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가 팩트체크 문제? 언론의 판을 바꿔야"
[언론개혁, 대안을 말하다 ①] 국내 최초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만든 김준일 뉴스톱 대표
'세월호 보도 참사' 이후 5년이 흘렀지만 언론은 여전히 검찰과 더불어 강력한 개혁 대상입니다. <오마이뉴스>가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대안매체 창업자, 외국 언론인, 저널리즘스쿨 교수를 차례차례 만났습니다.[편집자말]
▲ 팩트체커(Fact Checker) 김준일 뉴스톱 대표 ⓒ 이희훈
"조선일보, TV조선... 그런 데는 절대 안 변한다. 죽어도 안 변하는 이들 끝까지 붙들고 어떻게 할 생각인가. (서울-주류 중심에서 벗어난) '탈중앙' 언론들을 늘려 그들(기성 언론사)의 힘을 희석시킬 생각을 해야 한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이 화두다. 이른바 '가짜뉴스'를 검증하는 '팩트체크 저널리즘'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과연 팩트체크가 신뢰를 잃어버린 언론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지난 10월 29일 오후 서울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만난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팩트체커다. 팩트체커 일도 모자라 <국민TV>에서 '김준일의 핫6' 진행을 맡고 있고, 11월 초 일본 현지로 방사능 팩트체크 취재를 떠났다.
뉴스톱은 인턴 1명을 포함해 팩트체커 6명이 전부이지만, 2년 반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팩트체크 미디어로 자리잡았다. 정치, 사회, 과학, 문화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50여 명의 외부 팩트체커가 활동하고 있고, 지난 9월 23일에는 한국을 대표해 전 세계 23개 팩트체크 기관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의 유엔 총회 연설을 공동 팩트체크하기도 했다.
김준일 대표는 요즘 이른바 '가짜뉴스 규제' 등 네거티브 방식의 언론개혁 정책에 비판적이다. 대신 출입처 중심의 언론 취재 관행을 깨는 한편, '보험성 광고'에 의존하는 언론사 '돈줄'을 바꿔, 독자 후원과 구독 모델에 바탕을 둔 신생 매체들의 힘을 키우는 '포지티브 방식'을 당부했다.
"언론 정정 보도를 1면에 싣게 한다고 언론개혁이 되겠나. 정부도 세액 공제나 언론 바우처 제도를 도입해 수용자들이 각자 좋아하는 비영리 언론을 후원하게 해서, 시민들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언론들이 시장에 많이 들어와 혼탁함을 그나마 덜어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만들기 어렵고 돈도 안 되지만 팩트체크가 필요한 이유는 '신뢰'
▲ 팩트체커(Fact Checker) 김준일 뉴스톱 대표 ⓒ 이희훈
김 대표와 본격적으로 언론개혁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팩트체크 현주소를 짚으려고 '팩트체크 저널리즘에 관한 3가지 속설'을 검증했다.
① 팩트체크는 어렵고 재미없다?... '대체로 진실'
- 팩트체크 기사는 공이 많이 들어가 쓰기도 어렵지만 일반 기사에 비해 논문처럼 딱딱해서 독자들이 읽기도 어렵다는 편견도 있다.
"편견이 아니고 사실이다. 쓰기도 어렵고 읽기도 어려운 건 맞다. 다만 팩트체크 기사 타깃층(목표 수용자)이 누구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일반 독자들이 많이 읽어도 좋겠지만 일반적으로 뉴스를 많이 소비하고 미디어 리터러시(수용자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팩트체크 기사는 기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정보 확산의 가장 중요한 통로가 언론이기 때문이다. 오피니언 리더나 저널리즘 관계자가 팩트체크 기사를 참고하고 바이블처럼 활용하면 (허위조작정보 확산 방지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 기성 언론사가 팩트체크 전담 조직을 만들기 꺼리는 이유는 투입 대비 생산성, 즉 조회수가 떨어지기 때문이란 의견도 있다.
