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성 침해하고 차별 야기하는 괴롭힘
괴롭힘은 어떻게 차별로 규율될 수 있는가
지난달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괴롭힘에 대한 많은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괴롭힘. 비단 직장 안에서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괴롭힘에 대한 논의가 직장 안팎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의견도 몇 가지 나누어 봅니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금지되는 차별의 유형 중 하나로 괴롭힘을 명시하고 있었다. 이후 법무부,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 역시 예외 없이 괴롭힘을 차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차별은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이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괴롭힘과는 다소 구별된다. 그럼에도 괴롭힘이 이렇게 차별의 한 유형으로 포함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아이스케키' '휴거'... 괴로운 일상, 그 밑에 깔린 차별" 글에서 보았듯 많은 괴롭힘이 차별의 구조에서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성별 등을 이유로 한 괴롭힘 자체가 소수자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차별행위이기 때문이다.
존엄성을 침해하는 괴롭힘
"직장 내에서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침해하여 노동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
2017년 국가인권위 연구용역으로 실시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위와 같이 정의하였다. 이러한 정의는 7월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 개정안, 소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규정된 내용과는 다소 다르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서 정의한 직장 내 괴롭힘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록 법문상에는 없더라도 존엄성의 침해가 직장 내 괴롭힘의 중요 요소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미 근로기준법 개정 전에도 대법원은 '근로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 인격체'이며 근로 과정에서의 인격권 침해는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분명히 해왔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서도 괴롭힘의 정의에 '존엄성의 침해'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2013년 김재연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그러한데 해당 법안은 괴롭힘을 "개인이나 집단에 대하여 존엄성을 해치거나, 수치심ㆍ모욕감ㆍ두려움을 야기하거나 적대적ㆍ위협적ㆍ모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일체의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괴롭힘이 개인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존엄성이 모든 인간이 가치 있고 존중받으며 윤리적으로 대우받을 권리를 의미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괴롭힘이라는 것은 결국 인간이 인간으로써 받아야 하는 마땅한 인격적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괴롭힘이 야기하는 인권침해가 중대하기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과 같은 법률을 통해 특별히 규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차별로서의 존엄성 침해
위와 같이 괴롭힘의 문제를 개인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바라볼 때, 성별, 인종, 장애 등 차별금지사유를 이유로 한 괴롭힘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를 가져온다. 바로 개인의 존엄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사회 속에 존재하는 소수자 집단에 대한 편견과 결합하여 소수자들의 사회 참여를 가로막는 차별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어떤 성소수자 A가 직장 내에서 원치 않게 정체성이 드러나고 이를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다 어쩔 수 없이 사직을 하였다. 그 이후 A는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로 취직을 하고자 하지만 쉽사리 지원을 하지 못한다. 또다시 정체성이 알려지고 같은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이다.
왜냐하면 A가 당한 괴롭힘은 해당 직장만의 문제가 아닌 성소수자를 배제, 무시하는 사회의 분위기에 의한 것이었고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 한 직장을 옮겨도 똑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차별적 사유를 이유로 한 괴롭힘은 단지 개인에게 모욕과 무시, 고통을 가하는 것을 넘어 개인이 자신의 속성을 이유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공동체에 참여를 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게 하여 차별적 괴롭힘은 개인이 겪는 심리적, 신체적 피해를 넘어 개인이 속한 소수자 집단 전체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훼손하고 결과적으로 사회 속에서 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기에 차별적 괴롭힘은 그 자체가 차별의 하나이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의해 규율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괴롭힘을 만드는 사회적 구조를 바꿔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입법은 그 동안 개인의 일탈이나 단순한 조직 내 갈등으로만 인식되었던 괴롭힘의 문제를 개인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사회적인 문제로 이끌어냈다는 것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를 더욱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가해지는 존엄성의 침해를 넘어 차별의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소수자들의 존엄성 훼손의 문제도 같이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처럼 차별을 만들고 존엄성을 훼손하는 괴롭힘의 문제를 인식하고 무엇보다 이를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질 때, 차별적 구조가 괴롭힘을 만들고 이것이 다시 존엄성을 침해하는 차별로 이어지는 현재의 악순환도 부술 수 있을 것이다.
