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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직행까지 단 1승, 여자배구 이렇게만 한다면...

도쿄올림픽 직행하기 위한 여자배구 대표팀의 비책은?

등록|2019.08.04 11:32 수정|2019.08.04 13:16
여자배구 대표팀이 2020 도쿄올림픽 대륙 간 예선전에서 마지막으로 싸울 상대는 러시아다. 도쿄 올림픽 직행을 위한 가장 중요한 경기이자, 대표팀이 그간 훈련의 초점을 맞춰 온 예선전 E조의 하이라이트 경기기도 하다.

러시아는 이번 예선전에서 지난 2018년 세계여자배구선수권과 비슷한 엔트리를 들고 나왔다. 우리나라와 경기에서 예상 라인업과 각 선수들의 특징을 소개한다.

레프트엔 보론코바의 출전이 예상된다. 보론코바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공격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 선수 중 그나마 리시브 구멍이 있다면 이 선수일 것이다. 이 선수에게 집요하게 목적타 서브를 넣는 것은 러시아전 승리의 가장 중요한 첫 단추이다.

185cm의 장신 세터 스타체바는 토스도 준수하고 수비도 좋다. 우리 대표팀의 서브가 약해서 스타체바가 별로 움직이지 않고 토스를 한다면 승산이 없다. 센터엔 코롤레바가 예상되는데 블로킹이 매우 좋다. 하이볼 상황에서 코롤레바 쪽으로 정면 승부를 보려 한다면 블로킹에 걸릴 확률이 높다.

레프트인 파루베츠는 단신이지만 준수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 반 박자 빠르게 블로킹이 비어있는 공간을 노리거나 블로킹을 보고 쳐내는 얄미운 공격을 한다. 이 선수만 잘 막아도 러시아의 공격이 단조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 선수에게는 절대 블로킹 사이를 비워둬서는 안 된다.

곤차로바는 무시무시한 타점의 공격을 자랑하는 러시아의 주포다. 리시브만 잘 되면 블로킹 위에서 때려버린다. 러시아의 위기 상황 때마다 올라가는 하이볼은 이 선수한테 간다고 보면 된다.

페티소바는 코롤레바와 짝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코롤레바가 블로킹을 잘한다면 페티소바는 공격을 더 잘한다. 지난 2018 세계선수권 때 우리는 페티소바의 공격을 거의 못 막기도 했다. 센터치고 수비도 준수한 편이다.

 

▲ 여자 배구 대표팀의 라바리니 감독과 김연경. ⓒ 김연경


러시아를 이길 비책 

지난 2018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러시아에게 3:0으로 완패했을 때 대표팀의 가장 큰 패인은 리시브였다. 경기 초반부터 리시브가 안 좋았는데, 이재영은 물론이고 주전 리베로 김해란까지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대표팀이 러시아를 이기려면 우선 안정된 리시브가 필요하다. 당시 경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표팀의 공격은 김수지의 이동 속공 페이크를 이용한 김연경의 잘라 들어오는 시간차였다. 몇 안 되는 호쾌한 득점이었는데, 이러한 시간차 공격을 비롯한 패턴 플레이는 일차적으로 리시브가 되어야 가능하다.

같은 아시아팀인 태국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첫 두 세트를 내리 따내며 러시아를 위협했다. 태국이 가져간 두 세트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 역시 리시브였다. 리시브가 안정되다 보니 태국 세터는 빠른 토스웍으로 자기가 하고자 하는 패턴 플레이를 마음껏 보여주었고, 러시아는 종잡을 수 없는 조직 플레이에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특히 태국은 센터를 이용한 주 공격수의 파고드는 시간차 공격을 집요할 정도로 많이 사용했는데, 센터 중심의 공격이 통하기 시작하자 양쪽 윙이 같이 살아나는 모습이었다. 어쩔 수 없이 하이볼로 때려야 할 때는 블로킹을 이용해 쳐내는 공격을 하거나 블로킹 사이사이로 때려내는 영리한 플레이가 나왔다.

러시아 전은 절대적으로 센터 공격이 살아나야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대표팀의 센터 공격은 호흡도 맞지 않고 힘이 실리지 않는 모습이다. 사실 속공은 세터와의 호흡 문제가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상으로 세터 두 명을 교체해야 한 건 아쉽다. 다행히 이효희-정대영은 같은 팀에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다. 이효희가 평소 도로공사에서 하는 센터 중심의 플레이를 그대로 보여준다면 승산이 높다.

생각보다 러시아 선수들의 수비가 끈끈하기에 맞춰 때리는 속공이나 캐나다 전에서 많이 시도한 페인트 공격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공격은 역습으로 이어져 점수를 내줄 가능성이 크다.

태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블로킹 득점을 많이 가져갔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태국은 서브로 리시브를 흔들고, 블로킹 사이를 촘촘하게 해서 파루베츠와 보론코바의 공격을 막는 패턴으로 블로킹 점수를 챙겼다. 러시아와 붙은 모든 강팀들이 두 선수의 왼쪽 공격을 블로킹과 수비로 막아내며 분위기를 탔다.

러시아의 주전 세터 스타체바는 리시브가 어느 정도 되면 센터 아니면 레프트로 공을 먼저 주는 성향이 있기에, 중앙과 왼쪽이 몇 차례 차단되면 그때부터 상당히 많이 흔들릴 것이다. 곤차로바도 물론 마크해야겠지만, 중앙 속공을 막아내고, 파루베츠와 보론코바의 왼쪽 공격을 블로킹으로 잡아낸다면 분위기를 확실하게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다.

리시브와 센터 공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강한 서브일 것이다. 러시아에서 가장 리시브가 약한 선수는 보론코바다. 러시아를 이긴 팀들은 모두 보론코바에게 서브를 집중했다. 묵직하고도 빠른 공에 보론코바의 리시브가 흔들리면, 이어지는 곤차로바의 하이볼은 아웃되거나 블로킹에 막힐 가능성이 크다.

지난 우리나라와의 경기에서도 이효희의 서브에 보론코바의 리시브가 계속 흔들렸고, 토스가 불안해지자 곤차로바는 공격 범실을 하기 시작했다. 강한 서브로 리시브를 흔들어놓고, 블로킹을 촘촘하게 막는 작전을 구사해야 한다. 툭툭 맞춰 때리는 서브는 상대 세터가 마음껏 플레이하도록 도와주는 것밖에 안 된다. 짧게 넣었다가 길게 넣었다가 서브에 길이감을 가져가는 것도 범실을 줄이면서 효과적으로 서브를 넣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대한민국과 러시아의 대륙 간 예선전 마지막 경기는 5일 새벽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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