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평가, 조작과 거짓 난무해"
[현장] 환경단체, 불법성과 환경 파괴 등 이유로 제주 제2공항 사업 철회 촉구
▲ 28일, 환경단체가 정부의 제2공항 건설 사업에 대한 불법성과 환경 파괴 등을 들어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 정대희
검은색 종이비행기가 하늘을 가르자 똑바로 서 있던 종이 나무들이 옆으로 쓰러졌다.
제주 제2공항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장에서 벌어진 퍼포먼스의 한 장면이다. 28일, 환경단체는 정부의 제2공항 건설 사업에 대한 불법성과 환경 파괴 등을 들어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앞서 지난 18일 국토교통부는 총사업비 5조1278억 원 규모의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을 공개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1월 4일까지 주민 열람과 의견을 수렴해 국토부에 의견을 낼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관보에 고시하면 제2공항 건설이 공식 확정된다.
이날 환경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토교통부가 항공 수요와 비용 편익을 부풀린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2015년 제주 성산 입지를 제2공항으로 발표했다"라며 "하지만 국토부의 타당성 평가와 계획은 조작과 거짓이 난무하고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다"라며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의 철회를 촉구했다.
이어 "제주도는 3천만 평의 가까운 땅이 골프장과 대규모 리조트로 개발되고, 곶자왈까지 파헤쳐지는 등 심각한 난개발로 신음하고 있다"라며 "게다가 연간 1500만 명의 관광객들로 폐기물 처리와 상수도 시설이 부족해 오수가 그대로 바다에 흘러들어 오염되고 있다. 제2공항 건설로 인해 오름과 천연동굴의 훼손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비판했다.
제주도민은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제주 제2공항 강행처리를 위한 비상도민회의 박찬식 상황실장은 국토부가 제주 2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하려면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평가에 결함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2공항 입지선정) 재조사 검토위원회의 검토과정에서 주요 후보지에 대한 안개일수 오류와 지반 정밀조사 생략, 철새도래지 평가 제외 등 왜곡된 평가를 했다는 게 확인됐다"라며 "하지만 국토부는 재검토위원회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지 않고, 제주도민의 의견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제2공항 입지선정 재조사 검토위원회에 참가했던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공동대표는 "국토부가 기존 공항 활용을 통해 장기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3년 반 동안이나 감추다가 뒤늦게 공개했다"라며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의뢰한 제주공항 활용 극대화와 용량 증대 방안 용역보고서의 결론은 현 제주공항 개선으로 국토부가 제시한 장래 제주도 항공 수요를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는 "권력과 자본은 자연을 돈벌이 대상으로 삼았고, 구럼비와 비자림 나무가 그렇게 죽어갔다"라며 "우리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제주 2공항은 철회해야 한다"라고 했다.
외국인도 마이크를 잡았다. 자신을 '뉴질랜드에서 온 활동가'라고 소개한 사무엘 맥도널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이탈리아) 베니스 등 선진국들은 미래세대에게 천연자원을 물려주기 위해 관광객들을 제한하고 있다"라며 "유네스코도 제주도가 지난 몇 년 동안 너무 개발됐다고 지적했다"라며 제주 제2 공항 건설 사업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 지역 11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는 10월 16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농성장을 설치, 상경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에 대해 제주도민이 직접 결정하게 해달라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기본계획 고시를 강행하려 한다"라며 일방적인 건설 강행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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