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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서초동에 나와 촛불을 들었나

[현장] 제8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참가자들, 직접 만나 이야기 들어보니

등록|2019.10.10 09:29 수정|2019.10.10 10:00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두고 "조국 철회, 대통령 하야" vs. "조국 수호, 검찰 개혁"으로 나눠진 대한민국. 각 진영의 집회 규모를 두고서 정치권은 마치 세 싸움을 하는 듯하고, 언론은 이를 자극하며 부추긴다.

상반된 시각에서 대규모 집회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측을 향해 "조국과 그 가족에 대해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인가, 검찰개혁과 상반되는 궤변"이라고 지적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검찰 개혁과 조국 수사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었다. 또 왜 검찰 개혁을 해야 하는지 묻기 위해 지난 5일 서울시 서초역 사거리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찾았다.

현장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는 하되 장관은 장관의 일을,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도덕적 잣대는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집회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번 사안의 본질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 수사 행태가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방증한다는 인식이었다. 언론보도에 대한 볼멘소리도 적지 않았다.
 

▲ 지난 5일 서울시 서초역 사거리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 한 참여자가 손수 만든 "검찰개혁" 깃발을 흔들고 있다. 좌측 뒤편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는 대검찰청이 보인다. ⓒ 이성진

"조국 수사"와 "조국 수호"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

'검찰 개혁과 조국 수호는 모순된다는 주장이 있다'는 화두를 던지자, A씨(서울·40대 남성)는 전제부터가 잘못됐다고 했다.

그는 "'조국은 범죄의 온상'이라는 선입견부터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라며 "조국 일가족을 2개월간 먼지 털 듯 수사한 것 자체가 그러한 불순함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적임자로 반드시 조국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인사를 존중한다. 도덕적 흠결이 어느 정도 있을지는 몰라도 조국 본인과 가족의 문제는 구분해야 한다. 검찰 스스로가 개혁을 거부하고 있고 보수 언론과 정치인들은 현 정권 흔들기에만 혈안이 된 듯하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11시간을 압수수색을 하는가. 명백한 인권침해"라면서 "검찰권력을 완화시켜야 한다. 검찰이 법을 어겨도 제재할 수도 없지 않는가.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기소편의주의 폐지 등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정치세력은 늘 바뀐다. 제도적으로 지금 바꿔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B씨(경남·40대 여성)는 "수사는 수사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두 달 넘도록 수사를 했는데도 뭐가 실체가 나온 것이 있나. 이젠 적당히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C씨(서울·50대 여성) 역시 "이제껏 수사를 했지 않나. 수사가 너무 일방적이다. 장관 본인에게 아무 하자가 없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면서 "이젠 검찰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대신 나경원 등 정치권 인사들의 의혹에도 동일한 잣대로 수사를 해야 한다. 조국을 흔들기 위한 목적은 더 이상 안 된다"고 했다.

D씨(서울·20대 대학생)는 "평등, 공정, 정의를 부르짖는 정권이어서 기대를 많이 했지만 각종 의혹을 사고 있는 조국 장관 임명에 적지 않게 실망했다"면서도 "다만 의혹은 의혹이고 진실은 진실이어야 한다. 검찰의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또 조국 장관은 그대로 소임을 해 나가야 한다. 또 가족 문제와는 분리하되 장관 본인의 직접적인 위법 탈법 행위가 드러나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E씨(일산·60대 남성) 또한 "수사를 해서 진위여부는 밝혀야 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는 만큼 조국 장관은 장관으로서의 업무를 하고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하면 된다"면서 "하지만 검찰이 그 기대 밖의 일을 하고 있으니 개혁을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 "이번엔 지켜내자"는 문구가 유난히 돋보인다. 뒷편으로는 불빛이 비쳐나오는 대검찰청 건물이 보인다. ⓒ 이성진

검찰은 합리적인 수사를, 조국 장관은 검찰개혁을

왜 '조국 수호'를 주장하는지 묻자, F씨(남양주·50대 여성)는 "각종 의혹들이 조국 장관 본인과는 무관하고 또 조국 장관이 검찰을 개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의 검찰수사는 과도했다. 정치권이나 기득권에 이렇게까지 털면 과연 어떤 결과들이 나올까. 일개 시민인 나도 그 정도는 나올 것 같다"고 분개했다.

