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촛불'이 관제데모? 집회 동원령 하달한 자유한국당
지역별 할당량, 피켓 가이드라인 등 한국당 집회가 오히려 관제데모 성격... 내부 잡음 솔솔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왼쪽은 나경원 원내대표. ⓒ 남소연
자유한국당과 일부 언론에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관제데모라고 폄하하고 있는 가운데, 다음달 3일로 예정된 자유한국당의 집회가 오히려 관제데모의 성격을 띠고 있어 논란이다.
자유한국당은 대규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린 다음날인 29일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창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메시지를 통해) 전쟁을 선포했다"라며 "대통령이 앞장서 국민을 편가르기 하는 대한민국이다, 국가 수장이 해외에서는 평화를 말하면서 국내에서는 정쟁을 부추기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만희 원내대변인도 "검찰은 행정부로 행정부 수반은 문 대통령인데 대통령과 여당이 범죄를 수사하는 검찰을 흔들어대며 문재인 정부의 권위와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좌파단체들과 연대해 검찰 수사는 물론 향후 법원 판결까지 영향을 주려는 것은 명백한 위헌적 행태"라고 주장했다.
개별 의원들의 경우 더욱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놨다. 민경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오늘 검찰청 앞에서 관제데모의 끝판왕을 봤다"라며 "종북좌파가 관제데모에 동원한 불의한 인파규모는 그들의 절박한 위기감의 크기와 정도를 반증한다"라고 썼다. 당 대변인이기도 한 전희경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에 정신 나간 이들이 그리 많을 수 있겠는가"라며 "멀쩡한 상식과 이성을 가진 국민들께서 극렬한 소수의 준동이 여론을 호도하며 대한민국을 흔들게 두시지 않으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30일자 신문에서 강규형 명지대 교수의 입을 빌려 "이번 집회는 중국의 마오쩌둥이 권력을 지키려 홍위병을 동원해 일으킨 문화혁명과 비슷한 형태"라며 "조국 법무부장관을 보호하고자 대중을 동원해 힘을 과시하고 정당한 법 집행을 하는 기관에 압박을 가하는 관제데모"라고 썼다.
21일 집회 성황이 28일 대규모 집회로 이어져
▲ "검찰개혁!" 검찰청앞 시민들 분노 폭발'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하지만 이번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관제데모라고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 집회의 시작은 1인 미디어 '시사타파TV' 애청자들이었다. 이들은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를 감행했을 때 '개싸움국민운동본부'라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 그러던 중 조 장관 관련 논란이 터지고 강도 높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이들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느끼고 집회를 준비했다. 첫 집회는 지난 16일 열렸고 평일을 포함해 21일까지 총 여섯 차례 집회가 진행됐으며 지난 28일 집회가 일곱 번째 집회였다.
집회를 주최한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의 김희경씨는 지난 28일 집회 전에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첫날(16일) 700명 정도 모였다가 화요일(17일)부터 목요일(19일)까지 매일 500명씩, 금요일(20일)에 1000명 정도가 모였다"라며 "토요일(21일)엔 2000~3000명 정도가 모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21일 집회 참석 인원은 주최 측 추산 3만 명), 우리처럼 조직이 없는 사람들이 촛불시민을 자발적으로 이끌어내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이렇게 커질 줄이야... '검찰 앞 촛불' 왜 시작했냐고요?")
이어 김씨는 "21일 집회 이후 정말 많은 분들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28일 집회에) 10만 명이 모였으면 한다"라며 "많은 이들이 모여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정말 많은 분들이 분노하는 마음으로 검찰 앞에 모일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
김씨의 말에 비춰보면, 지난 28일 대규모 집회의 원동력은 일주일 전 기대 이상으로 성황리에 진행된 21일 집회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21일 집회가 진행된 후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28일 집회에 참석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서울 외 각 지역별로 상경집회를 계획하고 버스를 대절하기 시작한 것도 21일 집회 직후부터였다. 이때는 문 대통령은 물론, 여당에서도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관련 발언을 거의 내놓지 않을 때였다.
