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폭염이 가니 물량폭탄이 온다

[현장] 택배배달노동자 '희망더하기' 캠페인 사업단 출범

등록|2019.09.05 15:47 수정|2019.09.05 15:47

▲ 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택배배달노동자 캠페인사업단 '희망더하기' 출범 기자회견이 열렸다. ⓒ 김종훈


"밀려드는 물량에 물 한 잔 마실 시간이 없다."
 

스스로를 'CJ대한통운에서 13년째 일하고 있다'고 소개한 박성기 화물연대본부 택배지부 지부장이 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택배배달노동자 캠페인사업단 '희망더하기' 출범 기자회견에서 외친 말이다.

박 지부장은 "우리 모두가 즐거워하는 최고의 명절 한가위지만 명절은 택배 노동자에게 있어 지옥의 시간을 의미한다"며 "저단가 정책으로 택배 노동자들은 택배 산업의 부품으로 전락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는 CJ대한통운을 비롯해 한진과 로젠 등 택배 노동자들과 전국집배원노조, 쿠팡배송 노동자, DHL과 Fedex 등 국제특송 노동자, 맥도널드 등에서 일하는 라이더(라이더유니온) 등이 참석해 "모든 택배배달 노동자의 안전, 희망을 향해 시동을 건다"며 "배달노동자에게 권리를, 사용자에게 책임을"이라는 구호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들은 택배배달 안전운임을 보장하고 초과근무수당과 유급휴일을 보장하는 표준계약서를 의무 사용하며 택배사와 플랫폼사의 책임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현대인의 삶에 택배가 없다면..."
  

▲ 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택배배달노동자 캠페인사업단 '희망더하기' 출범 기자회견이 열렸다. ⓒ 김종훈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현대인의 삶에 있어 택배 노동자의 배달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었겠느냐"라면서 "(편리한 생활에는) 많은 택배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과 피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폭염 기간 너무 힘든 노동을 했다. 택배 노동자들이 다시 모인 이유는 연중 가장 성수기인 추석을 맞이해 노동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제대로 된 노동의 대가를 받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 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택배배달노동자 캠페인사업단 '희망더하기' 출범 기자회견이 열렸다. 헬멧을 쓴 이가 박정훈 위원장이다. ⓒ 김종훈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안전배달료와 유급휴일이 필요하다. 명절 때는 쉴 수 있는 권리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보다 직접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배달업체 사장과 플랫폼 사장, 음식점 사장이 함께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냥 쉬라고 하면 누가 쉬겠나. 아무런 소득이 없이 쉬는 건 쉬는 게 아니다. 생계를 위협받기에 불가능한 일이다. 유급휴가가 필요한 이유다."

라이더유니온은 보험제도 개선과 위장도급행위를 근절하는 노동조건 표준화, 이륜차 관리시스템 정비 등을 요구했다.

"24시간 물건 배달하는 세상... 보호대책 필요"
  

▲ 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택배배달노동자 캠페인사업단 '희망더하기' 출범 기자회견이 열렸다. ⓒ 김종훈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당일배송이니 새벽 배송이니 편리함만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며 24시간 물건을 배달하는 세상이 됐다"면서 "택배 물량은 연간 25억 개를 돌파했고, 택배 시장은 수년째 두 자릿수 고속성장을 하지만 택배 노동자들의 운임 수수료는 뒷걸음치고 있다. 휴가도 없는 장시간 노동이 멈출 줄 모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달노동자에게 사용료와 수수료를 떼고 사실상 업무를 지시하는 (주문) 플랫폼 회사가 존재하지만 업체는 고객 갑질과 산재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서 "일을 지시하는 자에게 책임이 부여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지난해에만 십수 명의 집배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떠났다. 노동자들은 휴식이 필요하고 택배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단축돼야 하며 쉴 수 있는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배배달노동자들은 열악한 '직접행동'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당장 10월에 노동조건 개선과 실질 사용자 책임 강화를 위한 택배배달노동자 대행진을 준비 중이다. 이후엔 택배배달 노동자의 법적인 보호를 위해 국회에서 노동실태 증언대회도 예정하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활동을 "택배배달노동자의 피와 땀, 눈물을 빼고 권리와 안전 희망을 더한다"라는 뜻에서 '희망더하기'라고 명명했다. 그러면서 "배달노동자들의 피해 상담 및 법률지원을 공공운수노조와 라이더유니온을 통해 상시지원한다"라고 강조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