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김고은-정해인 두 남녀의 '사랑'
[리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감성 멜로 <유열의 음악앨범>
▲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포스터 ⓒ CGV 아트하우스
2010년대 들어서 한국 영화시장에서 '멜로' 장르가 점차 소외를 받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는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시월애> <클래식>과 같은 멜로 영화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액션 영화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이 때문에 멜로가 설 자리도 점차 좁아지고 있다.
지난 28일 개봉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그간 멜로 영화를 기다려왔던 관객들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컷 ⓒ CGV 아트하우스
▲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컷 ⓒ CGV 아트하우스
그렇게 몇 달이 흘러 미수와 현우가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되던 크리스마스의 겨울 밤, 우연히 현우를 보고 제과점에 들어온 현우의 친구들이 제과점을 찾아 소란을 피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현우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친구들과 함께 밖을 나선다. 미수와 은자는 현우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을 직감한다.
3년의 시간이 흐르고, 미수제과점은 더 이상 문을 열지 않는다.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던 미수는 안정적인 소득을 얻기 위해 공장 사무직으로 취업한다. 그러던 어느 날 문 닫은 미수제과점을 들른 미수 앞에 현우가 나타난다. 서로 반가워하지만, 이후에도 두 사람은 계속 어긋난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1994년, 1997년, 2000년, 2005년까지 총 네 번의 시점을 배경으로 구성됐다. 영화는 11년 동안 만나고 엇갈리기를 반복하는 두 남녀를 그려내는 동시에, 그들이 서로 어긋날 수밖에 없었던 뒷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 그렇게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이별해야 했던 기억을 하나씩 하나씩 불러 모으며 관객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그저 그때 그 시절을 즐기자
▲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컷 ⓒ CGV 아트하우스
▲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컷 ⓒ CGV 아트하우스
영화에는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약속을 잡고 만날 수 있는, 지금이라면 절대 느낄 수 없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 시절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다. 메신저와 SNS는 물론 휴대폰도 없어 연락이 닿지 않을 때면 초조함을 느껴야 했던 그 시절의 연애담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유열의 음악앨범>을 볼 예정인 관객들에겐 '그저 그때 그 시절을 즐기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10대 관객들이라면 전혀 겪어 보지 못했던 과거이기에 공감대가 적을 수 있겠지만, 20대 후반 이상의 관객이라면 어릴 적 봐왔던 동네의 풍경, 간판들 그리고 지금은 촌스러워 보이는 티셔츠마저 아련하게 다가올 것이다.
한편 영화는 의상부터 공간, 미술, 음악 전 분야에서 그 당시의 모습들을 회상시키는 다양한 오브제를 배치시켰는데, 세심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 영화는 <침묵> < 4등 > <모던보이> 등 상업영화부터 독립영화까지 자유자재로 연출하며 폭넓은 경험을 가진 정지우 감독의 작품. 정 감독은 특유의 섬세하고 디테일이 돋보이는 연출로 영화를 조각하며 관객들을 더욱 깊이 매료시킨다.
그중에서도 세계적인 뉴에이지 아티스트 Yanni의 곡부터 신승훈, 이소라, 루시드폴 등 당대를 풍미했던 감미로운 목소리와 핑클, 모자이크 등 경쾌하고 발랄한 음악이 한데 어우러져 다채로운 음악을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그동안 잊혔던 한국 멜로 영화의 저력을 보여준 <유열의 음악앨범>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1994년으로 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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