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재란 비극 현장, 구 남원역에서 추모문화제 열려
"교토 코무덤, 고국 남원으로 이장해야"
"이곳은 정유재란이 일어났던 1597년 (음력)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 동안 왜군들에 맞서 성민(城民), 의병, 남원부사 임현, 전라병사 이복남 등 1만여 명이 왜군대장 우키다 히데이 등 왜군 5만6740여 명과 혈전분투하다 1만여 명이 순절하신 곳입니다. 이를 추모하기 위해 남원시민들은 해마다 제향(祭享)을 지내며(올해 제향일은 26일) 하루 전날 추모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이는 하진상(남원사회봉사단체협의회 부회장)씨의 말이다. 기자는 이날 추모제에 앞서 남원의 역사와 문화에 해박한 하진상씨를 만나 정유재란 당시 구 남원역의 쓰라린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남원성 북문터정유재란 최후의 전투 현장인 남원성 북문터(구 남원역사 옆)에서 당시 전투 상황을 이야기하는 하진상 남원사회봉사단체협의회 부회장 ⓒ 이윤옥
▲ 만인의사 원래 무덤 자리정유재란 당시 희생당한 사람들이 묻혀있던 원래 만인의사 무덤 자리에는 푯말이 세워져 있고 만인의총은 현재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조성되어있다.일제가 이곳을 훼손하고 구 남원역을 세운 경위를 설명하는 하진상 남원사회봉사단체협의회 부회장과 기자 ⓒ 이윤옥
하진상씨의 이야기를 들으니 왜 남원시민들이 구 남원역에서 추모문화제를 열고 있는지 이해가 갔다. 어제(25일), 이곳에서 열린 남원시민 주도(주최 남원사회봉사단체협의회, 주관 남원만인정신문화선양회)의 추모문화제는 그래서 더욱 뜻깊은 행사였다. 이날 행사 모두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이날의 주 행사는 저녁 5시부터 진행된 기념식이었다.
▲ 씻김굿식전행사로 한 씻김굿 공연 모습 ⓒ 이윤옥
또한 이용호 국회의원은 추모사에서 "만인의사의 거룩한 희생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 그동안 시민들의 자발적인 힘으로 만인정신을 선양해온 노고에 감사드리며 이를 돕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해 12월 '만인의사 추모 및 선양 방안 모색 정책 토론회'를 연 바 있다. 앞으로 만인정신 선양과 교토에 남아 있는 코무덤 봉환 등 남은 숙제가 많다. 남원시민으로 함께 이 문제를 풀어가고자 한다"고 했다.
▲ 서일수와 이용호대회사를 하는 남원사회봉사단체협의회 회장 서일수(왼쪽)와 추모사를 하는 국회의원 이용호 ⓒ 이윤옥
▲ 배종철, 양해석결의문을 낭독하는 추진위원 배종철, 양해석 ⓒ 이윤옥
이날 추모사에 앞서 남원시의 발전을 위해 봉사를 아끼지 않은 시민들의 표창장 수여식이 있었다. 표창장은 문화재청장상에 전상배(남원사회단체협의회), 국회의원상에 조수익(남원사회단체협의회) 외 2인, 전라북도지사상 이상준(남원시민경찰연합회) 외 2인, 남원시장상 진복님(남원시향군여성회) 외 2인, 남원시의회의장상 정인숙(전북재능시낭송회남원지부) 외 2인 등이 받았다.
▲ 국회의원 표창장 수상자들남원문화와 역사 발전을 위해 힘쓴 국회의원 표창장 수상자들, 조수익, 이용호 국회의원 ,소병호, 안상현 씨(오른쪽 첫번째 부터) ⓒ 이윤옥
이날 행사에 참석한 나영희(70살)씨는 "해마다 만인 추모문화제에 참석해오고 있다. 우리지역에서 일어난 정유재란으로 희생한 선열들을 기리는 일이니만큼 빠질 수가 없다. 이 추모문화제는 만인의총에서 제향을 올리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본다. 남원시민이 한마음으로 만인의사를 추모하는 마음을 확인하는 자리라서 더욱 뜻깊다."고 했다.
▲ 코무덤 남원 이장 서명풍신수길이 남원인의 코를 베어다 묻은 일본 교토 코무덤을 남원으로 이장하자는 서명을 하고 있는 시민들 ⓒ 이윤옥
남원만인정신선양회 추진위원인 형창우씨는 "우리 민족의 얼과 정기를 끊어 버리려는 일제의 만행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남원성 전투에 종군(從軍) 승려인 케이넨(慶念, 1597.6 – 1598.2)이 쓴 《조선일일기(朝鮮日日記)》에 '조선 아이들을 모두 사냥하듯 몰이하여 잡고 그들 부모는 칼로 쳐죽여서 다시는 못 보게 했다. 그들의 비명과 한탄 소리는 마치 저승사자의 꾸짖음 같다'고 기록한 것처럼 정유재란 당시 남원인의 희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풍신수길의 만행으로 남원인들의 코를 잘라다 놓은 교토시의 코무덤은 이제 남원으로 이장해야 한다. 이 원한의 코무덤이 교토에 남아 있는 한 정유재란은 끝난 전쟁이 아니다"고 했다.
▲ 만인의사추모제정유재란시 순국의 터인 구 남원역 플랫폼에서 열린 만인의사추모제 ⓒ 이윤옥
▲ 남원성 전투를 그린 연극정유재란시 남원성 전투를 그린 연극(강경식 외 6명) ⓒ 이윤옥
깊어가는 가을, 지금은 구 역사가 된 남원역 플렛폼에는 빨강 노랑 분홍의 초롱이 마치 살살이꽃(코스모스)처럼 바람에 하늘거렸다. 그 아래서 남원시민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422년전 정유재란의 참변을 잊지 않기 위해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기억하는 것만큼 훌륭한 '역사인식'은 없을 것이다. 더 훌륭한 것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관주도가 아닌 순수한 시민의 힘으로 '만인의사(萬人義士)'의 정신을 '국가정신'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남원시민들의 노력이다. 그런 뜻에서 어제(25일) 정유재란 참극의 현장인 구 남원역사에서 가진 '제16회 만인의사 추모 및 만인문화제'는 그 어느 추모제에 견줄 수 없는 의미깊은 추모제였다.
▲ 구 남원역 일대일제는 남원성 전투서 희생당한 만인의사(萬人義士)의 무덤 앞에 철길을 놓고 구 남원역을 만들어 희생자들의 숭고한 터를 밟고 지나가도록 했다. 지금 구 남원역 일대는 만인공원 조성사업(2018-2027)이 진행 중이다. ⓒ 이윤옥
▲ 남원성 전투와 정유재란 당시 자료 전시이날 추모문화제에는 남원성 전투와 정유재란 당시 자료 전시가 철길에 전시되었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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