한국당, 지역별-신분별 할당량 적시한 공문 하달
▲ 자유한국당이 다음달 3일 예고한 집회를 앞두고 각 국회의원, 시·도당 위원장,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조직위원장)에 보낸 공문. ⓒ 자유한국당
한편 자유한국당은 다음달 3일 개천절에 집회를 계획하고 이를 상당 기간 전부터 '총력 집회', '집중 집회'로 규정해왔다. 하지만 오히려 이 집회가 '관제데모'의 성격을 띠고 있어 내부에서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각 국회의원, 시·도당 위원장,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조직위원장)에 보낸 공문에는 개천절 집회에 인원을 동원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각 지역 별로 당원뿐만 아니라 민간 사회단체들까지 동원해 집회 전 참석예정인원, 집회 후 참석인원을 보고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이다.
"각 시·도당은 본 공문을 소관지역 당원협의회와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지 않은 지역구 국회의원실에 송부하여(E-Mail, FAX) 주시고 행사의 적극적인 홍보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지역의 보수우파 단체, 지역 향우회 등 민간사회단체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 및 안내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 모든 통신방법을 강구하여 송부하고, 당협별 참석 인원을 취합하여 10월 1일(화) 14시까지 조직국 그룹웨어로 보고 바랍니다. 전 시·도당 또한 규탄대회 이후 별첨의 양식에 따른 결과보고를 각 당원협의회 별로 취합하여 10월 4일(금) 15시까지 조직국 그룹웨어로 송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뿐만 아니라 공문에는 각 지역별 할당량도 적시돼 있다. ▲ 서울, 경기, 인천의 경우 '원내당협위원장 400명, 원외당협위원장 300명' ▲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의 경우 각각 '원내당협위원장 250명, 원외당협위원장 150명' ▲ 대전·충북·충남·세종, 강원의 경우 '원내당협위원장 200명, 원외당협위원장 100명' 등이다. 또 ▲ 당협위원장을 맡지 않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은 150명 ▲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지 않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100명을 동원하고 ▲ 국회의원실 보좌진은 전원 참석하도록 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문에는 피켓 예시도 담겨 있다. 그러면서 "각 당협에서 피켓을 제작할 경우 당협위원장 및 당협명 적시 불가, 당협위원장 및 당협명이 기재된 피켓은 현장에서 제재할 예정이며 제작된 피켓은 사용 후 반드시 수거 요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내용의 공문은 개천절 집회뿐만 아니라 이전 자유한국당의 주말 장외집회 때마다 하달돼왔다.
내부 잡음 "강제동원 집회에서 고작 한다는 게..."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 '여의도 옆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 보좌진으로 보이는 이들의 비판 글이 올라왔다. 지난 25일 관리자로부터 국회 직원임을 인증 받은 이는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때와 지금 (자유한국당) 집회의 차이점은 자발성의 유무"라며 "지금 당장 내부적으로 전 보좌진 강제동원령, 지역 당원 강제차출·동원수에 따라 당무실적 적용 같은 짓거리 백날 한다고 국민적인 공감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수뇌부를 보면 정말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사이익으로 찔끔 오르다 마는 지지율에 목숨 걸고 수뇌부에서 내리는 숙제 하기에 급급한 사무처와 당직자들이 이젠 안쓰러울 지경"이라며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생각으로 자발적, 자연스러운 집회 없이 극성 지지자와 강제동원자들만 모여 기껏 한다는 게 댄스음악과 수뇌부 연설, 그리고 '젊은 분들 앞자리로 앉아주세요'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중국 산에 나무가 없어서 초록색 페인트칠을 하는 모습이 이 당의 모습이다"라고 덧붙였다.
역시 관리자로부터 직원임을 인증받은 다른 이는 24일 "시국이 미쳐돌아간다는 거 이해는 한다만 제발 우리 일 좀 하게 놔둬라"라며 "매주 토요일마다 시위한다고 뭐가 나아지나, 원내에서부터 잘 싸우라고 해라 좀"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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