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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자녀 기소 흘리며 정경심 압박... 검찰의 '인질극'

[게릴라칼럼] 윤석열 총장 100일, 검찰발 뉴스가 우려스럽다

등록|2019.11.03 19:30 수정|2019.11.03 19:30

▲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부산 기장군 부산추모공원에 안장된 고 김홍영 전 검사 묘비를 만져보고 있다. 김 전 검사는 서울남부지검 형사부에 근무하던 2016년 5월 업무 스트레스와 직무 압박감을 토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서른셋의 나이에 목숨을 끊었다. ⓒ 연합뉴스


 
"향후 검찰의 조직문화, 검사 교육 및 승진 제도가 제대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비극이 발생한 이유 중 하나는 다수를 차지하는 평검사들의 목소리가 교육과 승진 과정에 반영이 덜 된 것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취임한 지 채 1주일도 되지 않았던 지난 9월 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부산 기장군 부산추모공원 내 고 김홍영 전 검사의 묘소를 참배하며 한 말이다. 김홍영 검사는 2016년 상관의 괴롭힘 등 검찰 내 조직문화와 업무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당시 조 장관은 고 김 검사의 부친인 김진태씨와 면담을 갖고 "(고 김홍영 검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이 사회적 화두로 대두되는 가운데, 1일 방송된 KBS <시사직격> '검사 고 김홍영의 증언' 편은 서른셋 평검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검찰의 조직이기주의를 다시금 확인케 했다.

이와 관련 <시사직격> 제작진에게 자신의 비망록을 제공했다던 울산지검 임은정 검사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진태씨가 지난해 5월 보낸 장문의 메시지를 공개하며 아래와 같은 다짐의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 2016년 5월 한 김홍영 검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검사는 2016년 상관의 괴롭힘 등 검찰 내 조직문화와 업무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 KBS 시사직격


"정의의 대변자가 되리라는 각오를 다지며 임관하였는데, 임관하고 보니 검찰 간부들은 성폭력 범죄자거나, 거짓말쟁이들이거나, 방관자들이었으니 얼마나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겠습니까? 김 검사가 2016년 부장의 갑질에 문제 제기조차 못 한 것은 성폭력도 덮이는 검찰에 말할 곳이 없었기 때문일 테고, 그런 검찰이기에 사법 정의가 바로 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 검사의 부모님께 제가 김 검사의 선배이자 누나이니 김 검사 몫까지 더욱 열심히 분투해 보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홍영이 누나이자 선배로 홍영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씩씩하게 계속 가보겠습니다."


임은정의 분투, 윤석열의 100일
 

▲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그렇다면 임은정 검사는 누구와 '분투'를 벌이고 있는가. 임 검사와 함께 검찰의 내부폭로에 나서고 있는 서지현 검사는 왜 "(검찰조직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나. 국민들은 왜 여의도와 서초동 앞에서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외치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직접 답해야 할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일로 임기 100일을 맞았다.

그 사이, 조 전 장관은 퇴임했고, 국민들은 큰 가르침을 얻었다. 현재 대한민국 검찰과 반부패수사부가 마음만 먹으면 대학교 표창장 하나로 수십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녔다는 것을. 마음만 먹으면 현직 장관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것도, 장관 가족의 주변인과 지인들 수십 명을 참고인으로 소환조사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전 국민이 알게 됐다.

반면 고 김홍영 검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책임자 중 한 명은 승진을 거듭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렇게, 검찰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임 검사가 어쩔 수 없이 경찰에 고발한 검찰 내 공문서(공소장) 위조사건의 수사 무마 의혹 사건은 어떠한가.

검찰은 변하지 않았다. 취임 100일 넘긴 검찰총장 윤석열이, 그의 조직이, 그리고 '분투' 중인 '검사 임은정들'이 증명하고 있는 현실이 그러하다. "MB 시절이 쿨했다"던 검찰총장 윤석열이 온몸으로 증명해내고 있는 것들이다.

윤석열의 '인질극'
  
이런 가운데 조국 전 장관의 자녀도 추가 수사 및 기소될 수 있다는 검찰발 보도가 2일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다.

2일 <한국경제>는 "검찰은 구속된 정경심 교수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입시비리 의혹을 받고있는 조 전 장관의 자녀들에 대한 기소 여부도 고심 중"이라며 "조국에 대한 의혹이 규명될 때까지 수사가 끝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검찰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한마디로 검찰이 자녀들의 소환조사와 기소 가능성을 흘리면서 '어머니' 정 교수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10월 23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와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또한 최근 '검찰발' 뉴스에는 조 전 장관의 모친인 웅동학원 박정숙 이사장의 소환조사가 임박했다는 보도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조국 전 장관 소환조사를 겨냥한 전방위적인 압박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정도다. 검찰이 조국을 잡기 위해 일가족 볼모로 잡고, 참고인 조사라는 명목으로 조국 가족의 주변인과 지인들까지 광범위하게 참고인으로 불러 압박하는 게 과연 정상적인 수사과정인지 의문이다.

그 반대로, 야당 원내대표 자녀에 대한 수사는 연이은 고소고발에도 왜 개시조차 하지 않았느냐는 문제제기가 이어진다. 최근 검찰의 행태에 대한, 선택적 정의에 대한 정당하고 온당한 비판 아니겠는가.

윤석열 총장이 알아야 할 게 있다. 조국 전 장관과 그 일가족을 범죄자로 만든다 해도, '검찰개혁'의 시대정신은 사라지지 않는다. 검찰이 그 가족인질극의 강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국민들은 공수처 설치의 정당성을, 검경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을 하루하루 피부로 느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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