"맞다. 투입 대비 생산성이 떨어지고 전담 인원이 붙으면 꾸준히 기사를 생산해야 하는데 뭘 해야 하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미국 3대 팩트체커 가운데 하나인) <워싱턴포스트> 글렌 케슬러는 정치 분야만 하는데, 다양한 분야를 하려고 하면 (기자에게) 전문 영역이 아닌 경우 난관에 많이 부딪힌다. JTBC 뉴스룸 '팩트체크'에는 하루 5분 정도 방송하려고 기자와 작가 5명이 붙는데, 어머어마하게 투입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JTBC가 팩트체크를 하는 이유는 자사 보도의 신뢰도를 높이는 파생 효과가 있어서다. 그런 게(신뢰도 향상) 필요한 언론이라면 하겠지만 모든 언론이 하기는 어렵다. 시장 논리가 강한 한국 저널리즘 판에서 언론에 팩트체크를 규범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 팩트체크 기사를 만들긴 어렵지만, 언론사에서 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인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017년 국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팩트체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답변이 90% 정도 나왔다.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팩트체크 필요' 94.2%, '의무화 찬성' 85.7% 출처: [뉴스톱] 10명 중 9명 "팩트체크 필요...의무화해야").
"국민이 팩트체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한국 언론의 신뢰도 하락과 맞물려 있다. '너희를 못 믿겠으니까 스스로 팩트체크하라'는 건데, 언론에 원래 자체적인 '팩트체크' 기능이 있는데도 못 믿겠다는 얘기다. 언론에서 80~90% 이상 팩트체크해도, 안 걸러지는 게 단 1%라도 있으면 독자에겐 너무 크게 보인다. 언론 내부의 기술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자성하는 모습을 안 보여주니 독자들 불신이 커지고 팩트체크에 대한 갈증도 커지고 있다."
'팩트체크'란 원래 언론사에서 자사 보도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미리 검증하는 과정을 말한다. 하지만 최근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정치인 발언이나 허위조작정보의 진위를 가리는 독립적인 기사나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를 '팩트체크 저널리즘'이라고 부른다.
② 팩트체크는 효과가 없다?... '절반의 진실'
-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 국면에서 기성 언론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알릴레오> 같은 유튜브 방송이 KBS 같은 기성 언론 보도보다 더 신뢰를 받기도 했다. 수용자가 보고 싶은 매체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한다는 '확증편향' 현상 때문에 언론의 팩트체크 효과가 크지 않다는 회의론도 있다.
"팩트체크는 만능이 아니다. 굉장히 보조적이고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그 영향력도 제한적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요즘 '팩트체크'란 단어가 남용되고 있다. 팩트체크(저널리즘)의 형식적 논리를 전혀 갖추지 않았는데도, 방송 나와서 당사자가 하는 주장만 듣고 '이건 팩트체크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국 사태 같이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은 팩트체크하기도 어렵다. 뉴스톱에 왜 조국 사태 팩트체크 안 하느냐고 많이 묻는데, 전국 난다긴다하는 언론들이 다 달려들어도 (검증) 안 되는데 누가 할 수 있겠나. 그래서 우린 팩트체크 대신 '팩트 정리'를 했다."
<뉴스톱>은 조국 전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둔 지난 8월 말 조국 가족 관련 논란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조국 의혹 팩트 정리 시리즈' 를 내보냈다. 이어 9월에도 '조국 딸 vs 나경원 아들 연구 논란 4대 쟁점' 등 '팩트 정리'를 계속 이어갔다.
