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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대신 젤라틴' 실험실에서 길러낸 고기, 식탁에 오르는 날 올까

[김창엽의 아하! 과학 28] 하버드 연구팀 실험실서 고기 만들어 내는데 성공... 갈길이 멀다

등록|2019.10.22 10:38 수정|2019.10.22 10:42
"고기를 좋아하지만 한편으로는 동물의 생명을 빼앗는 데 대해 죄스러운 마음을 떨칠 수 없습니다." 주변에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최근 들어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공장식 축산과 이로 인한 가축 전염병의 대규모 확산 사태가 빈발하면서 육식을 찜찜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형국이다. 채식이나 준 채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게 이를 방증한다.
 

▲ 스테이크으로 흔히 조리되는 소고기 부위. 섬유형태로 근육(고기)이 자라기 때문에 일종의 결이 있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고기를 아예 키워 버리는 것은 어떨까?' 미국 하버드 대학교 키트 파커 교수도 이런 생각을 한 사람 중의 하나였다. 이 학교 공학 및 응용과학 대학교수인 파커 박사팀은 최근 '실험적이나마' 고기를 키우는 데 성공, 그 결과를 네이처 음식 과학 (Nature Science of Food)에 논문으로 기고했다.

파커 박사팀은 소고기든 돼지고기 혹은 닭고기든 대부분 사람이 즐겨 찾는 고기 부위는 근육과 약간의 지방조직이라는 점에 착안해 근육, 즉 고기를 실험실에서 키워냈다.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이들 부위는 뼈에 들러붙어 크는 근육(고기)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 하버드대 연구팀이 인공으로 근육세포를 키워내기 위해 만들어 낸 배지. 젤라틴 성분으로 돼 있다. 이 젤라틴은 근육이 들러붙어 크는 뼈와 같은 역할을 한다. ⓒ 하버드 대학교


연구팀은 뼈 대신 젤라틴이라는 물질을 이용했다. 끈적끈적해서 '고기 씨앗'(간세포 stem cell)이 성장하기 좋은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예상대로 젤라틴에서 고기는 잘 자랐다. 하지만 실제 소고기 등과 비교해보니 섬유상이 성긴 탓에 맛은 차이가 있었다. 뼈에 붙어 자라는 거의 모든 고기는 섬유의 형태를 가지게 되는데 즉, 결은 있지만 결과 결 사이가 촘촘하지 못했다.
  

▲ 콩으로 만든 단백질 덩어리. 이른바 '콩 고기'가 도축 고기의 대안으로 종종 거론되지만 맛이 진짜 고기에 크게 못미치는 단점이 있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파커 박사는 "실험실 내에서 키워 낸 고기가 도축한 실제 고기와 근사한 맛을 내게 하려면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다.

다만 기술적으로 완벽한 고기를 길러낸다 해도 또 다른 문제가 남는다. 그 유통 비용이 축산이나 도축 등을 통해 나온 고기보다 더 클 경우 시장 안착이 무망한 탓이다.

그런데도 공장(실험실)에서 길러낸 고기가 도축된 고기와 엇비슷한 맛과 영양을 보일 수 있다면 장점은 너무도 크다. 인도적이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육식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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