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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수입 세계 1위 국가 한국, 식량 주권 지킬 수 있을까

등록|2019.08.14 18:21 수정|2019.08.14 18:28
 

"GMO는 안돼"오스트리아 빈 근교 한 옥수수밭에 'No GMO(유전자 변형 식품)' 문구가 새겨져 있다.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와 오스트리아 내 유기농 농가 조직 '바이오 오스트리아'는 유럽 연합의 GMO 관련 정책을 반대하며 이같은 캠페인을 벌였다. ⓒ 연합뉴스


한국인 인기 해외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글로벌 호텔 검색엔진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인기 여행지 2위에 베트남 다낭이 올랐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풍성한 먹거리, 저렴한 물가로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베트남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기 관광지보다는 '월남전'으로 기억되던 나라였다.

미군은 1962년부터 1971년까지 베트남에 약 8천만 리터에 달하는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를 살포했다. 베트콩의 은신처였던 열대 밀림을 고사시키기 위해서였다. 베트남 고엽제 피해자 단체는 최소 400만 명의 베트남 국민이 독성에 노출되었고, 100만 명 가량이 암, 신경계 장애 등 다양한 질병과 기형아 출산과 같은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낭 공항은 다량의 고엽제를 저장하고 보급하던 곳 중 하나로 오늘날까지 환경정화 및 복원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독성이 강한 제초제로 알려진 에이전트 오렌지를 생산한 기업은 오늘날 초국적 농산물 복합기업으로 세계 시장을 평정한 몬산토이다. 전 세계 유전자조작식품(GMO) 특허의 90%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작물 종자 사용권의 67%를 소유한 몬산토의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현재 전 세계 경작지의 13%를 차지하는 GMO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다. 미국에서 나는 콩과 옥수수는 80% 이상이 GMO이다.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액상 과당의 대부분이 바로 이 수입산 GMO 옥수수로 만들어진다.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두부,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수입산 콩 역시 대부분이 GMO이다. 실제로 지난해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수입 콩 두부 제품 8개 중 7개에서 GMO 유전자가 검출됐다. 한국은 연간 1,000만 톤의 GMO 곡물을 수입하며, 1인당 연간 GMO 소비량은 45㎏으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이렇듯 GMO는 이미 우리 일상에 깊게 침투해있지만 허술한 표시제로 인해 우리가 먹는 것이 GMO인 줄도 모르는 상황이다. GMO에 대해 꼭 알아야 할 3가지 쟁점에 대해 알아보자.

1. 농약 사용량은 줄고 생산량은 획기적으로 늘어난다?

GMO 사용을 주창하는 이들은 GMO 작물이 제초제 저항성과 살충 효과가 있어서 농약 사용량은 줄어들고 생산량이 늘어난다고 말한다. 제초제 저항성을 가진 GM 작물을 심으면 처음에는 주변 잡초들이 수월하게 제거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잡초들이 내성이 생겨 제초제 사용량을 늘리거나, 새로운 GMO 종자를 개발해야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2016년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지난 1998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에서 GMO 작물을 재배한 농가에서 농약 사용량이 증가했다. 식량 생산량 역시 획기적으로 늘지 않았다. 같은 해 뉴욕타임스는 GMO 허용 이후 20년 동안 GMO 작물을 재배하는 미국과 캐나다의 곡물 산출량이 유럽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고 보도했다. 사탕무 생산량의 경우 서유럽이 미국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했으며, GMO를 도입하지 않은 전통방식의 사탕무 생산 증가속도가 더 빠르다고 밝혔다.

2. 매일 수억 명이 먹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

GMO의 가장 큰 맹점은 위험성도, 안정성도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아직 GMO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실하게 드러난 과학적 증거는 없으나 충분히 의심할 만한 연구 결과들이 있다. 2012년 프랑스 칸 대학에서 발표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2년 동안 GM 옥수수와 라운드업(제초제)을 장기간 섭취한 쥐에서 장기 손상, 뇌종양, 유방암, 신장과 간 질환과 불임, 난임, 기형아 발생 등의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2015년 MBC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소개된 아르헨티나 차코 주 GM 콩 재배지역 주민들의 기형아 출산율 급증 및 사망자 속출 사태 또한 충격적이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대 콩 수출국으로, 차코 주는 농경지의 90% 이상에서 콩을 재배한다. 문제는 이곳에 GM 콩을 재배하면서 발암 물질인 글리포세이트 성분의 라운드업 제초제를 광범위하게 살포하며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GM 콩에 살포된 과다한 양의 제초제가 기형아 출산, 암 발생 등의 문제와 연관됐다고 지적했다.

3. 식량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2016년 6월, 10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그린피스에 GMO, 그중에서도 특히 '골든 라이스(Golden Rice)'에 대한 반대 운동을 포기하라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골든 라이스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비타민 A를 강화한 쌀이다. 이 쌀의 보급을 지지하는 이들은 골든 라이스가 기아로 고통 받는 개발도상국 아이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인데 그린피스의 반대로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린피스가 논평에서 밝힌 것처럼 20년 이상 연구한 골든 라이스가 개발되지 못한 이유는 환경단체의 반대 때문이 아니라 비타민 A 결핍을 해결할 수 있다는 과학적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곡물 생산량과 소비량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식량 부족 국가는 이를 살 돈이 없을 뿐이다. 국제환경단체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은 전 세계의 기근과 영양결핍을 해결하기 위한 더 값싸고 효과적인 대안이 GMO 작물 재배에 있는 것이 아니라 ▲ 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수출보다는 현지 소비를 위한 식량 생산 역량 구축 ▲ 농업생태계 연구와 지원 확대(전통농업, 토종 종자, 지속가능성, 협동조합 등) ▲ 농산연료 생산을 위한 대규모 농지 전환 중단 ▲ 육류소비 및 음식물 찌꺼기 저감에 있다고 밝힌다.

표시제는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앞서 살펴본 것처럼 GMO를 둘러싼 논쟁은 상업 재배를 시작한 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뜨겁게 이어지고 있지만 무엇 하나 명확히 밝혀진 바 없이 우리는 매일같이 GMO를 접하고 있다. 한국은 GMO 수입 1위 국가임에도 식품 전체에 GMO 함유 표시를 하지 않고, 표기 면제 범위 역시 굉장히 넓어 사람들은 자신이 먹는 것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길이 없다.

특히 현행법에서는 유전자조작 DNA 또는 단백질이 검출되지 않는 최종 제품의 GMO 표시 의무를 면제하기 때문에 콩, 옥수수 등 GMO 원료를 주로 하는 식용유, 간장과 같은 일상에서 피하기 어려운 필수 식자재의 GMO 함유 여부를 알 수 없다. 외식 비중이 높고 식량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먹을거리에 대한 진정한 선택이란 존재할까?

먹을거리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소비자'로서 개인의 선택권을 강조하는 인식이 주요하게 자리 잡았다. 기존의 먹을거리 생산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생산자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자신의 먹을거리 자체에만 신뢰를 부여하는 '위험회피' 현상이 큰 지류가 되었다. 우리에게는 집단적 차원의 위험극복 전략이 필요하다.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된 건강하고 문화적으로 적절한 먹을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먹을 권리와 농업체계를 규정할 수 있는 권리를 지켜내는 것. 개인의 선택을 넘어 식량 주권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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