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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 '사법개혁안' 발목 잡는 한국당? "90일 더 달라"

10월 29일 본회의 표결 기류에 반발... 나경원 "체계·자구 수정에 60~90일 필요"

등록|2019.10.08 20:06 수정|2019.10.08 20:14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文실정 및 조국 심판' 국정감사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남소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아래 법사위)에서 체계·자구 수정을 위한 90일을 줘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라 탄 사법개혁안을 두고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90일의 근거는 국회법이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아래 사개특위)는 활동을 종료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설치법에 관한 논의를 채 마무리하지 못했다. 해당 법안들은 지난 4월 30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아래 법사위)로 넘어간 상황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당 '문 실정 및 조국 심판' 국정감사대책회의 자리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 그렇다면 법 조항은 어떨까?

나경원 "입법 불비... 충분히 논의 후 상정해야"
 
"위원회는 신속처리대상안건에 대한 심사를 그 지정일부터 180일 이내에 마쳐야 한다. 다만, 법제사법위원회는 신속처리대상안건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를 그 지정일, 제4항에 따라 회부된 것으로 보는 날 또는 제86조 제1항에 따라 회부된 날부터 90일 이내에 마쳐야 한다." - 국회법 제85조의 2(안건의 신속 처리) ③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건은 해당 상임위에서 180일 이내에 심의를 마쳐야 한다. 또한 법사위는 해당 상임위에서 법사위로 올라온 법안에 대해 체계·자구 심사를 최대 90일간 진행할 수 있다. 한국당의 주장은 사개특위가 120일 만에 활동을 종료했으니, 나머지 60일 간 법사위에서 심의를 마무리하고, 추가로 체계·자구 심사를 위한 90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20일간 법사위가 아닌 다른 곳(사개특위)에 있었기 때문에" 90일이 아니면 일부라도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를 들어, 180일 중 120일 동안 (사개특위에) 있었으니까, 3분의 2는 다른 상임위에 있었던 것"이라며 "자구 수정 90일 중 3분의 2는 보장해야 한다고 해석해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즉, 법사위에서 남은 60일 심의를 마친 후 체계·자구 수정을 위해 최소 60일은 더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그러나 체계·자구 심사는 해당 법안의 소관 상임위원회가 법사위가 아니었을 때 주로 해왔다. 법사위 고유법의 경우, 체계·자구 수정을 위한 심사까지 할 경우 같은 상임위에서 이중으로 심사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회법에 명확한 근거는 없다.

나 원내대표는 "법사위 법안이니 자구 수정을 위한 90일이 필요 없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고, 저희(한국당)는 이건 사개특위에 있던 법안이기 때문에 법사위에 90일 자구 수정 기한을 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해석이 분분한데 민주당과 국회의장이 강행처리하겠다는 건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초월회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대표, 문 의장,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 공동취재사진


이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전날(7일) 있었던 5당 대표 정례회동에서 "국회법에 따라 가능한 모든 의장의 권한을 행사해 사법개혁안을 본회의에 신속히 상정할 생각"이라고 밝힌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

잔여 심사기한인 60일은 오는 10월 28일이면 끝난다. 문 의장과 민주당은 오는 29일, 해당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칠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문희상 의장의 발언을 가리켜 "틀려도 한참 틀린 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여당과 여당 2중대 정당들의 합의문을 보면 선거법 먼저 상정하게 돼 있다"라며 "그들끼리의 합의에도 위반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법사위 관련 고유법안만 패스트트랙에 있어서 법사위에 부여된 90일이 보장되지 않을 뿐 사법개혁특위 법안을 법사위 법안으로 이어받을 경우, 90일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입법 불비라는 게 공식적인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보완을 거쳐서 충분히 논의해 상정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마치 강행 상정의 의지를 확고히 하는 것 같은 발언은 국회의장으로서 매우 적절하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에 대해서 다음주부터 원내대표들과 각 당에서 관련 의원을 한 명씩 지정해 '3+3' 회의를 하기로 했다"라며 "논의를 시작하겠다"라고 밝혔다.

민주당 "선례도 없고, 유권해석 여지도 없는 사안... 국회의장 고유권한" 

이러한 해석에 대해 민주당은 "한국당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국회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선례도 없을 뿐더러, 애초에 유권해석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라며 "체계·자구를 위한 90일이 필요하다는 건 나경원 원내대표와 한국당의 주장일 뿐, 근거도 없다"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28일에 법사위 심의가 끝나면, 그 이후의 일은 국회의장의 고유 권한"이라며 "국회의장의 일이기 때문에 여당에서 이 문제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할 사안 자체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10월 28일 이후 본회의 부의 여부는 오롯이 국회의장에게 달려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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