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매력, 공존의 도시' 인천... 세계의 눈길 끈 도시브랜딩 비결
[인터뷰] 박상희 인천시 소통기획담당관실 브랜드전략팀장
▲ 박상희 인천시 소통기획담당관실 브랜드전략팀장. ⓒ 인천시
'상반된 매력, 공존의 도시 all_ways_Incheon'.
30초짜리 인천의 도시브랜드 홍보 동영상. 유튜브에 올라온 지 3개월만에 70만 조회수를 훌쩍 넘겼다. 이례적인 반응이다. 이 영상은 올해 전부 공개될 '상반된 매력 공존의 도시' 3부작 가운데 첫 번째인 '시간여행자-랜드마크' 편이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원도심과 신도시의 조화를 다이내믹하게 교차 편집해 역동적인 인천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
"도시의 아름다운 전망을 보여주고, 문화의 관점에서 인천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증명했다."
"그들은 '상반된 매력과 공존의 도시'라는 콘셉트의 좋은 영상을 제작했으며, 시차와 시간여행자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아이디어를 확대했다."
이 홍보 동영상으로 인천시는 '비즈니스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어워즈(IBA, International Business Awards)에서 최고의 영예인 금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인천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증명한 창의적인 영상'이라고 호평했다. 시상식 겸 갈라쇼는 10월 19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렸다.
IBA는 전 세계 기업과 조직이 1년 동안 펼친 경영, 성장, 홍보 등의 사업 활동을 16개 부문에 걸쳐 평가하는 비즈니스 분야의 유일한 국제대회다. 미국 '스티비 어워즈(Stevie Awards)'사가 지난 2003년부터 주최하고 있다. 올해에는 전 세계 74개국에서 4000여 편을 출품했다. 심사위원 규모도 250명이 넘는다. 인천시는 지난해 '스티비 어워즈 아시아-태평양'에서 은상을 받기도 했다.
기업 브랜드의 기획·이벤트·홍보·광고·마케팅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브랜드 매니저처럼 '인천'이라는 브랜드를 총괄하면서 그 가치를 끌어올린 이가 박상희(43) 인천시 소통기획담당관실 브랜드전략팀장이다. 지난 8월 22일 세계 최초로 시민들이 움직여 만든 전기로 무대를 밝히는 '자가발전 언플러그드 콘서트'도 그가 총괄했다.
그는 기업에서 일하며 '2010년 자랑스러운 애경인상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2월 홍익대 디자인공예학과 시각디자인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오랫동안 강단에 섰고, 현재 경희대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연구만큼이나 설레이게 하는 현장을 경험하기 위해' 지원해 인천시 공무원으로 임용된 건 지난 2월이다.
다음은 지난 21일 가진 박상희 인천시 브랜드전략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기업과 강단에서 활동하다가 공무원을 선택하게 된 동기는?
"브랜딩은 현장감이 떨어지면 안되기 때문에 짧은 기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실무와 강의를 겸하며 활동했다. 20년 넘게 브랜드·디자인 관련한 일을 해왔다. 최근에는 국가브랜드 사업 가운데 장소브랜딩 분야에서도 일했다. (※ 박 팀장의 박사논문 주제도 '장소브랜딩 커뮤니케이션 구조 연구'였다.)
지난해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인천시 브랜드전략팀장 공고를 봤다. 내 학위 주제인 장소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 연구와 밀접한 분야라 관심을 갖고 지원했다. 그리고 올해 2월 임용됐다. 연구도 좋지만, 현장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인천을 현실에 존재하는 유토피아로 만들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다."
- 소위 '어공(어쩌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힘든 점도 있었을텐데.
"면접을 볼 때 '기업체에 근무하다가 지자체 업무가 힘들지 않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아마 행정 시스템이나 업무 구조가 달라서 물었던 것 같다. 브랜드의 대상이 되는 제품, 기업, 도시는 명쾌하다. 핵심에 집중하면, 보조 수단인 행정 시스템이나 업무 구조 파악은 어렵지 않다. 지금까지 업무를 수행하면서 크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장훈 담당관, 신봉훈 협력관, 박남춘 시장 등 '윗선'에서 전문가인 나를 믿고 응원해준 게 큰 힘이 됐다. 그 분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브랜딩을 주문하기보다는 함께 '인천'이라는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자체이다보니 공사나 기업 등과 맞물린 일도 많다. 나는 콜라보레이션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브랜드는 최상위 콘트롤타워의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단기간에 성과가 나기도 힘들고, 눈에 보이는 성과물을 만들기도 어렵다. 비전 달성을 위한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믿고 기다려주는 게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인천시의 이같은 조직문화가 좋았다. (사담이지만) 딸 아이가 '엄마가 인천시 공무원'이라고 자랑스러워 하는 것도 내 자존감을 높여줬다."
