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도 넘으면 배달음식 주문하지 않는 '사회적 합의' 필요"
[스팟인터뷰] 배달노동자들 건강상담 진행한 김형렬 직업환경 전문의
▲ 김형렬 가톨릭성모병원 직업환경 전문의 ⓒ 라이더유니온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1일 폭염이 심화됨에 따라 작업중지 권고 온도를 38도에서 35도로 낮추었다.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보통 폭염이 올 때 오히려 배달노동자들은 더 많은 주문을 처리한다. 더워서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눈비가 올 때도 마찬가지다. 폭우가 쏟아질 때면 배달노동자들은 목숨을 걸고 빗길 운전을 한다.
특히 헬멧을 쓰고 빠른 시간 안에 주문을 처리해야 하는 배달노동자들에게 여름은 더욱 쉽지 않은 계절이다. 라이더유니온은 페이스북에 지난달 19일 오토바이 위 온도를 측정한 결과 40도에 육박했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배달노동자 건강상담 프로그램이 끝난 직후인 5일 오후, 김형렬 직업환경 전문의를 전화 인터뷰했다. 김 전문의는 배달노동자들의 건강에 우려를 표하면서 "배달 노동자들에게 휴업급여가 지급되는 방안과 함께 35도 이상일 때나 눈·비가 올 때는 배달음식을 주문하지 않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고에 대한 후유증을 호소하는 배달노동자들이 많아"
- 배달노동자들의 건강이 다른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와 비교해 다른 점이 있었나?
"일단 일상 속에서 (오토바이) 사고를 많이 경험하기 때문에 사고에 대한 후유증을 갖고 계신 분들, 허리나 어깨, 목 통증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았다. 근무 시간이 불규칙하다 보니까 근무를 끝내고 늦게 식사를 하시는데 이런 경우 비만이 생길 확률이 높다. 또 비만이 있으면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도 생기게 된다. 다른 사람들처럼 건강 검진에 대한 접근성이 높지도 않다.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도 많이 떨어진다. 건강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배달노동자들에게도 전반적으로 만성 질환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
- 배달노동자들의 경우 밖에서 일하다 보니 여름에 더 힘들 것 같다.
"지금처럼 고온에서 일을 하면 탈수 증상이 발생할 수 있고, 열사병의 위험도 커진다. 또 비가 억수 같이 오는 장마철에는 사고의 가능성도 커진다. 오늘은 여름철에 일을 할 때 탈수 예방을 위한 수칙 등을 공유했다."
▲ 한 라이더가 라이더유니온에 보내온 '현재 온도' 인증 ⓒ 라이더유니온
- 프로그램에 참여한 배달노동자들의 경우 주로 어떤 어려움을 호소했나?
"근무 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산재 보험 등 혜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정보를 들을 기회가 없어 현실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오토바이 보험료가 비싸서 보험을 들기 어려운 문제, 갑질 고객들에 대한 이야기 등도 나눴다. 배달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는 내가 상담을 한다고 바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직고이 된다든지, 배달노동자를 위한 안전 보건 관련 규정 등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더 중요한 문제 같다."
- 몇몇 플랫폼 업체의 경우 배달노동자들에게 '폭염 수당'을 준다. 이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나?
"당연하다. 예를 들어 35도가 넘을 때는 500원을 줬으면 40도가 넘으면 1000원을 줄 것인가? 35도 이상에서는 업무를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필요하다. 실제 이런 작업중지권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되어 있고, 적용 방법을 찾아 봐야 한다. 그런데 일을 안 하거나 없어지면 배달 노동자들은 어떻게 자신의 임금을 유지하나?
직고용이 답일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날씨가 더워지면 배달음식을 더 많이 시켜 먹는다. 결국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더운 날씨에 내가 배달을 시켜 먹었을 때 누군가 불편한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렇게 노동을 해야지만 생활임금이 유지된다. 그러다 보니 폭염 수당을 받고 무리해서 노동을 더 하게 되고, 더 위험한 환경에 처한다."
- 앞으로 어떻게 환경을 바꿔나갈 수 있을까?
"배달노동자들의 직고용 돼야 실질적인 안전보건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내 생각에는 35도 이상에서는 배달 금지를 시키고, 일을 못 하는 동안 고용보험에서 휴업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 어떨까 싶다. 그렇게 된다면 심하게 눈이나 비가 내릴 때 배달을 안 할 수 있고, 배달이 안되면 이런 날 주문은 하는 경우도 줄어들 것이다. 지금은 날씨가 안 좋으면 배달 오더가 더 늘어난다. 대행 업체에서는 배달노동자들에게 돈을 더 줄 테니까 위험하더라도 오라고 하지 않나. 그런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폭염수당'이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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