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황금빛 다랑이논에 고인 경주의 가을
비지리 학동마을 ok그린청소년수련원에 가다
▲ 가을이 그기 있었다. ⓒ 김숙귀
가을날, 경주 내남면 학동마을의 다랭이논을 찍은 사진 한 장이 나를 경주로 이끌었다. 요즘 오며 가며 눈에 띄는 논들도 벌써 누렇게 물들어 있다. 태풍이 지나간 주말, 그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경주 OK그린청소년수련원을 찾아갔다.
▲ 자연이 그려놓은 신비한 광경에 그저 감탄이 터져나올 뿐이다. ⓒ 김숙귀
화랑의 언덕에는 한때 풍성한 놀거리와 볼거리, 아름다운 자연 경관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오토캠핑장이 있었으나 지금은 운영하지 않고 대신 수련원에 갖춰진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주변에는 호수 수의지가 있어 자연을 오롯이 느끼며 산책하기에 좋고 곳곳에 위치한 목장도 함께 구경할 수 있다.
▲ 모 TV 방송프로그램의 배경이 된 뒤부터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명상바위 근처에서 다랭이논을 내려다 보았다. ⓒ 김숙귀
여유롭고 넉넉해진 마음으로 거니는데 멋지게 자란 소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언덕끝으로 다가가 추락의 위험을 알리는 안내문이 서있는 명상바위 곁에 섰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내 입에서는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가을걷이를 앞둔 황금빛 다랑이논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자연이 그려놓은 한폭의 풍경화가 아닌가. 나는 오래 서 있었다. 산과 다랑이논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마을은 고즈넉하고 안온해 보인다.
▲ 준비해간 망원렌즈로 좀 당겨 찍어보았다. 간혹 태풍의 비바람에 쓸린 듯한 흔적이 보이긴 했으나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며 내면을 살찌워 황금빛 물결을 이룬 모습이 대견하고 소중하다. ⓒ 김숙귀
▲ 평지가 부족한 산자락에서 좁고 길게 형성된 계단식논을 다랑논, 또는 다랑이논이라고 한다. 가까이 당겨서 내려다 보니 농부들의 땀과 수고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 김숙귀
내남면 비지리 학동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한가운데 절묘하게 자리하고 있었으며 다랑이논이 다시 마을을 둘러싸고 있었다. 가을에도 마치 황금조각보를 펼쳐놓은 듯 아름답지만 봄에 모내기를 하기 전 물만 채워놓은 다랑이논에 아침 해가 비칠 때는 조각조각 난 물에 햇살이 비치며 반짝이는 모습도 무척 아름답다고 한다.
'산맥을 넘어온 바람도 잠시 머무는 곳', '낮에는 햇살이 눈부시고 저녁에는 노을이 아름다우며 밤에는 무수한 별이 쏟아지는 곳,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공존하는 곳'
예전에 오토캠핑장에서 하루를 보낸 사람들은 이렇게들 말했다고 한다. 화랑의 언덕에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넓은 초지와 멋진 소나무, 자연이 그려놓은 아름다운 풍경화 한 점, 그리고 가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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