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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이혜훈 겨냥한 손학규 "한국당 가려면 혼자 가라"

최고위서 작심 비판 “수모 견디는 이유, 다당제 때문"... 유승민 "손 대표 주장 사실과 달라"

등록|2019.08.05 11:46 수정|2019.08.05 11:46

입장하는 손학규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유승민·이혜훈 두 의원의 말을 종합해보면, 바른정당계가 손학규 퇴진을 이토록 요구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저 손학규를 퇴진시킨 후 (바른미래당을) 개혁보수로 잘 포장해서 자유한국당과 통합할 때 몸값을 받겠다는 거다. 그런 의도를 굳이 숨기지도 않겠다고 할 정도로 노골적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5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다. 손 대표는 "그간 제가 당내상황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발언을 시작했고, 이어 격앙된 목소리로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에 따르면 유승민 의원(전 대표)은 손학규 퇴진·지도부 교체 외 다른 혁신안은 가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혜훈 의원도 조용술 전 혁신위원을 불러 손학규 퇴진을 말했다"라며 이들을 콕 집어 비판했다.

이날 회의에도 오신환 원내대표를 비롯해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 등 바른정당계 출신 최고위원들은 불참했다. 지난달 24일 지도부 재신임 문제가 담긴 혁신안 상정을 두고 오 원내대표와 손 대표가 견해차를 보이다가, 오 원내대표 등 바른정당계 측이 이에 반발하며 최고위를 보이콧한 지 2주가 넘게 지났다. (관련 기사: '반쪽 최고위' 재현된 바른미래당... 손학규 저격한 오신환).

그간 최고위에서 당내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던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선 작심한 듯 "최근 몇 달여간 저는 제 정치인생이 송두리째 짓밟히는 경험을 했다. 당 대표의 권위는 부정당했고 찢기고 발가벗겨졌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모욕과 조롱까지 당해야 했다"고 쏟아냈다. 이는 앞서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 등이 손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던 상황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이어 "사람들이 그런 모욕과 수모를 당하면서 왜 그러고 있느냐고 가족들도 그러더라"면서 "제가 이 수모를 당하며 버티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다당제 초석인 바른미래당을 지키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격앙된 목소리로 "이 당을 자유한국당에 갖다 바치는 것만은 제 온몸을 바쳐서라도 막겠다는 그런 마음뿐"이라며 "제 의지는 확고하다. 바른미래당은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과도 통합하지 않을 것이고 정치적 이득을 위해 연대하는 일도 결코 없다"고 못 박았다.

"바른미래당 한국당에 갖다 바치려는 분들 있다면 포기해야"

손 대표는 "제가 질질 끌려다니고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일은 끝까지 막겠다. 제3의 길을 여는 데에 어떠한 수모도 견뎌내겠다"라며 "이 길에서 돌 치우고 쓰레기 치우며, 온몸 부서지고 망가져도 그 길을 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또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저는 정치를 떠났던 사람이다. 제가 이 정부에서 총리를 해서, 비례대표로 (의원직) 한자리 해서 뭘 하겠나"라며 사적 욕심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손 대표는 회의에서 "행여라도 바른미래당을 한국당에 갖다 바치려는 분들이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라. 한국당에 가려면 혼자 가지, 바른미래당을 끌고 갈 생각은 진작에 접길 바란다. 양당제가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하루빨리 그 당으로 돌아가라"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서는 "(유승민·이혜훈 의원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제3당을 지키겠다면 같이 협조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는 지금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다. 거기서 뭘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본다"며 "혁신위 측이 요구하는 공개검증에 대해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앞서 '추석 전 지지율 10%가 나오지 않으면 사퇴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된 질문에 "오늘 제가 다 얘기했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앞서 지난달 중순에도 그는 "답변을 보류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어, 이는 사실상 당대표직을 고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승민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즉시 보도자료로 손 대표 주장을 반박했다. 유 전 대표는 "저는 주대환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지도부 교체 외 안건은 모두 사소하고 가치 없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라며 "그 안건은 제가 주 위원장을 만나기 전 혁신위가 이미 최우선 안건으로 결정해놓은 것이었다. 이를 제가 뒤늦게 요구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거짓"이라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손 대표께서 허위사실로 저를 비난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손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편 전날(4일) 손 대표를 호위하는 당권파와 이를 비판하는 비당권파는 각기 기자회견을 열어 서로를 '당을 깨려는 검은 세력'이라고 비난하며 공방전을 벌였다. 당권파 측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은 "유승민 전 대표는 뒤에서 조종하지 말고 앞으로 나와 떳떳하게 야권 재편에 관한 본인의 구상을 밝혀라"고 요구했고, 비당권파인 혁신위 측은 "주 전 위원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 배후엔 손 대표가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이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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