"(팩트 정리를) 기자들이 더 좋아하더라. 기사들이 흘러가는 게 많고 쌓이지 않다 보니, (사건을) 정리하고 맥락을 짚어주는 저널리즘 역할도 필요하다. 독자들뿐 아니라 기자들이 모르는 사실도 많다. 검찰 등 수사기관 기사가 대표적이다. 사소한 팩트 하나만 가지고 기사를 쓰다보면 전체 사건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기자도 잘 모른다. '팩트 정리' 방식은 언론사에서 꾸준히 해볼 필요가 있다. 오마이뉴스가 1신, 2신, 3신 기사를 업데이트하는 것처럼 시간과 사건의 흐름에 따라 맥락을 보여주면, 독자들 스스로 팩트체크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 팩트체크가 독자들의 확증편향 현상을 막을 수는 없는 건가.
"해외 연구 사례를 보면 정치 관련해서는 팩트체크가 '중도'는 바꿔도 '진보'와 '보수'는 절대 바꾸지 못한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거짓말했을 리 없다는 인지부조화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중도 성향 유권자는 (거짓말 하는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하거나, 심지어 투표소에서 다른 후보를 찍는 현상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③ 팩트체크는 돈이 안 된다?... '진실'
- 팩트체크만으로 독립 매체를 꾸려야 하는데 (구성원이) 먹고사는 게 가능한가?
"지금까지는 돈이 안 됐다.(웃음). 다른 나라에서도 팩트체크가 돈이 안 된다는 게 이미 입증됐다."
뉴스톱은 재정적 독립성을 강조하려고 회사 재정 상황을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뉴스톱은 지난해 1억 4000만 원을 벌었지만 1억 8300만 원을 써서 4300만 원 정도 적자였다. 광고 수입도 거의 없었고 SNU팩트체크센터 기획취재 지원과 네이버 콘텐츠 펀딩, 후원 수입이 대부분이었다.
언론사 재정 이야기가 나오면서 화두는 자연스럽게 언론개혁으로 이어졌다.
"언론개혁이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검찰개혁처럼 제도나 법을 바꾼다고 언론개혁이 되겠나. 언론은 애초 권력에서 자유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자유를 제도화한 특수한 시스템이다. 언론은 공공성이 강하지만 시장에 맡겨진 이율배반적인 시스템이기도 하다. 지금 언론개혁 담론은 '언론이 OO해야 한다'는 식인데, 너무 뜬구름만 잡는 것 같다.
언론개혁은 현실적인 데서 출발해야 한다. 한국에서 언론은 이윤을 쫓고 출입처 제도 같은 관행에 따라 움직인다. 이 2가지를 바꿔야지, 언론 자율을 제한하고 규제하는 방식으로는 안 바뀐다. 지금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기사가 생산된다. 이를테면 그동안 조국 관련 기사가 10만~13만 건 정도 나왔는데 왜 이렇게 많았겠나. 조국 기사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일부 정치적 목적으로 조국을 낙마시키려한 언론도 있겠지만, 나머지는 조국 기사가 돈이 되니, 클릭수가 높으니 '어뷰징(악용)'하는 것이다. 배우 '설리' 기사로 어뷰징하는 것과 똑같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0월 24일 '언론사의 가짜뉴스를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서 허위조작정보 관련 법안을 소개하면서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허위조작정보를 차단할 의무를 부과하거나 언론사의 오보 등에 대한 정정보도 위치를 신문의 첫 지면에 게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 같은 정부 차원의 '언론 규제'에 부정적이다.
"허위조작정보 문제는 언론뿐 아니라 독자도 똑같이 책임져야 한다. 언론만 바뀌라고 하면 바뀌겠나, 그게 돈이 되는데. 좋은 기사든 쓰레기 기사든 소비해준 독자가 있어 언론이 여기까지 온 거다. 정부는 언론을 규제하기보다 양화가 악화를 밀어내는 방식으로 언론개혁 판을 만드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가야 한다.
