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선학교 학생들의 아프고 억센 이야기, 함께 해요"
극단 '달오름' 연극 <치마저고리> 창원, 부산, 인천 공연 ... "제2교복 이야기"
▲ 연극 <치마저고리>를 만든 김민수 대표(오른쪽)와 조사량, 조청향 출연자. ⓒ 윤성효
재일교포 3세들이 일본사회에서 '조선학교' 학생들이 겪는 차별의 아픔을 담은 연극으로 한국 무대에 선다. 극단 달오름(대표 김민수)이 연극 <치마 저고리>를 창원, 부산, 인천에서 차례로 공연한다.
달오름은 4일 저녁 창원 범블비 아트홀에서 공연한다. 이날 오후 범블비에서는 김민수 대표와 조청향‧조사량 출연자가 리허설과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김 대표와 두 출연자 모두 재일교포 3세다.
"조선사람으로서 떳떳이 살려는 마음 담아"
조선학교는 남녀 교복이 정해져 있었다. 중‧고등학교 여학생은 일반적으로 치마 저고리를 교복으로 입었다. 겨울에는 주로 검정색 치마저고리이고, 여름철에는 하얀색 저고리와 검정색 치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조선학교 여학생들이 일본 우익에 의해 치마저고리가 훼손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조선학교는 1999년부터 통학시 치마저고리 착용이 '의무'에서 '임의사항'으로 변경되었다.
여학생들은 일본 우익의 훼손을 피하려고 '제2교복'을 입고 다녔다. 침저고리에다 재킷식의 제2교복을 입었던 것이다. 제2교복은 등교할 때 입었다가 학교에서 갈아입었고, 다시 하교할 때 재킷을 입는 것이다.
이 연극은 일본 조선학교에 다니는 두 여학생이 하는 이야기다. "치마저고리를 입고 다니고 싶다"는 고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엄마가 학생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엄마는 지금처럼 제2교복을 입지 않았던 그 때, 등굣길에 전철에서 교복인 치마저고리가 누군가에 의해 찢겨지는 사건을 빈번하게 겪었고, 일본사회에서 받았던 차별을 딸한테 들려준다.
두 딸을 둔 김민수 대표는 "제가 학교에 다닐 때도 치마저고리를 입었다. 25년이 지났다. 지금 큰 딸은 대학에, 작은 딸은 고1이다"며 "엄마로서 딸들이 제2교복을 입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할수록 분노 이외에는 감정을 찾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제가 학교 다니던 25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제2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야하는 딸의 모습을 보면 가슴에 못이 박힌다"며 "치마저고리는 우리 민족의 상징이다. 정세가 어떠하든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데는 어른들의 책임이 크기에 더 가슴 아프다"고 했다.
김민수 대표는 "여학생들이 치마저고리를 입고 전철을 타면, 나중에 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아 살펴보면 찢어져 있었다. 전철 안에서 누군가 그렇게 했던 것"이라며 "그런 폭력적인 행위가 항상 있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런 시선은 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여학생들은 일본사람한테서 '뒤를 조심해라'거나 '밤길 조심하라'는 말을 들으면 트라우마가 생기게 된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고교(유아) 무상화교육을 하면서 조선고급학교‧유치원에 대해서는 배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교육무상화제도는 교육의 기회균등을 목적으로 외국인학교도 포함하지만,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에 대해서만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학교 학부모들은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일본 정부의 이같은 정책이 "재일동포에 대한 심각한 차별이고 반인권적 행위"라며 "아동권리협약을 비롯한 국제범은 물론, 모든 아동에게 공평하게 적용하겠다고 제정한 일본의 '아이 키우기 지원법'에도 배치된다"며 맞서고 있다.
김민수 대표는 "치마저고리는 일본에 살면서도 조선사람으로서 떳떳이 살려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꽃길임을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며 "치마저고리를 사랑한 우리의 아프고 억센 이야기들이 여러 사람들의 가슴에 닿기를 바란다"고 했다.
달오름은 경남겨레하나, 우리민족끼리통일의문을여는 '통일촌'의 초청으로 4일 오후 7시 창원 범블비 아트홀에서 공연하고, 5일 오후 7시 30분 부산 회화나무샘터공원, 9일 오후 3시와 6시 인천 창작플랫폼 경험과상상에서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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