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싫어질 때 읽는 책
책 '29초'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인간의 내재된 욕망,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책을 읽기가 버거운 순간이 간혹 온다.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늘상 책만 읽을 순 없는 노릇이다. 지겨울 때도 있으며, 쳐다보고 싶지 않은 순간도 있게 마련이다. 독서를 통해 영감을 받고,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한다지만 그냥 만사가 다 귀찮을 때 있지 않은가. 난 그럴 때 스릴러 소설을 읽곤 한다. 요근래 독서에 무기력했던 시기, 그 때 난 <29초>를 읽기로 작정 했다.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삭제하고 싶은 이름이 하나쯤은 있다"
주인공 세라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30대 여성으로, 힘겨운 삶 속에서 늘 고군분투한다. 상사인 교수의 일상적인 성희롱과 괴롭힘에 시달리지만 부당한 상황에서 나름 명확히 선을 그으며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점차 교묘해지고 악랄해지는 괴롭힘 속에서 괴로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우연히 한 여자아이를 구하게 되고 그 아이의 아버지 '볼코프'는 그녀에게 요상한 제안을 한다. 그가 건네준 휴대폰 속 번호로 전화를 걸어 '없애고 싶은 사람 이름'을 말하면 그 대상을 없애주겠노라고.
법과 질서, 그리고 양심과 상식이 우리를 지켜줄 거라고 믿었던 적도 있었다. 젊은 날의 나는 그러했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 때 믿었던 그것들이 얼마나 연약한 것이었는지 잘 안다. 맞서 싸우기보단 피하고 도망치는 방편을 선택해왔을 30대 여성들은 특히나 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평범한 직장인들, 특히나 직장 내에서 여성들이 겪었을 법한 무언의 폭력과 일상적인 괴롭힘을 잘 묘사하고 있다. 처음엔 가볍게, 그리고 점차 그 강도를 높여 거세지게 되는 일상적인 폭력에 대해 말이다.
불쾌하면서도 매력적인, 그러나 낯선 이로부터의 제안이었기에 주인공 세라는 이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그러나 계속 여운이 남는다. 뇌리에 박힌 그 낯선 이의 말이 쉬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주인공 세라에게 주어진 것처럼, 우리에게 동일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증거도 뭣도 남기지 않은 채 한 사람의 생사를 박탈할 수 있는 생사여탈권. 누군가를 죽여선 안된다는 건 알지만 그 사람이 죽도록 미운 사람이라면? 죽여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이따금 우린 상상이라도 하게 되지 않나. '저 사람만 없으면 내 인생이', '저 사람만 없다면 내 위치가', '저 사람만 없다면 내 행복이 조금은 더' 따위와 같은 상상 말이다.
생명의 존엄에 대해 언뜻이라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혹은, 정정당당한 대결이 불가능한 저열한 인간과 마주했을 때 나는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나는 주인공 세라와 같은 결정을 내렸을지, 혹은 다른 선택을 했었을지 상상해보며 나 자신의 도덕적 잣대를 점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전에 휘몰아치는 재미부터 먼저 만끽할 수 있겠다.
서두에 언급한대로 독서에 무기력한 때가 온다면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순식간에, 그리고 단숨에 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기개발이나 정보의 취득 등 독서를 하는 수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독서의 이유는 사실 재미 그 자체가 아닐까. 독서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오히려 독서를 멀리 하는 건 아닐런지.
세계문학 한 권만이 독서가 아니라, 얄팍한 잡지 한 권, 만화와 삽화 가득한 책 한 권 모두 똑같은 독서라는 점에서 책을 너무 어렵게 생각말고 그저 읽는 재미 자체에 빠져볼 수 있길. 이 책 역시 그 방편 중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참고 하길 바란다.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삭제하고 싶은 이름이 하나쯤은 있다"
▲ 29초호의를 베푼 댓가치고 너무 크다고 해야할지, 혹은 위험하다고 해야할까. 29초 간의 통화 속 주인공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려야 했을까. 나라면? 당신이라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 상상해 보게 된다. ⓒ 이의성
주인공 세라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30대 여성으로, 힘겨운 삶 속에서 늘 고군분투한다. 상사인 교수의 일상적인 성희롱과 괴롭힘에 시달리지만 부당한 상황에서 나름 명확히 선을 그으며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점차 교묘해지고 악랄해지는 괴롭힘 속에서 괴로워한다.
법과 질서, 그리고 양심과 상식이 우리를 지켜줄 거라고 믿었던 적도 있었다. 젊은 날의 나는 그러했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 때 믿었던 그것들이 얼마나 연약한 것이었는지 잘 안다. 맞서 싸우기보단 피하고 도망치는 방편을 선택해왔을 30대 여성들은 특히나 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평범한 직장인들, 특히나 직장 내에서 여성들이 겪었을 법한 무언의 폭력과 일상적인 괴롭힘을 잘 묘사하고 있다. 처음엔 가볍게, 그리고 점차 그 강도를 높여 거세지게 되는 일상적인 폭력에 대해 말이다.
불쾌하면서도 매력적인, 그러나 낯선 이로부터의 제안이었기에 주인공 세라는 이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그러나 계속 여운이 남는다. 뇌리에 박힌 그 낯선 이의 말이 쉬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 기회일까, 시험일까.욕망과 도덕 사이에서 과연 우린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재미로 읽는 스릴러 소설임에도 한 번쯤 상상해 볼 법한 상황과 함께 독자에게 고민해 볼만한 여지를 준다. ⓒ michael by unsplash
주인공 세라에게 주어진 것처럼, 우리에게 동일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증거도 뭣도 남기지 않은 채 한 사람의 생사를 박탈할 수 있는 생사여탈권. 누군가를 죽여선 안된다는 건 알지만 그 사람이 죽도록 미운 사람이라면? 죽여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이따금 우린 상상이라도 하게 되지 않나. '저 사람만 없으면 내 인생이', '저 사람만 없다면 내 위치가', '저 사람만 없다면 내 행복이 조금은 더' 따위와 같은 상상 말이다.
생명의 존엄에 대해 언뜻이라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혹은, 정정당당한 대결이 불가능한 저열한 인간과 마주했을 때 나는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나는 주인공 세라와 같은 결정을 내렸을지, 혹은 다른 선택을 했었을지 상상해보며 나 자신의 도덕적 잣대를 점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전에 휘몰아치는 재미부터 먼저 만끽할 수 있겠다.
서두에 언급한대로 독서에 무기력한 때가 온다면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순식간에, 그리고 단숨에 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기개발이나 정보의 취득 등 독서를 하는 수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독서의 이유는 사실 재미 그 자체가 아닐까. 독서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오히려 독서를 멀리 하는 건 아닐런지.
세계문학 한 권만이 독서가 아니라, 얄팍한 잡지 한 권, 만화와 삽화 가득한 책 한 권 모두 똑같은 독서라는 점에서 책을 너무 어렵게 생각말고 그저 읽는 재미 자체에 빠져볼 수 있길. 이 책 역시 그 방편 중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참고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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