언론 정정 보도를 1면에 싣게 한다고 언론개혁이 되겠나. 정부도 세액 공제나 언론 바우처 제도를 도입해 수용자들이 각자 좋아하는 비영리 언론을 후원하게 해서, 시민들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언론들이 시장에 많이 들어와 혼탁함을 그나마 덜어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팩트체크는 근본적인 대안 아냐, 저널리즘 관행을 바꿔야"
▲ 팩트체커(Fact Checker) 김준일 뉴스톱 대표 ⓒ 이희훈
- 팩트체크가 언론개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팩트'가 문제가 아니다. 조국 사태에서 언론개혁이 불거졌지만, 팩트체크가 안 돼서 벌어진 게 아니다. 언론이 거짓 보도했다고 주장하지만 대체로 사실에 가까운 보도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너무 앞서 나가거나 팩트체크 없이 검찰 말을 받아쓴 건 사실이지만, 언론사에 팩트체크를 요구한다고 그런 관행들이 바뀔지는 회의적이다. 언론이 더 절제하고 조심할 필요는 있지만 쉽게 안 바뀐다. 사람들도 박근혜-최순실 사태 때 검찰에서 나온 언론 보도를 보고 환호했다. 언론이 조국에게만 가혹했던 게 아니라면 저널리즘 관행을 바꿔야 한다.
팩트체크만 강조한다고 바뀔 것 같지는 않고 언론도 소비자도 바뀌고, 저널리즘의 전체적 가치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팩트체크를 강조하는 흐름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팩트체크를 왜 안하느냐고 따지는 건 대안이 아니다.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보조적이고 제한적 역할만 한다. 어떻게 모든 보도를 팩트체크 저널리즘처럼 하겠나. 팩트체크도 탐사보도, 데이터 저널리즘, 스트레이트 기사, 칼럼 같은 언론 보도의 하위 장르일 뿐이다. 다만 조국 사태 과정에서 너무 과도하게 넘겨짚는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준일 대표는 지난 2001년부터 <경향신문> 기자로 10년 정도 일하다 미국 유학을 계기로 팩트체크 미디어를 창업했다. 자신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언론계를 지켜보는 심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 대표가 '허위조작정보'라는 말을 쓰는 것도, '가짜뉴스'란 말이 기성 언론에 대한 막연한 불신을 초래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와서 보는 저널리즘이 새롭다. (언론계) 내부시스템 안에서는 잘 못 보는 게 있다. 시스템 밖에서 출입처 없이 일하다보니 출입처를 깨면 어떤 방식으로 취재할지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한편으로, 밖에서 보니 저널리즘에 대한 애정도 더 생긴다. 언론계 안에서는 자괴감만 들었는데 요즘 밖에서 '친언론' 발언을 많이 한다. 난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언론을 비판하는 기사를 계속 써 왔고 지금도 뜬구름 잡지 않고 어떤 언론이 뭘 잘못했는지 쓰고 있어서다. 대신 뜬구름 잡는 식으로 언론 공격하는 건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0월 28일 <한겨레>에서 진행한 언론개혁 좌담회에 참석했다. 참석자들 가운데 언론사 출신은 김 대표가 유일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어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한겨레] "검찰이 흘린 정보에 의존…'조국보도 백서' 만들어 자성해야")
"언론은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굴러가 본 적이 없다. 언론이 생긴 이래 항상 엉망이었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이 왜 언론은 이러지 못하느냐고 규범적으로 접근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구체적으로 뭐가 잘못됐는지 현실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 왜 이리 조국 보도가 많으냐고 지적하는 건 하나마나한 비판이다."
"한국 포털이 저널리즘 혁신 가로 막아"
- 언론개혁을 위해선 뉴스톱 같은 새로운 매체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신생 매체 파워가 강해 기성 매체가 자극 받는 선순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요즘 20대, 30대가 만든 신생 매체들이 대부분 (사업이) 잘 안 된다. 한국은 저널리즘 광고시장이 굉장히 경직돼 있고 거의 담합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신생 매체가 뚫고 들어가기 어렵다. 한국에 많은 기성 언론사가 한 군데도 망하지 않는 이유와 맥을 같이 한다.
