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칼은 권력을 향해야 한다, 그래야 검찰이 선다
[조국 사태, 난 이렇게 본다] '조국'에 국한하지 않고, 권력의 부정부패 발본색원해야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논란'은 9월 9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결정을 통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됐습니다. 하지만 소위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경원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공익신고센터장의 글을 게재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조국 사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입시부정 의혹에 대한 수사로 촉발된 검찰의 칼날은 청와대나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특권과 반칙, 부정과 비리를 일삼는 정치권과 국회를 향해야 한다. 그 칼날이 떠받들어야 하는 건 청와대나 대통령이 아니다. 법무부 장관도 아니다. 오로지 존엄한 국민의 승리로 끝나야 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를 둘러싼 의혹과 여야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이 틈을 타서 검찰이 정치한다는 비판까지 덧붙여졌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여론은 윤석열 검찰총장 발탁에 환호했다. 그런데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검찰의 칼날이 청와대와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향하자 과도한 비판과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공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과반이 넘는 52.4%는 조국 장관에 대한 수사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리얼미터 조사·YTN 의뢰,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지금의 논란이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등의 진영 논리에 머물러서는 희망이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를 하면서 검사로서의 소신과 원칙을 지켰다. 국정원 직원을 구속하고 증거자료를 압수했다. 압수물을 돌려주고 구속했던 국정원 직원도 풀어주라는 상관의 요구가 부당하다며 수사 외압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검찰 조직에 항명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고 지방 검찰청을 전전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런 소신과 정의감을 높이 평가해 그를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했다. 그리고 다시 검찰총장에 중용했다. 아무리 좌파이고 진보진영이라고 해도 맹목적이고 무비판적인 자세로 문재인 정부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할 때는 명백한 조건이 따라붙어야 한다. 촛불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느냐 그렇지않느냐 여부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고 있다면 지지하고 응원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준엄하게 비판하고 꾸짖어서 바른길을 가도록 요구하는 것이 올바른 지지자의 자세일 것이다.
검찰의 진정성이 의심받지 않으려면
▲ 문재인 대통령과 신임 장관들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가 지지해야 할 대상은, 우주의 시간 속에 한 줌도 되지 못할, 문재인 정부 5년이 아니다. 태풍을 뚫고 자신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현장 곳곳에서 자신의 일터를 지키고 있는 노동자와 서민을 포함한 국민 모두이다. 검찰의 칼날이 국민을 위해서라면, 그런 이유로 청와대와 싸워야 한다면 국민은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뜨거운 찬사와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러나 만일 검찰의 이 칼날이 '조국'이라는 한 개인을 향하는 것이라면, 그리하여 이 칼날이 검찰개혁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숨은 의도가 조금이라도 도사리고 있다면, 그 칼끝은 검찰 내부를 향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이 직접 촛불혁명을 통해 빼앗은 권력을 검찰의 손에 고스란히 쥐여줬기 때문이다. 국민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검찰의 입시부정 의혹 관련 수사를 적극 지지한다. 검찰의 칼날이 법원, 국회, 국정원, 국세청, 경찰청, 검찰청, 언론사 등을 향하기 위해선 청와대는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선 자신들을 지휘하게 될 법무부 장관과도 맞붙어 싸울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바로 그런 검찰의 기백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좌파진보 진영에서도 검찰의 기백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지금까지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 어떤 권력이라도 칼끝을 들이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검찰이 바로 선다. 이 폭풍이 지나고 나면 검찰의 칼날이 국회의원들을 향해야 한다. 그리고 법원의 판사들을 향해야 한다. 판사와 검사들도 압수수색을 당하고 계좌추적을 당하고 구속당할 수 있어야 한다.
박근혜라는 현직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구속되면서 행정부의 적폐청산이 시작됐다. 양승태라는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되면서 사법부 적폐청산이 시작됐다. 국회의원들이 구속되면 입법부 적폐청산도 시작될 것이다. 그런 다음 매서운 검찰의 칼날은 언론사를 비롯한 다양한 권력기관으로 향해야 한다.
촛불혁명이 요구했던 공정한 사회, 나라다운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있다는 신념으로 검찰은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물론 공수처 설치에도 적극 협조를 하면서 말이다. 그래야만 검찰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공수처는 비리와 부패가 감지되면 언제고 고위공직자는 물론이고 판사와 검사들도 압수수색하고 구속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누구를 위해 칼을 뽑았나 되새겨야
▲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이희훈
문재인 정부가 주저하고 타협하며 하지 못했던 많은 일을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저 검찰총장으로서 법과 원칙에 따라 권력기관의 부패와 반칙부터 엄정하게 처벌하면 된다.
그 칼날이 향할 첫 대상이 법무부 장관 내지는 법무부 장관과 그의 부인이라면 그 이후의 행보가 어떨지는 상상이 된다. 그래서 더욱 든든하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부패와 반칙을 저지르면 이처럼 처벌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지녔다면 누가 감히 검찰의 서슬 푸른 칼날 앞에 맞서 부정과 부패 반칙과 특혜를 꿈꿀 수 있겠는가.
노파심에 검찰에게 당부한다. 칼을 뽑았을 땐 과감하게 휘둘러야 한다. 권력을 향해서는 더욱 예리하게 휘둘러야 한다. 깊게 박혀 썩어 문드러진 환부를 깨끗하게 도려내야 새살이 돋아난다. 다만 그 칼을 만든 주인이 누구인지, 검찰의 칼은 누구를 위해 뽑아 들어야 하는지 명심했으면 좋겠다.
국정감사장에서 그가 외쳤던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한 줌도 못 되는 5년 정권이 아니다.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이 땅에서 살아갈 국민에게 충성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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