그는 "이렇게까지 탈탈 터는 법이 어디 있나. 망신주기를 떠나 한 가정을 완전 사망을 시키는 꼴"이라며 "대한민국 검찰이 정말 부끄럽다. 정치권 눈치를 봐가며 수사를 한 것이 이 정도라면 눈치마저 보지 않았다면 더 얼마나 심했겠나"고 텃붙였다.

G씨(고양·50대 남성) 또한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수사를 하라는 것"이라면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사안인데도 애매하게 피의사실을 공표하거나 언론몰이를 해 왔다. 장관 본인이든, 가족이든 어떤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은 그 때 생각할 일이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장관은 장관의 일을 하게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H씨(경기·60대 여성)는 "두 달 동안 들쑤신 수사 결론이 무엇인가. 검찰수사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먼지 털 듯 했지만 아무것도 안 나오니 딸 표창장 받은 것으로 시비를 거는 것 아닌가"라면서 "상식 이하의 수사를 해 왔다"며 검찰에 불신을 쏟아냈다.

그는 "웬만큼 돈 있으면 펀드, 주식 안 해 본 사람 있을까. 돈 있는 사람들이, 정치권 인사들이 안 하겠는가. 은행에서조차 펀드를 취급하는데, 또 어디에 투자를 했는지 알려 주지도 않는다. 자녀 앞으로도 많이들 한다"고 했다.

그는 "먼지털이로 프레임을 씌우려고 하는 것 아닌가. 과거 노무현 대통령 때 논두렁 시계 사건을 봤듯이, 이번에는 조국을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분명한 것은 조국 장관 본인이랑 그 가족들의 문제는 구분해야 한다. 억지로 연관시켜 죄를 씌우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 경기도에서 왔다는 한 중년 여성이 "직접 만든 피켓"이라며 펼쳐 보였다. ⓒ 이성진

국민의 검찰? 검찰권력, 견제와 채찍이 필요하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묻는 말에, H씨는 "검찰이 과연 대한민국 국민의 검찰인지 의문이 든다"며 "어떤 공무원도 조직에 충성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충성을 해야지, 조직을 위한 충성은 국민의 혈세를 먹는 공무원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라는 것.

그는 "대통령이 나름의 이유가 있어 윤석열을 총장에 임명을 했을 것이다. 이를 두고 우리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하다. 다만 윤 총장이 그에 합당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나는 한 시민으로서 내 권리 못지않게 미래세대의 권리를 위해 여기에 나왔다. 지금의 검찰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반드시 개혁을 해야 한다. 지금 내 놓은 개혁은 입술에 침 바른 것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언론방송을 향해서도 "검증도 없이 막 지르고 있다. 이젠 전혀 믿을 수 없는 존재"라면서 개혁 대상으로 꼽았다.

I씨(김포·50대 남성)는 세월호 사건 때, 최순실 국정농단 때도 지금처럼 수사를 했다면 더 많은 연관자들을 처벌하고 발본색원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검찰권력이 강한 나라는 없을 것이다. 1차적으로는 공수처 설치, 2차적으로는 검경수사권을 조정해야 한다"며 "3권 분립이 되려면 균형을 이뤄야 하고 검찰도 잘못하면 죄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차제에 국회의원 불체포특권도 없애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국회의원들이 출두명령을 무시하고 있다. 국민 무서운 줄을 모른다. 위정자들이 국민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노는 것 같다"며 "종업원이 사장한테 덤비는 꼴이다. 지금 국회, 검찰이 국민에게 가장 하극상이다. 우선 검찰개혁이 끝나면 언론개혁을, 이것이 끝나면 사법부, 행정부도 개혁을 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드는 불공정함은 없어야 한다"면서 언론개혁이 이뤄지면 더 많은 것이 개혁될 것으로 봤다.

문재인 대통령 탄핵 주장이 나오는 것에도 쓴소리를 냈다.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무조건 탄핵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사고일까. 그러면 나경원, 황교안, 자유한국당도 탄핵 하거나 정당해산 시켜야 한다"고 했다.
 