- '상반된 매력, 공존의 도시'로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어워즈(IBA)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받았다. 소감은?
"공교롭게도 오늘(21일)이 내 생일이다. 새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다. 인천 출신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인천을 사랑한다고 자부한다. 브랜딩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럴 것이다. '브랜딩하는 대상을 사랑하지 않고는 절대 브랜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인천이 세계 최고로 반짝반짝 빛나게 돼 행복하다."
- IBA에 출품된 작품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고 들었다. 수상할 거라고 자신했나.
"전 세계 74개국에서 4000여 편을 출품했다고 들었다. 심사위원도 250명이 넘었고. '스티비 어워즈'는 인터내셔널, 아시아-태평양 등 다양한 규모의 어워즈가 있다. 인천시가 출품한 것은 인터내셔널 부문이다. 그래서 사실 더 예상을 못했다. 지금까지 인천의 최고 실적은 '2018년 스티비 어워즈 아시아-태평양' 은상 수상이었다. 이번에는 그 실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 박상희 팀장이 성신여대 학생들과 '인천 프로젝트'와 관련해 토론을 하고 있다. ⓒ 박상희
- 어떤 점이 높게 평가돼 금상을 받았다고 보는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원도심과 신도시가 조화를 이루는 인천의 매력을 잘 표현한 것이 수상 이유인 것 같다. 심사위원들이 '인천을 선보이는 창의적인 영상이다', '도시의 아름다운 전망을 보여주고, 문화의 관점에서 인천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증명했다', '그들은 상반된 매력과 공존의 도시라는 컨셉의 좋은 영상을 제작했으며, 시차와 시간 여행자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아이디어를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고마운 일이다."
- '상반된 매력, 공존의 도시' 영상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나.
"인천시 브랜드전략팀장으로 오게 됐을 때 여러가지 생각 끝에 내 나름대로 방향을 정한 게 있다. '흥미로운 대조(Exciting Contrast)'. 지난 2017년 인천시 도시브랜드 '올 웨이즈 인천(all_ways_Incheon)'이 만들어졌다. 2017년과 2018년 인천시 도시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살펴보면 다양한 가치들의 나열이었다. 도시브랜드 개발 초기에 해야 하는 당연한 소통이었다.
그렇다면, 2019년과 2020년에는 다양한 개별 가치라는 존재를 넘어서, 그 가치들이 충돌하며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것이 바로 '흥미로운 대조(Exciting Contrast)'다. 다양성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살아있는, 세계로 열린 도시 이미지를 상상했다. 전통과 혁신, 원도심과 신도시, 신·구세대, 문화자산과 미래인프라 등이 대조를 넘어 공존, 상생한다는 사실을 그리려고 했다.
함께 영상 작업을 했던 종합홍보대행사 디렉터마켓에 주문했던 게 이같은 컨셉트다. 그리고 멋지게 광고홍보 영상과 캠페인을 만들어냈다. 이 자리를 통해 최인봉 총괄감독, 이윤진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이승수 카피라이터, 김준섭 PD 등 함께 일했던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 박상희 팀장은 '총괄 기획자'의 역할을 맡았나.
"(인천시) 브랜드전략팀의 모든 업무는 제 책임 아래 진행된다. 특히 TV CF와 캠페인은 올해 도시브랜드 방향성에 대전환을 주는 굉장히 중요한 어젠다(agenda)였기 때문에 기획부터 디테일까지 모두 다 챙겼다. 디테일이 뛰어나고 열정적으로 실무를 담당한 이상숙 주무관의 도움이 컸다."
- 이번에 공개된 건 '상반된 매력, 공존의 도시' 홍보 영상 3부작 가운데 첫 번째라고 들었다. 나머지 두 편은 어떤 내용이며, 언제 공개할 예정인가.
