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복사기 신도리코 N606 컬러 스캔 가능 취득단가 5,489,000 취득일 2012-09-11
#텔레비전 엘지전자 PDP 스탠드 중형 107cm 취득단가 844,530 취득일 2010-02-06
#작업용 의자 취득단가 81,510 취득일 2002-07-08
#선풍기 취득단가 39,210 취득일 2010-08-10
열대야가 아직은 기승을 부리는 8월 중순입니다.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는 이 같은 계절에 서민들의 필수품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14일 점심시간 무렵 멀쩡한 선풍기가 순식간에 폐기되어 쓰레기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건설폐기물 수거업자가 쇠집게로 선풍기를 모아서 적재함에 싣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상당기간 사용가능한 선풍기는 이제 한낱 골치 아픈 산업쓰레기로 바뀌었습니다.
문제는 이날 수명을 다한 선풍기 가운데 한대는 불과 몇 분전에 코드에 꽂아서 돌려보니 잘만 돌아가던 선풍기였다는 점입니다. 다른 선픙기도 마찬가지로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을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도 멀쩡한 선풍기가 폐기되어 순식간에 산업쓰레기로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장은 씁쓸하게도 우리나라 행정의 중심지인 세종 행정도시에 있는 국민권익위 청사 앞이었습니다.
이날 국민권익위는 그동안 취득한 각종 사무용품과 전자제품이 사용내구 연한을 경과했다고 전문 폐기물 처리업자를 불러다 폐기 처분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건설 폐기물 전문 수거용 차량은 청사 앞에 내다놓은 의자와 책상 등 사무용 가구는 쇠집게로 부숴서 적재함에 차곡차곡 싣고 있었습니다.
업체가 이날 폐기처분하고 있는 것은 이뿐이 아니었습니다. 선풍기 복사기 대형 TV와 전산용 서버 컴퓨터 모니터 등 각종 전자제품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회의용 탁자는 아무런 흠집이 없는 등 멀쩡했습니다. 접이식 의자 또한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였습니다.
다만 몇몇 사무용 의자는 손상된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그 또한 조금만 수리하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산용 서버는 물론 복사기 대형 TV등의 전자제품은 현장에서 곧 바로 폐기하지 않고 외부에서 처리하려고 하는지 1t 화물차에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폐기 절차를 묻는 질문에 현장을 감독하고 있던 국민권익위 소속 공무원은 '전자제품이나 전산 장비가 외부에서 그대로 폐기되는지 또는 재활용되는지 여부는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멀쩡해 보이는 이들 고가의 전자제품이 재활용 된다는 보장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멀쩡한 제품이 순식간에 폐기되고 있는 모습에 지나던 사람들도 안타까워했습니다.
청사 미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여성 노동자 몇몇 분이 다가와서는 '가져가도 되느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단호하게 거절당했습니다. 현장에서 폐기를 감독하고 있던 국민권익위 소속 공무원은 '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어 개인이 가져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그 공무원에게 기자 신분임을 밝히고 물었습니다.
"당신 집에 있는 물건이라면 이렇게 멀쩡한 물건들을 돈까지 주고 폐기하겠습니까?"
"......."
공무원의 표정에는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가뜩이나 더운데 그 공무원은 한동안 답변을 못한 채 얼굴만 붉게 상기만 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거듭되는 질문에 그 공무원이 힘겹게 말했습니다.
"규정에 따라 내구연한이 지난 제품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으로서 자기는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극히 사무적인 답변이었습니다.
멀쩡한 선풍기는 물론 멀쩡한 접이식 의자 등 사무용 가구 등이 순식간에 폐기처분 되는 모습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국민세금으로 사들인 수백만 원이 넘는 고가의 복사기까지 불과 사용한 지 7년 만에 내다버리는 것이 국민 정서에 맞을지에 대해서였습니다.
더욱 씁쓸했던 것은 맞은편 법제처 청사 방문객용 접견실에 있는 의자 때문이었습니다. 의자의 천은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접이식 의자를 폐기하는 대신에 접견실 의자를 바꿀 수 는 없었을까요? 또 의자의 천을 세탁하는 게 그렇게 힘들었던 것일까요?
대한민국 행정의 중심부에서 이날 목격한 일은 민간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광복절을 맞아 하루를 푹 쉬었지만 기분이 아직까지 개운치 않습니다.
#텔레비전 엘지전자 PDP 스탠드 중형 107cm 취득단가 844,530 취득일 2010-02-06
#선풍기 취득단가 39,210 취득일 2010-08-10
▲ 건설폐기물 업자가 선풍기 등을 수거해 적재함에 싣고 있습니다. ⓒ 추광규
열대야가 아직은 기승을 부리는 8월 중순입니다.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는 이 같은 계절에 서민들의 필수품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14일 점심시간 무렵 멀쩡한 선풍기가 순식간에 폐기되어 쓰레기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건설폐기물 수거업자가 쇠집게로 선풍기를 모아서 적재함에 싣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상당기간 사용가능한 선풍기는 이제 한낱 골치 아픈 산업쓰레기로 바뀌었습니다.