내가 봤을 땐 그런 흐름도 몇 년 남지 않았다. 짧으면 5년, 길면 10년 안에 깨진다고 본다. 신문 구독률이 2022년이 되면 산술적으로 0%가 된다고 한다. 지상파 방송사도 매년 1000억 원대 적자를 내고 있다. 온라인광고가 급격히 '프로그래머틱 광고(광고 효율을 측정해 자동 배치되는 광고)'로 전환되면서 더는 '보험성 광고'(광고 효율보다 언론의 비판적 보도 방지 성격이 강한 광고... 기자 주)가 안 되는 흐름으로 봤을 때, 미국에서 선도적으로 뜬 '구독' 트렌드가 10년 정도 후에 한국에서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 유튜브 방송과 같은 구독 모델을 말하는 것인가?
"유튜브는 아예 생태계를 만들어 놓고 플레이어들이 참여하게 한 것이고, 다른 새로운 구독 경제 모델들이 나올 것이다. 한국 저널리즘의 가장 큰 문제는 포털이라고 생각한다. 포털이 저러고(언론 기사의 관문 역할) 있는 이상 혁신이 안 된다. 한국은 언론사 사이트 직접 방문 비율이 4%로 전 세계 꼴찌다. 핀란드나 노르웨이는 60%대다. 고객이 안 오는데 어떻게 영업을 하겠나. 포털(중심 구조)을 안 깨면 저널리즘의 미래가 어렵다."
- 뉴스톱도 후원 모델을 고민하고 있나?
"우리 존재 자체가 한국 저널리즘 시장에서 일종의 실험이다. 우리도 네이버 뉴스검색 제휴 매체 500개 중 하나여서 열심히 기업 기사 '베껴 쓰기' 하면 먹고 살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하루 2~3개 기사만 생산해도 어떻게 먹고 살지 실험하고 있다. 다음달(11월) 새 홈페이지를 오픈할 예정인데, 독자 후원도 받으려고 하고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의 광고도 고민하고 있다.
지난 정권 때 정권교체 열망과 분노 때문에 <뉴스타파> 같은 매체가 후원을 많이 받았는데 탐사 보도는 특성상 뜨겁고 '핫'한 게 있는데, 팩트체크는 싸하게 만드는 '쿨'한 미디어다. 대한민국 독자들이 얼마나 팩트체크 가치를 인정하고 지갑을 열지 일종의 실험을 해보고 싶다."
"12년마다 새로운 현상 출현, 2024년엔 탈중앙 언론이 나올 것"
▲ 팩트체커(Fact Checker) 김준일 뉴스톱 대표 ⓒ 이희훈
- 개인이 아닌 기업으로선 큰 모험이다.
"솔직히 기업가적 마인드가 아니라 일종의 '운동'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도 기업이니까 지속가능성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아직은 멤버들이 돈을 조금 덜 받아도 문제없다. 그래도 회사가 좀더 안정적으로 굴러가려면 돈을 버는 모델이 필요하고, 그런 성공 사례가 있으면 다른 새로운 시도도 나타나지 않겠나."
김 대표는 나름 '12년 주기론'을 근거로, 앞으로 5년 뒤엔 언론계 판도가 크게 바뀐다고 기대하고 있다.
"한국 언론 역사를 보니 12년 정도 주기로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1975년 독재 권력에 맞선 동아투위 사태, 1988년 국민이 주주인 <한겨레> 창간, 2000년 모든 시민이 기자인 <오마이뉴스> 창간, 2012년 <뉴스타파> 창간이 그것이다. 2024년 시대정신은 '탈중앙화'가 될 것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가 서울 중심이어서 언론도 서울 중심이고 젠더 같은 다양성 문제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탈중앙' 언론이 나오려면 정부에서 어느 정도 판을 깔아줘야 한다. 지금 죽어도 안 변하는 기성 언론들을 바꾸려고 애쓰지 말고 (탈중앙) 매체를 늘려 그들(기성언론사)의 힘을 희석시킬 생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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