제2조(금지대상 차별의 범위) ③성별, 장애, 인종, 출신국가, 출신민족, 피부색,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괴롭힘은 차별로 본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금지되는 차별의 유형 중 하나로 괴롭힘을 명시하고 있었다. 이후 법무부,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 역시 예외 없이 괴롭힘을 차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차별은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이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괴롭힘과는 다소 구별된다. 그럼에도 괴롭힘이 이렇게 차별의 한 유형으로 포함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아이스케키' '휴거'... 괴로운 일상, 그 밑에 깔린 차별" 글에서 보았듯 많은 괴롭힘이 차별의 구조에서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성별 등을 이유로 한 괴롭힘 자체가 소수자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차별행위이기 때문이다.
"직장 내에서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침해하여 노동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
2017년 국가인권위 연구용역으로 실시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위와 같이 정의하였다. 이러한 정의는 7월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 개정안, 소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규정된 내용과는 다소 다르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서 정의한 직장 내 괴롭힘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록 법문상에는 없더라도 존엄성의 침해가 직장 내 괴롭힘의 중요 요소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미 근로기준법 개정 전에도 대법원은 '근로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 인격체'이며 근로 과정에서의 인격권 침해는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분명히 해왔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서도 괴롭힘의 정의에 '존엄성의 침해'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2013년 김재연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그러한데 해당 법안은 괴롭힘을 "개인이나 집단에 대하여 존엄성을 해치거나, 수치심ㆍ모욕감ㆍ두려움을 야기하거나 적대적ㆍ위협적ㆍ모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일체의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괴롭힘이 개인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존엄성이 모든 인간이 가치 있고 존중받으며 윤리적으로 대우받을 권리를 의미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괴롭힘이라는 것은 결국 인간이 인간으로써 받아야 하는 마땅한 인격적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괴롭힘이 야기하는 인권침해가 중대하기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과 같은 법률을 통해 특별히 규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차별로서의 존엄성 침해
위와 같이 괴롭힘의 문제를 개인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바라볼 때, 성별, 인종, 장애 등 차별금지사유를 이유로 한 괴롭힘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를 가져온다. 바로 개인의 존엄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사회 속에 존재하는 소수자 집단에 대한 편견과 결합하여 소수자들의 사회 참여를 가로막는 차별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어떤 성소수자 A가 직장 내에서 원치 않게 정체성이 드러나고 이를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다 어쩔 수 없이 사직을 하였다. 그 이후 A는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로 취직을 하고자 하지만 쉽사리 지원을 하지 못한다. 또다시 정체성이 알려지고 같은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이다.
왜냐하면 A가 당한 괴롭힘은 해당 직장만의 문제가 아닌 성소수자를 배제, 무시하는 사회의 분위기에 의한 것이었고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 한 직장을 옮겨도 똑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차별적 사유를 이유로 한 괴롭힘은 단지 개인에게 모욕과 무시, 고통을 가하는 것을 넘어 개인이 자신의 속성을 이유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공동체에 참여를 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게 하여 차별적 괴롭힘은 개인이 겪는 심리적, 신체적 피해를 넘어 개인이 속한 소수자 집단 전체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훼손하고 결과적으로 사회 속에서 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기에 차별적 괴롭힘은 그 자체가 차별의 하나이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의해 규율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괴롭힘을 만드는 사회적 구조를 바꿔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입법은 그 동안 개인의 일탈이나 단순한 조직 내 갈등으로만 인식되었던 괴롭힘의 문제를 개인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사회적인 문제로 이끌어냈다는 것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를 더욱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가해지는 존엄성의 침해를 넘어 차별의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소수자들의 존엄성 훼손의 문제도 같이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처럼 차별을 만들고 존엄성을 훼손하는 괴롭힘의 문제를 인식하고 무엇보다 이를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질 때, 차별적 구조가 괴롭힘을 만들고 이것이 다시 존엄성을 침해하는 차별로 이어지는 현재의 악순환도 부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한희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입니다. 이 글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홈페이지와 소식지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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