▲ 애기를 안은 엄마의 모습은 "왜, 무엇을 위해, 모두가 여기에 나왔을까"를 곱씹어 보게 했다. ⓒ 이성진

이젠 수사결론 내야... 도덕적 잣대는 예외 없어야

J씨(강릉·60세 남성)는 검찰의 의중을 의심했다. "조국 장관과 가족에 대한 수사가 정상적이라면 모를까, 마치 조국을 볼모로 잡아 정권을 흔들어 검찰개혁을 방해할 목적인 듯하다. 지금까지 결과물이 나온 것도 없는데, 조국이 검찰개혁에 중요한 사람이니깐 이를 막기 위해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젠 수사결론을 내려야 한다. 조국은 장관으로서의 개혁을 단행하고 검찰은 검찰대로 수사를 하되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야 한다"면서 "이런 식이면 조국뿐만 아니라 누가 장관을 하더라도 개혁성향만 보이면 곧바로 끌어내리려고 할 것은 명백하다. 나경원 등 조국 사퇴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마치 자기들은 엄청 깨끗한 것처럼 말하는데, 과연 그럴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다. 이젠 모두 전수조사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 문재인정권지키기, 조국수호를 따로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검찰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것을 할 수 있는 세력이 문제인 정부라고 본다. 이것을 하라고 정권을 줬고 또 이것을 하라고 돕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면서 "조국 장관은 이번 사태를 겪으며 맷집도 제법 세 졌을 것이다. 조국이 장관직에서 내려오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조국 본인과 가족의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견해를 폈다. 다만 "조국도 실정법 위반이 나오면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렵겠지만 지금은 본인보다 가족의 의혹까지 끌어들여 무엇인가 비리를 끄집어내려고 한다.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며 집회참여 배경을 말했다.

K씨(강원·60세 남성)는 도덕적 잣대에 주목했다. 20대 후반의 자녀를 두고 있다는 그는 "논란이 되는 입시제도는 이명박 정권 때 만들어졌고 그 당시 다 그렇게 했지 않나"라면서 "조국 딸 때문에 한 명이 탈락했을 수는 있지만, 그 제도 때문에 수십만 명이 실력대로 원하는 대학에 못 간 측면도 있다"고 했다. 조국 딸이 전국의 수십만 명을 떨어뜨리게 한 것처럼 떠드는데, 침소봉대는 말아야 한다는 것.

그는 "제도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의 탓도 있다. 그 당시 자녀를 키운 입장에서 다 비슷한 수준에서 그런 상황에 직면했다"며 "도덕적 범주를 설정하고 잣대를 대려면 모두라는 '복수형'으로 똑같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정권 때문에 못 살겠다'며 또 다른 측에서도 5만 명이든 300만 명이든 집회를 이어가겠지만 우리도 우리의 의견을 말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는 것이다. 심지어 저쪽에서는 독재타도, 하야, 탄핵까지 주장하는데, 무임승차일 뿐이다. 자기들은 피해를 볼 것이 없으니 막 질러 보는 것"이라고 했다.
 

▲ 한 광고전문제작자는 트윗을 통해 함께 했다는 수백명의 "검찰개혁" 지지 의사표현들을 담은 대형 현수막 2개를 집회 현장에 걸었다. 그 중 일부 일부 내용이다. ⓒ 이성진

소모적 논쟁 벗어나 더 나은 가치 지향해야

보다 상위의 가치를 지향하며 이젠 사회적 통합의 길을 모색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J씨는 "일본과의 문제, 경제발전 등과 같은 더 높은 가치에 신경을 써야지, 지금 상황이 너무나 소모적"이라면서 "10년 전의 서류 하나를 가지고 이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런 식의 이전투구는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검찰, 언론개혁을 통해 정상적인 사회시스템이 작동되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이런 희망을 갖고 모두가 여기에 온 것"이라며 "잠재력이 우수한 우리나라가 민주화만 좀 더 이루면 두려울 것이 뭐가 있겠나"라고 했다.

K씨는 "이런 과정으로 가려면 검찰, 언론개혁이 정말 중요하다. 옛날 당파싸움 탓에 나라가 망했듯,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국민 모두가 옳고 그름에 대한 개개인의 판단과 노력들을 이번 기회에 또는 내년 총선 때에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 역시 나름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 텐데, 이쪽도 맞고 저쪽도 맞고 '오십보 백보'식이라고 치부해 버리니 더욱 혼란만 키우는 격"이라며 "언론들도 자성하고 진실을 쫓는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전문지 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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