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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이 아닌 전우로 대해 달라" 대법원의 응답은?

[해군 상관의 부하 여군 성폭력 ⑦] 대법원 판결이 군 내 성평등 문화에 미칠 영향

등록|2019.09.19 18:54 수정|2019.09.19 18:57
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성소수자 여군의 성폭력 가해자인 직속상관과 함장에 대해 각각 징역 10년과 8년형이 선고된 사건이 2심에서 무죄판결이 된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공대위는 피해자를 지원하고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해당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을 진행 중이다. 이에 공대위는 사건에 대한 법적 쟁점을 포함하여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 군사법원 판결의 문제점 등을 짚는 기획기사를 총 7회에 거쳐 연재할 예정이다. 일곱 번째 마지막 글은 김미순 천주교성폭력상담소 전 소장,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전 상임대표가 썼다. <BR>[편집자말]
 

▲ 해당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 연합뉴스


필자는 2013년 잘못된 군 문화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 '노소령 성폭력 사건'를 계기로 14년부터 군내 성평등 및 성폭력 예방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의 미투로 국방부는 군대 내에서 성폭력 신고를 주저할 가능성이 존재할 것으로 판단하여 '성범죄 특별대책 TF'를 운영했고, 이후 9월부터는 성차별 해소 및 양성평등 정책 수립을 위해 '국방부 양성평등위원회'를 구성해 운영 중인데 이 두 개의 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다.

일련의 활동 중 현장방문이라는 명목으로 GOP에서 잠수함 승선까지 방문하여 각계각층의 군인들을 만나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과정 중 다수의 남군들은 연이은 군내 성폭력 사건으로 가해자 처벌 및 성폭력 예방이 강화된 것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였고, '여성 휴게실은 있는데 왜 남군 휴게실은 없느냐'며 지금은 오히려 남군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하였다.

이러한 주장들의 결과가 현실에서는 여군배치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군내 남·녀 이분화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합동훈련 이후 야간에 편의시설 부재를 이유로 여군을 숙소로 이동해준다는 곳도 있었는데, 이러한 온정적 조치들에 대해 여군들은 결과적으로 남·녀 차별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원치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성희롱·성폭력 논란을 피한다는 이유로 여군은 회식에서 배제되고 있어 유대관계 형성에 제한이 있음을 호소하기도 했다.

성폭력은 성차별적 조직문화에서 발생한다

성희롱·성폭력을 이유로 회식에서 여군을 배제하기 전에 성희롱·성폭력의 발생원인을 여군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아가 동료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 과제로 2022년까지 여군 비율을 8.8%까지 증강하고 여군의 활용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주요보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여성 인력의 활용 가능성, 적응성을 판단하는 평가의 기준은 남성이었다. 군 특성상 다양한 병과의 보직을 수행할 때 진급이 이루어지지만, 여성들의 경우 업무수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제외되는 것이 있었다. 일례로 잠수함의 경우 현재까지 여성이 승선할 수 없는데 이러한 결과는 여군이 남군보다 쉬운 일을 수행함에도 동일한 진급승진을 한다는 비난의 이유가 된다.

군내 젠더 불평등을 성 차이로 해결한다면 종국에는 제도변화가 성평등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현실을 낳을 수도 있다. 남군과 동일한 기준, 성별화된 특징에 따른 제도개선이 아닌 각각의 차이를 인정하는 제도개선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법원은 군대 내 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판결을 해야 한다

 

여성·시민단체 “가해자 말만 들은 고등군사법원 규탄한다”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가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군 간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사건을 무죄라고 판결한 고등군사법원 재판부를 규탄했다. ⓒ 유성호


'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필자가 군대 현장방문을 하면서 여군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호소는 '여군'이라고 더 배려하거나, 차별하지 말고 그냥 '군인'으로 대해달라는 것이었다.

생각해보자. '당 사건의 피해자는 어떤 각오로 해군(군인)이 되었을까?', '갓 임관하여 피해를 겪었을 때 군대(군인)는 어떤 의미였을까?'

국가의 안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 소명을 정한 군인에게 지휘관이 성별을 이유로 차별하고, 성폭력을 저질렀다면 처벌하는 것이 정의다. 따라서 대법원은 2심에서의 최협의 해석이 얼마나 군 조직과 피해자의 위치적 특성을 간과하였는지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성소수자로서 정체성을 밝히는 것이 어려운 사회에서 피해자가 상관을 믿고 성적 지향을 밝혔음에도 피고인들이 오히려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사실을 질문해야 한다.

많은 군인들이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여성, 성소수자, 낮은 지위로 반항할 수 없어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군대를 떠나야 했던 피해자들이 있었다. 아직도 피해를 이야기하면 오히려 더 큰 피해가 올 것이기에 피해를 감수하며 지내고 있는 피해자들이 있다.

대법원의 판결은 수많은 피해자들의 말하기를 멈추게 할 것인지, 지속적인 말하기를 통해서 성폭력 없는 군 조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인지 판가름하는 중요한 결과가 될 것이다. 이제 대법원이 정의로운 판결로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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