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폐기, 찬성 47.7% > 반대 39.3%
[오마이뉴스 주간 현안 여론조사] 화이트리스트 배제 전보다 3%p 벌어져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 대응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아래 지소미아)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우리 국민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7.7%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의견은 39.3%로, 둘 사이 차이는 오차범위(±4.4%p)를 꽉 채운 8.4%p였다. (모름/무응답 13.0%)
이 결과는 일주일 전(7월 30일) 아직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이 나기 전에 실시했던 같은 여론조사와 비교할 때 격차가 다소 벌어지기는 했지만(5.4%p → 8.4%p) 여전히 오차범위를 벗어난 차이는 아니다. 당시는 지소미아를 파기해야 한다는 응답이 47.0%, 연장해야 한다는 응답이 41.6%였다.
Q.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며 경제보복을 확대한 데 대응하여, 한국도 지소미아, 즉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택지 1~4번 순역순 배열)
1번. 매우 찬성한다
2번. 찬성하는 편이다
3번. 반대하는 편이다
4번. 매우 반대한다
5번.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찬성 쪽은 '매우 찬성' 응답이 23.8%였고 '찬성하는 편' 응답이 23.9%였다. 반대 쪽은 '매우 반대' 응답이 19.8%, '반대하는 편' 응답이 19.5%였다.
응답은 지지정당에 따라 극명히 나뉘었다. 민주당 지지층의 압도적 다수인 70.8%가 지소미아 폐기에 찬성했다. 매우 찬성 40.2% 〉 찬성하는 편 30.5% 〉 반대하는 편 11.7% 〉 매우 반대 4.0%로, 찬성 쪽으로 급격히 쏠린 모양새다.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역시 압도적 다수인 76.5%가 지소미아 폐기에 반대했다. 매우 반대 45.4% 〉 반대하는 편 31.1% 〉 찬성하는 편 9.3% 〉 매우 찬성 5.3%로, 정반대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에 따른 분석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국정수행 긍정평가층의 73.2%가 찬성 응답을 선택했다. 반대로 부정평가층은 71.1%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념성향별 분석에서도 진보층의 67.7%가 찬성 의견을, 보수층의 57.4%가 반대 의견을 선택했다. 중도층은 반대 45.6% - 찬성 44.2%로 팽팽했다.
지역별로 찬성이 우세한 지역은 광주/전라(찬성 63.5%), 서울(52.7%), 부산/울산/경남(49.9%)이었고, 반대가 우세한 지역은 대구/경북(반대 46.7%)이었다. 경기/인천과 대전/세종/충청 지역은 찬성이 다소 우세했지만 오차범위 안이었다. 연령별로는 40대(찬성 59.6%)와 50대(54.2%)에서 찬성이 과반을 넘기며 우세했고,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찬반이 엇갈렸다.
남녀 모두 찬성 쪽이 높았지만, 남성은 과반(52.9%)이 찬성 쪽으로 기운 반면, 여성은 오차범위 안이었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전과 후, 불과 3%p 차이… 여전히 신중한 여론
▲ 기자회견하는 아베 총리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원폭 희생자 위령식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국이 한일 청구권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일방적으로 하면서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 연합뉴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일본의 경제보복 확대 조치에도 한국의 여론은 지소미아 폐기에 대해 신중히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가 시행되기 전 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파기 쪽은 0.7%p 늘었고 연장 쪽은 2.3%p 줄어들었지만, 찬반 격차가 여전히 오차범위 안에 있어 여론 지형에 급격한 변화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일본의 조치에 대해 격앙된 반응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지소미아 폐기 문제에 있어서는 급격히 쏠리지는 않은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지소미아가 경제가 아닌 안보 사안이며, 한미일 대북공조 차원에서 미국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조사가 실시된 6일 당일에 북한이 또 발사체를 쏘아올린 점도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소미아 폐기 카드는 여전히 살아있다. 외교부는 "현재로는 협정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러 중요한 상황 변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이를 감안해 판단할 것"(5일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라고 협정 종료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소미아 주무부처인 정경두 국방부장관도 같은 날 국회에서 "협정을 연장하는 것으로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었는데, 최근 일본과 신뢰가 결여됐고 수출 규제나 화이트리스트 배제와도 연계돼 있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할지 폐기할지 결정할 수 있는 시한은 오는 24일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시행령을 공포하는 날은 7일이며, 시행일은 28일이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ARS) 혼용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조사 대상은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식으로 선정했고, 통계보정은 2019년 7월 말 행정안전부 국가인구통계에 따른 성·연령·권역별 사후 가중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 '아베규탄' 행진하는 시민들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규탄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정권 규탄 3차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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