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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 타고 조개도 잡고... 경주의 이색적인 매력

[대한민국 구석구석 두 바퀴 여행 50] 천년고도 경주를 품고 흐르는 북천

등록|2019.09.22 19:24 수정|2019.09.22 19:31

▲ 경주 도심을 지나는 풋풋한 물줄기 북천. ⓒ 김종성


기원전 57년부터 935년까지 992년 동안 신라의 수도였던 천년고도 경주. 고풍스러운 도시 경주엔 다양한 유적지를 보듬으며 흐르는 물줄기가 있다. 바로 북천과 남천이다. 신라의 왕궁이 있었던 월성(또는 반월성)을 기준으로 북쪽에 자리한 하천이 북천(北川)이고 남쪽에 자리한 하천이 남천(南川)이다. 경주의 주산(主山)인 남산도 같은 경우다.

하천변을 따라가다 보면 유적지 왕릉 사찰 석탑 등 많은 신라시대 문화재를 만나며 천년 고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천변에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잘 나있다. 하천 끝에 명소 보문호가 자리하고 있는 북천을 달렸다. 경주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물줄기이자 여행자에겐 국내 어느 하천보다 다채롭고 풍성한 여행을 하기 좋은 곳이다.

* 자전거여행코스 : 북천 자전거길 - 황성공원 - 분황사, 황룡사지 - 헌덕왕릉 - 보문호 한바퀴 

형산강의 제1지류, 경주 북천
 

▲ 자전거탄 경주시민. ⓒ 김종성

▲ 맨발 산책하기 좋은 황성공원. ⓒ 김종성


북천(北川)은 경주시 황룡동 함월산에서 발원하여 보문저수지를 거쳐 서쪽으로 흐르다가 형산강으로 흘러드는 길이 21km의 하천으로 형산강의 제1지류다. 조선 중종 25년(1530)에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북천의 다른 이름이 알천(閼川)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알(閼)자는 가로막다, 멈추게 하다의 뜻으로 하천의 의미를 상상하게 한다. 북천의 옛 이름을 증명이라도 하듯 북천을 지나는 여러 다리 가운데 '알천교'가 자리하고 있다.

형산강과 북천의 합수부에 있는 황성공원(경주시 황성동)을 향해 가다가 눈길을 끄는 자전거탄 시민을 만났다. 흰 모시옷 입은 아저씨와 오래된 자전거가 이 도시와 잘 어울렸다. 내가 사는 도시에선 보기 힘든 '클래식' 자전거는 무려 30년 넘게 타고 있단다.

황성공원은 경주예술의 전당, 문화예술회관, 시립도서관 등이 있는 경주의 대표적 문화공간이다. 황성공원이 더욱 좋은 건 울창한 나무숲이 있어서다. 수백 년 묵은 느티나무들이 공원에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다. 느티나무를 지나면 하늘을 향해 구불구불 솟아난 소나무 숲이 나온다. 솔숲 사이로 난 오솔길로 솔향기를 맡으며 맨발로 산책하는 시민들도 있다. 보라색으로 꽃이 피어나는 맥문동을 심어놓아 소나무 숲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모습을 자아낸다.
 

▲ 경주 북천. ⓒ 김종성

▲ 북천에 놀러온 아이들이 잡은 고둥과 조개. ⓒ 김종성


경주역을 향해 열차가 지나가는 북천철교 밑을 지나가는데 동네 아이들이 천변에 모여 왁자지껄 떠들고 있다. 중대백로 오리 왜가리 등과 함께 하천의 풍경을 정겹고 아름답게 해주는 존재가 아이들인지라 가까이 가보게 된다. 작은 하천이지만 물이 참 맑구나 싶었는데 동네 개구쟁이들이 그것을 증명해주었다.

아이들 곁에 가보니 녀석들의 손과 신발에 큼지막한 조개와 고둥들이 그득하다. 내 눈엔 전혀 안보였다고 신기해하니, 심심할 때마다 놀러오다 보니 조개와 고둥이 많이 사는 곳을 알게 되었단다. 한 녀석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자기 손 바닥만한 조개 하나를 가지라며 건네주었다. 도심 하천에 이렇게 큰 조개가 살고 있다니 북천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하천가에 자리한 다채로운 문화재와 유적
 

▲ 분황사 모전석탑. ⓒ 김종성

▲ 사적이 된 폐사지, 황룡사지. ⓒ 김종성


북천의 옛 이름이 붙은 다리 알천교를 건너가면 분황사와 황룡사지 등이 있는 세계문화유산 지역이 나오다. 서라벌 아파트, 선덕여자 고등학교, 화랑 초등학교 등 주변 명칭도 고풍스럽다. 분황사(경주시 구황동)는 선덕여왕 3년(634년)에 지은 오래된 사찰이다. 불교가 융성했던 신라의 전성기와 함께 했던 유서 깊은 절이다. 분황(芬皇)이라는 사찰의 이름은 '향기로운 임금' 즉 선덕여왕 본인을 가리킨다고 한다.

신라를 대표하는 대가람이었지만 여러 전쟁을 겪으면서 대부분 소실됐다. 작아질 대로 작아진 현재의 사찰은 광해군 때 중건했다. 다행히 현재 남아있는 신라 석탑 가운데 가장 오래된 탑이라는 모전석탑(模塼石塔)이 절의 상징처럼 남아 있다. 국보 제30호인 이 탑은 돌을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쌓아올린 독특한 모습으로 여행자의 눈길을 붙잡는다.

분황사 정문 앞으로 풀들이 돋아난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다. 경주에서 가장 큰 사찰이었다는 황룡사(皇龍寺)가 있었던 절터로 사적(제6호)으로 지정돼 있다. 황룡사는 고려 고종 25년(1238년) 몽골의 침략 당시 소실되고 말았다. 황룡사의 랜드마크였던 9층 목탑도 이때 불타버렸고 현재는 탑의 초석만이 남아 있다. 옛 영화와 폐허의 흔적이 공존하는 적막하고 쓸쓸한 폐사지(廢寺地)만의 독특한 분위기에 흡사 시간이 멎어 있는 듯했다.
 

▲ 헌덕왕릉. ⓒ 김종성

▲ 보문호 둘레를 따라 이어진 호반길. ⓒ 김종성


북천에서는 왕릉도 만나게 된다. 천변에 자리한 헌덕왕릉(경주시 동천동)으로 신라 41대 왕(재위 809∼826)이다. 그런데 다른 왕릉과 달리 무인석, 동물상 등 석물들이 남아 있지 않고 단출하고 쓸쓸해 보였다. 안내판을 보니 북천에 홍수가 발생하면서 떠내려갔다고 한다. 외딴 섬처럼 덩그러니 무덤만 서 있는 능을 왕릉답게 해주는 건 울창한 소나무들 덕분이다. 용트림을 하듯 구불거리는 노거수 소나무들이 왕릉을 감싸듯 주변에 든든하게 서있다.

아담한 북천 물줄기는 보문호를 만나면서 드넓은 호수로 변한다. 보문호는 보문단지라고 불리는 경주의 유명 관광단지다. 호숫가에 테마파크 관광낚시터 식물원(동궁원) 현대미술관(우양 미술관) 등 들르고픈 곳이 많다. 보문호에는 호수 둘레를 따라 호반길이 이어져 있다. 새들이 물위를 낮게 날아다니고, 물고기가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호수를 가까이 바라보며 호젓하게 산책하기 좋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sunnyk21.blog.m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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