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무력화? 재건축 사업자들이 눈독 들이는 '이것'
임대주택 등록 후 분양시 예외 대상... 법령 재정비 시급
▲ 힐스테이트 세운이 들어설 세운3구역 부지 모습. ⓒ 이희훈
민간 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예고된 가운데 재개발·재건축 사업자들이 임대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법적 의무임대기간을 채운 뒤 분양을 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인데,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직방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힐스테이트 세운과 서울 용산 유엔사 부지, 브라이튼 여의도 등은 분양 대신 '임대 후 분양'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임대 후 분양'이란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해 적게는 4년, 많게는 8년의 의무 임대 기간을 채운 뒤, 아파트를 분양하는 방식이다. 분양가를 최대한 높이기 위한 방책이다.
브라이튼 여의도의 사업자인 신영컨소시엄도 3.3㎡당 3000만 원 후반 수준으로 책정했지만, HUG의 분양 보증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 유엔사 부지도 사업자가 희망하는 가격에 분양가격이 확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임대 후 분양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 안받아
그런데 사업자들이 '임대 후 분양 전환'을 선택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분양가를 책정할 때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는다. 우선 건물을 다 지어놓고 분양을 하기 때문에, HUG의 분양 보증 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분양가상한제 적용도 받지 않는다. 현행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42조 3항에 따르면, 민간임대주택이 의무 임대 기간을 마치고 분양을 할 경우 해당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예외 대상이 된다. 즉, 의무 임대기간만 채우면 사업자 마음대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인원 한남'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고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었다. 서울 용산구 노른자위 땅에 들어서는 나인원 한남은 '4년 임대 후 분양'을 결정했다. 당초 일반 분양을 하려 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 보증을 해주지 않자 이런 전략을 택했다.
이 단지의 임대보증금만 따져도 3.3㎡당 4500만 원의 고가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분양전환가격은 3.3㎡당 6100만 원, 펜트하우스는 3.3㎡당 1억 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대로 두면 분양가상한제 자체가 무력화"
현재로서는 이런 아파트의 고분양가 책정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
최환석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다면, 덩치가 큰 강남 재건축 단지들도 임대 이후 분양 전환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장기 임대(8년)는 무리겠지만, 단기임대(4년)라면 임대 보증금을 건축비로 회수하면서 버틸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 분양가상한제도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분양가상한제 예외 대상을 규정한 조항을 그대로 둔다면 분양가상한제가 무력화될 수 있다"며 "법령을 신속히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뒤늦게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임대 후 분양 전환을 하는 아파트가 고분양가로 책정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면서 "관련 법안에 대해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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