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자우림 김윤아의 말에 눈물이 주르륵
[이끼녀 리뷰] 세븐틴 ‘Home', 김윤아 ’Going Home', JJ프로젝트 ‘Coming Home'
'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편집자말]
음원 사이트에 'Home'이라고 입력해보니, 여러 페이지에 걸쳐 노래들이 정렬됐다. 그 중 세 곡을 들어보려 한다. 세븐틴의 'Home', 김윤아의 'Going Home', 갓세븐 유닛인 JJ프로젝트(JB·진영)의 'Coming Home'이다.
▲ ⓒ Unsplash
집에 가고 싶다 / 집에 간다
집이 멀었다 / 집에 다 와간다
위의 두 문장은 엄연히 다르다. 아래의 두 문장도 확연히 다르다. 흔히 "집에 가고 싶다", "나 집에 갈래"라고 말할 때 우리는 무척 지쳐 있는 상태이기 일쑤다. 집에 간다고 하더라도, 집에 도착하려면 아직 한참 남은 것과 집에 거의 다 와가는 갈 때의 감정 상태도 무척 다르다. 돌아갈 집이 너무 멀리 있을 때 절망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세 곡의 공통점이 있다면 '집에 가고 싶거나', '집으로 가는 길이 먼' 상태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자의 마음 상태가 그렇게 즐겁고 신나지만은 않다. 대체로 방황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외롭고 험난하다. 호메로스의 소설 <오딧세이아>는 주인공 오딧세우스가 트로이 전쟁 후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겪는 고난과 방랑의 이야기를 다룬다. 오딧세이아는 '영웅 오딧세우스의 노래'라는 뜻이다.
세븐틴, 'Home'
▲ 세븐틴 'Home' 앨범 이미지 ⓒ 플레디스
"내가 뭘 어쩌겠어 나는 너가 없으면/ 낡은 로봇처럼/ 맘이 멈추고 늘 차가워/
어쩌겠어 난 너가 없으면/ 내 마음 편히 기댈 집이 없어/ (중략)/ 나는 이렇게 너를 보내고 싶지 않아/ 맘이 부서진 채로/ 매일 무섭고 싶지 않아"
'이렇게 너를 보내고 싶지 않다'는 가사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화자는 집 밖에서 헤매는 중이다. 너는 나의 집이고 나는 너의 집이다. 집 밖에 있는 화자는 위의 네 가지 중 '집에 가고 싶다'의 상태다. 그럴 때 느끼게 되는 감정은 초조함, 불안함, 고독감이다. '나는 너가 없으면 낡은 로봇처럼 맘이 멈추고 늘 차가워'란 가사가 그런 마음을 잘 대변한다.
"이미 나는 너의 마음을/ 앞지른 것 같아 지금은/ 그렇다고 네 맘이 작다는 게 아냐"
이 곡의 가사 중 가장 근사한 대목이 아닐까 싶다. 너는 나의 집이기 때문에 함께 있어야 하는데 '내가 너의 마음을 앞질러' 먼저 가버렸다면, 그건 곧 집밖에서 헤매고 있음을 뜻한다. 들을수록 슬픈 노래다.
김윤아, 'Going Home'
▲ 김윤아 ⓒ JTBC
자우림의 김윤아가 지난 2010년에 발표한 노래 'Going Home' 역시 집으로 가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우울한 정서가 낮게 깔려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는 햇살에 마음을 맡기고/ 나는 너의 일을 떠올리며/ 수많은 생각에 슬퍼진다/ 우리는 단지 내일의 일도/ 지금은 알 수가 없으니까/ 그저 너의 등을 감싸 안으며/ 다 잘 될 거라고 말할 수밖에"
무력감에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지만 홀가분하고 안정감 있는 마음이라기보단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해하는 마음이다.
"이 세상은 너와 나에게도/ 잔인하고 두려운 곳이니까/ 언제라도 여기로 돌아와/ 집이 있잖아 내가 있잖아"
JJ Project, 'Coming Home'
▲ JB와 진영 ⓒ JYP
갓세븐의 두 멤버 JB와 진영이 유닛팀을 이룬 JJ프로젝트가 2017년 발표한 곡 'Coming Home'은 집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여정과 그 흐름 위에서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잘 표현한다.
"돌아왔지 너무나도 멀리/ 영원할 것 같던 시간 지나/ 잘 지냈어 보고 싶었던 너/ 슬픔이 눈에서 떨어져요/ 내일이면 볼 수 있겠지/ 그 희망이 목을 조여와
공허함을 지날 땐 찬바람이/ 불어와 찬바람이 불어와 baby/ 그리움을 지날 땐 봄비가/ 내려와 내려와 날 적시죠/ I said I'm coming home"
첫 구절의 가사처럼 멀리 돌고 돌아 드디어 집으로 향하는 화자는 힘든 여정을 겪고 있다. 공허함과 그리움을 지나며 찬바람과 봄비를 맞기도 한다. 그러다가 끝내 집에 가까워진다.
"I'm coming home coming home/ 길고 긴 이 터널을 지나/ 어느새 끝이 보이네요/ 빛이 보일 때쯤/ 그대 미소 볼 수 있겠죠/ 제자리에 있어줘요/ 내가 지금 거기 갈게요/ 저기 집이 보여요 이제 저 문을 열면/ 저 문을 열면 그대가/ 팔을 벌려 날 안아 날 안아 주겠죠/ 꿈은 아니겠죠"
긴 터널을 지나서 드디어 저기 집이 보일 때, 그땐 공허하고 그리운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고 벅차고 기쁜 감정이 차오른다. 동시에 '제자리에 있어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까지 더해져 복합적인 심정이 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험난하지만, 그 여정을 견디게 해주는 건 나를 반겨줄 사랑하는 사람이 집에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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