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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지역에서 '꿈'을 꿉니다

2019년 두번째 <한장포럼> 현장

등록|2019.10.23 09:47 수정|2019.10.23 11:27

창업특강온라인 상표등록 업계1위 기업인 '마크인포' 문경혜 대표의 창업특강이 진행됐다 ⓒ 레드콘텐츠

 
지난 7월, 2년만에 지역의 청년 창업 행사인 <한장포럼>을 개최했다. (관련기사: 2019 한장포럼... 폭우도 뚫은 청년들의 열정)

<한장포럼>은 평소 자신의 머릿속에만 있던 창업 아이디어를 사업계획서 작성의 부담 없이 한 장의 짧은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에 자유롭게 표현하여 청중들에게 피칭을 하고 피드백을 받아보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2017년 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던 콘텐츠 스타트업을 폐업하고 2018년 한해동안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칩거 생활을 했다. 그리고 2019년 통장 잔고가 바닥나 겨우 겨우 다시 외부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7월 작은 예산을 받아 2년만에 다시 <한장포럼> 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그 지원은 1회성이었고 다음 행사는 기약이 없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년들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느슨한 연대'를 만들고 다음 회차 행사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그런데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 날을 기다리다보니 채팅방은 이내 하루종일 대화가 없이 조용해졌다. 어렵게 만든 인연들과의 끈이 끊어져버릴가 노심초사 하던 나는, 지역의 한 창업보육기관 게시판에 뜬 사업 공고를 발견했다.

나는 그 지원사업이 다시 <한장포럼>을 개최할 예산을 마련할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하고 지원사업을 따내기 위해 열심히 서류 작업에 매진했다. 이 예산을 따서 다시 행사를 열자며 단톡방 멤버들에게 사업도 따기전에 공표를 했다. 그리고 열심히 작성한 서류는 다행히도 합격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발표 평가일.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 날은 내가 밀양의 한 고등학교에 직업인 특강을 하러 가기로 몇달전부터 약속을 해둔 날이었다. 그 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이미 보장된 수입과 강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밀양에 있는 학교로 가야할지, 아니면 새로운 미래의 비전을 위해 지원사업 면접을 가야할지. 머리가 아팠다. 결국 나는 미래를 위해 투자하기로 했고 학교 선생님과 교육청 담당자분께 연신 사과를 하며 강의 일정을 취소했다.

하늘이 나를 시험했던건지 이런 결심을 한 나는 당당히 그 지원사업을 따냈다. 당초 공고문에 나왔던 예산보다 대폭 지원금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7월에 받았던 예산보다는 훨씬 많은 금액이라 더 풍성한 행사를 열 수 있음에 기분이 좋았다.

훨씬 더 풍성해진 올해 두번째 <한장포럼>
 

아이디어 피칭피칭을 신청한 참가자들이 자신의 창업 아이디어를 1페이퍼 피칭하고 있다 ⓒ 레드콘텐츠


그렇게 2개월동안 나는 다음 <한장포럼>을 준비했다. 예산이 늘어났기 때문에 지난 7월보다 할 수 있는게 많았다. 행사 장소도 유료 임차 할 수 있었고 강사비 지급이 가능하니 유명 스타트업 대표님께 강연을 부탁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창업자 회식'도 할 수 있게 됐다. 해당 기관의 대금 정산 서류가 좀 까다로워 '돈을 쓴 후 정산을 못받으면 어떻게 하나?' 잠시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또 정산은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야심차게 준비한 행사는 지난 10월 19일 토요일 진행됐다. 행사 당일, 아쉽게도 지난 7월 행사에 참가했던 멤버들은 거의 오지 못했다. 다시 얼굴을 보자며 느슨한 연대를 만들자고 열심히 만든 프로그램인데 다들 바쁜 일정이라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대신 또 새롭게 <한장포럼> 행사를 알고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다. 또 이렇게 그들과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 있음에 즐거웠다.

이번 회차 <한장포럼>은 지난번 행사와 달리 1부에서 지역 유명 스타트업인 '마크인포' 문경혜 대표의 특강이 진행됐다. 변리사라는 고소득 직업을 버리고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든 문경혜 대표의 창업 스토리는 행사 참가자들의 눈을 빛나게 만들었다. 나는 문경혜 대표의 창업 스토리를 이미 알고 있었는데 최근 소식을 듣지 못한 몇년 사이에 또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을 이번을 계기로 알게됐다. 그리고 '나만 힘든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의 위안을 받게 됐다.

2부에는 <한장포럼>의 시그니처 순서인 '1페이퍼 아이디어 피칭'이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서는 2명의 창업가들이 자신의 창업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간식 관리 대행 서비스'와 '영상 담당자 외주'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의 창업 아이디어였는데, 그래서인지 참가자들의 질문과 의견들이 많이 쏟아졌다. 경상도 사람들의 특성상 이런 행사에서 '질문'을 웬만해선 안하는데, <한장포럼>에서는 달랐다.
 

단체사진한장포럼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 레드콘텐츠


그렇게 무사히 올해 두번째 <한장포럼> 행사가 끝났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행사 종료 후 회식이 기다리고 있다. 내가 직장을 나와 창업을 하고 가장 해보고 싶던거다. 다양한 창업자들과 함께 하는 '합동회식' 그 꿈이 오늘 이뤄졌다. 김해 내외동 먹자골목에 있는 한 닭갈비집에서 우리는 오랜시간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행사장에서 마이크 잡고는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우리는 또 이렇게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 간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역에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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