문제는 이날 수명을 다한 선풍기 가운데 한대는 불과 몇 분전에 코드에 꽂아서 돌려보니 잘만 돌아가던 선풍기였다는 점입니다. 다른 선픙기도 마찬가지로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을 듯 보였습니다.
▲ 선풍기 한 대를 가져다가 전기에 꽂아 보니 정상적으로 작동했습니다. ⓒ 추광규
▲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선풍기는 하지만 몇 분 후 그 수명을 다하고 순식간에 쓰레기로 변해야만 했습니다. ⓒ 추광규
그런데도 멀쩡한 선풍기가 폐기되어 순식간에 산업쓰레기로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장은 씁쓸하게도 우리나라 행정의 중심지인 세종 행정도시에 있는 국민권익위 청사 앞이었습니다.
이날 국민권익위는 그동안 취득한 각종 사무용품과 전자제품이 사용내구 연한을 경과했다고 전문 폐기물 처리업자를 불러다 폐기 처분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 해당 물품의 원 소유자는 국민권익위원회였습니다. ⓒ 추광규
건설 폐기물 전문 수거용 차량은 청사 앞에 내다놓은 의자와 책상 등 사무용 가구는 쇠집게로 부숴서 적재함에 차곡차곡 싣고 있었습니다.
업체가 이날 폐기처분하고 있는 것은 이뿐이 아니었습니다. 선풍기 복사기 대형 TV와 전산용 서버 컴퓨터 모니터 등 각종 전자제품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 이날 폐기 처분 물품중 하나인 복사기 입니다. ⓒ 추광규
▲ 대형 TV뒷면을 살펴보니 부패방지국 부위원장실에서 사용하던 스탠드형 107cm TV입니다. ⓒ 추광규
이 가운데 회의용 탁자는 아무런 흠집이 없는 등 멀쩡했습니다. 접이식 의자 또한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였습니다.
다만 몇몇 사무용 의자는 손상된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그 또한 조금만 수리하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산용 서버는 물론 복사기 대형 TV등의 전자제품은 현장에서 곧 바로 폐기하지 않고 외부에서 처리하려고 하는지 1t 화물차에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 복사기는 물론 전산 서버등 고가의 전자 장비가 잔뜩 실려 있었습니다. ⓒ 추광규
폐기 절차를 묻는 질문에 현장을 감독하고 있던 국민권익위 소속 공무원은 '전자제품이나 전산 장비가 외부에서 그대로 폐기되는지 또는 재활용되는지 여부는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멀쩡해 보이는 이들 고가의 전자제품이 재활용 된다는 보장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멀쩡한 제품이 순식간에 폐기되고 있는 모습에 지나던 사람들도 안타까워했습니다.
청사 미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여성 노동자 몇몇 분이 다가와서는 '가져가도 되느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단호하게 거절당했습니다. 현장에서 폐기를 감독하고 있던 국민권익위 소속 공무원은 '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어 개인이 가져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 국민권익위 입구 입니다. ⓒ 추광규
그래서 그 공무원에게 기자 신분임을 밝히고 물었습니다.
"당신 집에 있는 물건이라면 이렇게 멀쩡한 물건들을 돈까지 주고 폐기하겠습니까?"
"......."
공무원의 표정에는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가뜩이나 더운데 그 공무원은 한동안 답변을 못한 채 얼굴만 붉게 상기만 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거듭되는 질문에 그 공무원이 힘겹게 말했습니다.
"규정에 따라 내구연한이 지난 제품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으로서 자기는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극히 사무적인 답변이었습니다.
멀쩡한 선풍기는 물론 멀쩡한 접이식 의자 등 사무용 가구 등이 순식간에 폐기처분 되는 모습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국민세금으로 사들인 수백만 원이 넘는 고가의 복사기까지 불과 사용한 지 7년 만에 내다버리는 것이 국민 정서에 맞을지에 대해서였습니다.
▲ 민원실에 비치되어 있는 의자는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 추광규
더욱 씁쓸했던 것은 맞은편 법제처 청사 방문객용 접견실에 있는 의자 때문이었습니다. 의자의 천은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접이식 의자를 폐기하는 대신에 접견실 의자를 바꿀 수 는 없었을까요? 또 의자의 천을 세탁하는 게 그렇게 힘들었던 것일까요?
대한민국 행정의 중심부에서 이날 목격한 일은 민간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광복절을 맞아 하루를 푹 쉬었지만 기분이 아직까지 개운치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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