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대 검찰,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망] '자연인'으로 돌아갔지만 '피의자' 위기... 뇌물·사모펀드·웅동학원 등 다툼 치열
▲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14일 오후 3시 반 정부과천청사 현관 앞. "저는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간다"는 그의 얼굴은 다소 편안해 보였다. 하지만 '자연인 조국'에게는 수사와 재판이라는, 진짜 자신만의 싸움이 남아 있다.
현재까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피고발인' 신분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청문회 전부터 가족 소유 학교법인 웅동학원과 딸 논문·장학금,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10여 건의 고소·고발을 당했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그가 청문회 직전 최성해 동양대학교 총장과 통화하고, 9월 23일 자택 압수수색 당시 검사와 통화한 일 등으로 추가 고발하기도 했다
앞으로 검찰은 언제든 '피의자 조국'에게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 두 달간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수사에서 충분히 단서를 포착했다면.
[쟁점 ①] 딸 장학금 등 뇌물죄 성립할까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여러 의혹 중 가장 치명적인 혐의는 뇌물이다. 지난 8월 자유한국당은 딸의 부산대 의전원 지도교수였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대가를 바라고 장학금 총 1200만 원을 지급했다며 조 전 장관을 고발했다. 또 10월 2일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배우자 정경심씨 사모펀드의 투자업체 웰스씨앤티에서 사라진 10억 3천만 원과 WFM에서 '고문료'라고 지급한 2400만 원을 단순뇌물로, 우아무개 전 WFM 대표가 펀드 운용사 코링크PE 주식 55억 원치를 사들이고, 코링크PE가 정 교수 동생에게 9600만 원을 지급한 것을 제3자 뇌물로 고발했다.
그런데 뇌물 혐의는 대가 관계 규명이 중요하다. 단순뇌물죄만 해도 조국 전 장관의 직무관련성이 드러나야 한다. 야당 등은 노환중 원장의 부산의료원장 선정, 그의 사무실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치의 선정에 기여했다'는 문건이 발견된 점을 들어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했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가설'일 뿐이다. 코링크PE와 정경심 교수를 '경제공동체'로 볼 수 있을지, 또 우 전 대표와 코링크PE가 정 교수에게 어떤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를 검찰이 찾아내야 한다.
[쟁점 ②] 공직자윤리법과 사모펀드
▲ 27일 저녁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2019.8.27 ⓒ 연합뉴스
사모펀드는 공직자윤리법 위반 논란으로 이어진다. 2017년 5월 조 전 장관의 민정수석 임명 후 정경심 교수는 보유한 주식을 처분하고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주도한 코링크PE의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하지만 단순 투자가 아니라 사실상 코링크PE 운영에 관여하고 투자사들의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했다는 의혹을 받는 상황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은 이 일이 공직자의 직접투자를 제한하고 재산을 투명하게 신고하도록 한 공직자윤리법에 어긋난다고 문제 제기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투자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에 '사모펀드는 괜찮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여러 가지 수상한 자금 흐름이 드러나고 있지만, 조범동씨와 코링크PE, WFM 등의 복잡한 돈 관계가 정경심 교수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의 차명 지분 보유가 맞는지는 아직 명백하지 않다. 이 사실관계들이 정리된 다음에야 조 전 장관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를 따져볼 수 있다. 검찰은 이를 위해 계좌추적 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충분한 영장을 받을 만큼 법원을 설득하진 못하고 있다.
[쟁점 ③] 아들 인턴증명서, 웅동학원 문제는...
자녀들의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 의혹도 있다. 조 전 장관 딸과 아들이 실제 인턴활동 없이 공식 서류양식과 다른 증명서를 발급받았는데 조 전 장관이 서울대 교수로서 관여하지 않았냐는 주장이다. 아직 공소시효가 남은 아들 증명서의 경우 발급권자였던 한인섭 당시 센터장의 결재 여부가 중요하다. 그런데 검찰의 의심과 달리 한 센터장은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 상태다.
동생이 구속 위기까지 몰렸던 웅동학원 문제는 시간이 엉켜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동생이 2017년 학교 공사대금 소송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학교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배임)를 적용했다. 그런데 이 소송은 2006년 이미 법원의 결론이 난 사안을 채권 시효 문제로 다시 제기한 것이었고, 첫 소송 때 조 전 장관은 웅동학원 이사였다(1999~2009년 재직). 검찰은 그에게 배임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공소시효가 성립가능한지 등을 따져보고 있다. 조만간 동생의 구속영장도 다시 청구할 방침이다.
'위험한 동거'만 끝났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이 모든 의혹은 '피의자 조국'과 직접 닿아있다. 그런데 '자연인 조국'은 자신은 물론 가족을 겨냥한 검찰의 칼끝도 방어해야 한다.
당장 18일이면 부인 정경심 교수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사건 1차 공판준비기일이다. 정 교수는 또 사모펀드 의혹의 주인공이고, 관련 증거를 없애려고 했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 검찰은 혐의의 중대성, 최근 뇌종양과 뇌경색 진단을 받은 정 교수의 건강상태 등을 살펴보며 구속영장 청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결국 검찰과 조국, 조국과 검찰의 '위험한 동거'만 끝났다. 온갖 의혹을 한 몸에 받으며 검찰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전직 법무부 장관, 살아있는 권력을 거침없이 수사하며 정국의 한가운데로 뛰어든 검찰의 정면대결은 어쩌면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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