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울리는 여행사 '허니문 특약'... 수수료 90% 물리기도
여행 한 달 넘게 남았는데도 과도한 취소 수수료 요구
▲ 지난 3년 반 동안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신혼여행상품 관련 피해구제 가운데 약 76%가 여행사가 계약 해제를 거절하거나 소비자에게 과도한 취소 수수료를 물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 픽사베이
2017년 6월. 신혼여행을 준비하던 A씨는 웨딩박람회를 찾았다가 그곳에 있던 B여행사와 같은 해 10월 말 하와이로 떠나는 신혼여행상품을 계약했다. 당시 A씨는 518만원이라는 상품 가격 가운데 계약금과 항공권 비용 등 명목으로 242만원을 결제했다.
여행을 두 달께 남긴 같은 해 8월. 개인적인 사정으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게 된 A씨는 여행사쪽에 계약 해제와 환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B여행사는 계약서에 적혀 있던 취소 수수료와 특별약관(특약)을 언급하며 상품 가격의 10%(51만8000원)와 카드 수수료 등으로 54만 7380원을 뺀 나머지만을 A씨에게 환급했다.
30일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신혼여행상품 관련 상담은 모두 1639건이었고, 피해구제는 166건이었다고 밝혔다. 피해구제란 소비자와 판매자가 '합의'할 수 있도록 한국소비자원이 조율을 권고하는 제도다. 소비자상담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소비자는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피해구제 166건 가운데 126건(75.9%)은 '계약해제(청약철회 포함) 거절 및 과다한 취소수수료 요구'가 원인이었다. 사업자의 '일정 누락 및 옵션 미이행 등 계약불이행'도 29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현지쇼핑을 강요하는 등 부당행위를 하거나 숙소 등 여행상품 품질에 문제가 있었던 경우는 각각 7건과 2건이었다.
계약 해제 및 수수료로 인한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여행사가 계약 해제 시 수수료 등 환불 요건을 '특약'으로 정해두고, 이 내용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접수된 피해구제 가운데 136건을 분석한 결과, 94.9%에 달하는 129건이 특약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29건 중 67건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인 전액 환급기준일(여행출발일로부터 30일)보다 많은 날을 남겨둔 상황에서도 소비자에게 취소 수수료를 내라며 요구하고 있었다. 30일 전 계약을 해제할 때, 여행요금의 50%를 수수료로 부과한 경우가 36건(53.7%)으로 가장 많았고, 최고 90%의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이미 지급한 항공료를 돌려주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과도한 취소 수수료를 특약으로 정해두고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도 않았다. '국외여행표준약관'은 법규에 위반되지 않는 한 여행사와 소비자가 특약을 맺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특약을 맺을 때는 여행사가 그 내용을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확인을 받도록 했다.
그런데도 계약서상 특약에 대한 소비자의 동의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경우가 60건(46.5%)으로 나타나 여행사가 실제로 소비자에게 특약 내용을 설명했는지를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소비자원은 "특약이 적용된 신혼여행상품을 계약할 경우, 계약 해제 시 과다한 취소수수료를 부담할 수 있으므로 계약체결 전 특약 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신혼여행상품의 계약조건과 이용후기 등을 비교하고,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한 상품보다 신뢰할 수 있는 여행사의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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