"'상반된 매력, 공존의 도시' 1편의 주제는 '시간여행자 - 랜드마크'였다. 2편은 '공간이동자 – 자연'인데 이번달에 선보인다. 그리고 3편 '시간여행자 – 축제'는 12월에 공개할 예정이다. 세 편의 연결점은 상반된 매력이 다이내믹하게 교차 편집되며 역동적인 인천상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각 편에 맞는 문화 코드가 접목되는데, 인천의 시간과 공간을 이야기하면서도 각자 차별성을 갖는다.
▲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어워즈(IBA) 금상 수상과 관련, 광고계 동향에 대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박상희 팀장. ⓒ 인천시
▲ 인천시가 주최하는 '도시브랜드 포럼' 준비 회의. 인천시 산업진흥과, 인천디자인지원센터, 브랜드전략팀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 인천시
누구나 시간여행자가 된다는 1편(랜드마크)은 '별빛이 쏟아지는 선사시대의 낭만에서 현대문명의 환상적인 야경을 보여주는 21세기 낭만까지 시차는 단 30분'이란 점을 부각시켰다. 근대 문화유적의 원도심, 개항장 거리와 첨단 국제회의복합지구 송도, 청라, 동북아최대 복합문화 리조트 영종도까지를 교차 편집해 역동적인 도시이미지를 만들었다. 과거와 미래를 이동하는 경험이 가능한 도시 인천을 표현한 것이다.
누구나 공간이동자가 된다는 2편(자연)에서는 '바다로 산으로, 사막으로 습지로 인천에서는 누구나 자연과 자연을 오가는 경험'을 한다는 걸 알려준다. 산과 바다, 섬, 사막과 생태습지를 두루 갖추고 있어 서로 다른 질감의 자연과 자연을 오갈 수 있는 인천을 표현했다. 168개의 섬이 환상적인 바다, 멋진 풍차가 있는 소래생태공원 습지, 한 편에서는 바다를 반대 편에서는 육지를 볼 수 있는 산을 표현했다.
누구나 시간여행자가 된다는 3편(축제)에서는 '개화기의 연인에서 락페스티벌의 연인으로 인천에서는 누구나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해진 공간과 강화도 루지, 월미바다열차 등의 탈 것, 동화마을과 사일로, 조양방직(복고), G타워(SF), 강화도 야행축제장에서의 락페스티벌,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축제, 불꽃놀이 등 다양한 축제와 체험이 가능한 도시의 다양성을 표현했다."
- 브랜드, 특히 인천과 같은 대도시의 브랜드 홍보 작업에서 중요한 건 무엇인가.
"참여와 소통이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전문가, 시민, 시 내·외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소통으로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미디어가 진화했고, 더 빠르게 진화해갈 것이다. 진화의 주체가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 함께 만드는 방법이 최선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도시가 되고자 하는 목표다. 인천은 세계도시가 목표다. 그러하기에 두 가지 길을 동시에 걸어가야 한다. 시민과 함께 걷는 길, 세계와 함께 걷는 길. 두 발걸음은 항상 균형을 맞춰야 한다. 달라 보이는 두 길이지만, 그 길이 언제 어디선가에서 만나 새로운 인천을 만들 것이다."
- 내년에 인천 브랜드 홍보와 관련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업이나 키워드가 있다면?
"(주요 키워드가) 매년 달라지진 않는다. 올해와 같이 '상반된 매력, 공존의 도시'를 내년까지 가져갈 것이다. 그러나 올해 처음으로 상반된 매력이 등장했다면, 내년에는 공존과 상생에 더 무게를 둘 것이다. 전혀 새로운 방식의 TV CF도 기획하고 있다. 세계도시브랜드포럼도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다."
- 도시브랜드 홍보 과정에서 박상희 팀장이 새롭게 알게 된 인천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
"'상반된 매력, 공존의 도시'라는 거다. 모든 도시가 상반된 매력을 갖고 있지만, 인천처럼 열정적으로 충돌하는 도시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게 인천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인천은 모든 길을 가진 도시(all_ways_Incheon)'다. 그 길이 이젠 물리적 길을 넘어서 다양한 해법을 찾는 길이 될 것이다. 인천시민들이 많은 자산과 뛰어난 잠재력을 지닌 인천을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비즈니스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어워즈(IBA, International Business Awards) 로고와 트로피. ⓒ IBA
▲ 정서진 노을종 앞에서 수상을 축하하며 기념 촬영. ⓒ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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