청 서류는 계약서까지 포함해 3개로 확대된다. 처리 기간은 90일로 늘어난다. 허가 유효 기간도 6개월로 줄어든다. 수입국 입장에서는 행정적, 시간적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전략물자 아닌 비전략물자에까지 영향 미칠수도
일본 정부가 전략물자가 아닌 비전략물자에도 수출허가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비전략물자 수입 시 화이트리스트 대상국은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았지만, 일반 국가는 경우에 따라 상황허가 통제를 받을 수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앞서 지난 7월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부품인 리지스트, 플루오드 폴리이미드, 에칭가스에 대해 수출 규제를 시작했다.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이들 품목에 대해 일본 정부가 수출 허가를 내준 것은 단 1건도 없다. 경제산업성이 다른 전략물자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결정한 수출무역관리령은 법령 공포 절차를 거쳐 본격 시행된다. 부처 수장인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서명하고 아베 총리가 연서한 뒤 공포 절차를 거쳐 그 시점으로부터 21일 뒤 시행된다. 본격적인 시행 시점은 8월 하순께로 전망된다.
현재 화이트리스트에는 한국을 포함하면 27개 나라가 지정돼 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화이트리스트 국가는 26개로 줄어든다.
삼성과 LG화학 비롯 현대기아차 등도 영향권
화이트리스트 배제 영향권에 들어가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LG화학, 현대기아차 등이다. 일본으로부터 부품이나 재료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기업들이다.
하나금융투자가 지난달 15일 낸 리포트를 보면, 일본 수입이 높은 품목은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기계(83%)와 반도체 웨이버 검사용 기계(68%) 등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부품 공급 기업 가운데 일본 공급기업의 비중은 5.0%로 SK하이닉스(4.7%)나 원익IPS(0.0%)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화학 분야에서는 LG 화학(일본 비중 9.1%), 자동차 분야에서는 현대차(7.7%)와 기아차(6.6%), IT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LG 이노텍(15.8%)과 삼성전기(13.8%), 에너지 분야에선 S-Oil(7.5%) 등이 영향권에 있다. 수출 규제의 영향권에 속하는 기업이 급증하는 것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업종별로 영향력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물량이 감소하면 장기적으로 영업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납품 기업들의 일본 비중이 높다면, (해당 기업) 이익 측면에서 반영 속도가 빠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경련 "한일 협력적 경제관계 심각하게 훼손"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을 내고 "일본 정부가 한국을 전략품목 수출 우대 국가인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깊은 아쉬움을 표한다"며 "일본 정부가 추가 수출규제를 결정한 것에 대해 한국 경제계는 양국 간의 협력적 경제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이어 "일본 정부는 이제까지의 갈등을 넘어서 대화에 적극 나서주기를 촉구한다"며 "우리 경제계도 경제적 실용주의에 입각해 양국 경제의 협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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