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기어다니고 잠수까지... 정일우-최송현은 왜?
[이영광의 '온에어' 15] KBS <다큐 인사이트> 제작진
▲ KBS <다큐 인사이트> 제작진인 이태웅 PD(좌), 이재오 부장(중), 손성배 PD(우) ⓒ 이영광
지난달 3일 KBS 1TV의 새로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다큐 인사이트>가 첫 방송됐다.
<다큐 인사이트>는 '소재와 형식을 뛰어넘은 다큐멘터리의 즐거운 뒤집기'를 표방하며 야심찬 시작을 알렸다. 첫 시리즈인 '와일드 맵'은 자연 다큐임에도 불구하고 배우 정일우씨와 최송현씨가 직접 현장에 들어가 야생동물들의 모습을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 <다큐 인사이트>가 지난 10월 3일 시작했잖아요. 한 달이 지났는데 어떠신가요?
이재오 부장(이하 이재오) : "사실 <다큐 인사이트>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목요일 중요한 시간대 한 시간(오후 10시)을 맡았어요. 공영방송으로서 다큐멘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사실 이건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이죠. 대형다큐멘터리나 아카이브를 이용한 다큐멘터 등 종편이나 다른 방송사에서 접근 못 할 수 있는 방식들이 많이 있거든요. 한 달이 되었는데 지금까지는 저희로서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 반응은 어때요?
이재오 : "(프로그램을) 보셨겠지만 '와이드 맵'과 '모던 코리아'가 나간 상태인데 반응이 좋습니다. '와이드 맵'의 경우 자연 다큐면서 범상치 않은 프로그램이었잖아요. 연기자들이 직접 들어가 경험을 하는 등 조금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고 '모던 코리아'도 사실 KBS만이 가진 자료를 많이 보여준 거라서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KBS의 대표 다큐 프로그램이었던 < KBS스페셜 >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이재오 : "기본적으로 < KBS스페셜 >은 다큐멘터리와 시사 프로그램 중심으로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다큐멘터리는 <다큐 인사이트>로, 시사 쪽은 <시사 직격>으로 조정하면서 분리를 시킨 거죠."
- <다큐 인사이트>는 어떤 프로그램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이재오 : "저희 타이틀이 <다큐 인사이트>잖아요. 사회 현상의 표면을 보는 게 아니라 깊이 들어가는 거예요. 그리고 즐거운 뒤집기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한 번쯤 즐겁게 뒤집어서 시청자들에 편하게 다가갈 수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 왜 뒤집어보자고 생각했나요?
이재오 : "우리는 일상적으로 눈앞에 있는 모든 사안을 바라보고 인지하고 이해하잖아요. 그러나 그게 다라고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 많죠. 뒤집어보고 안 되면 우리가 옆으로 돌아갈 수도 있죠. 진실에 다가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뒤집기라고 표현한 거죠."
- 단편이 아닌 시리즈로 만드는 이유가 있나요?
이재오 : "사실 저희 라인업이 내년 초까지는 정해져 있는데 한 편 나가는 것도 있어요. 처음 시작하면서는 시리즈를 생각했었어요. 시리즈라고 해서 양만 늘리는 건 아니고 어떤 주제를 충분히 속까지 보겠다는 생각으로 결정한 거예요. 주제별로 다를 수도 있고 같은 주제를 여러 번 반복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 있겠지만, 시리즈로 접근할 부분이 있을 거란 거죠."
▲ KBS <다큐 인사이트> 제작진인 이재오 부장(좌), 손성배 PD(우) ⓒ 이영광
- 자연 다큐만 하는 건 아닌가 봐요?
이재오 : "맞아요. 자연 다큐만을 위한 프로그램은 아니에요. 자연 다큐 팀이 따로 있긴 해요. 하지만 <다큐 인사이트>라는 프로그램은 목요일 밤 10시부터 55분 동안 KBS 역량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는 훌륭한 다큐멘터리를 가능하면 시리즈로 충분히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에요. 자연 다큐만은 아닙니다."
- 첫 번째 프로그램인 '와일드 맵'은 배우 정일우씨와 최송현씨가 직접 현장에 나갔잖아요. 자연 다큐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시도인 것 같은데요.
손성배 PD(아래 손성배): "<다큐 인사이트>가 즐거운 뒤집기라고 했잖아요. 해당 방송도 마찬가지로 즐거운 뒤집기를 한 거예요. 저는 자연 다큐를 20년 가까이 제작했거든요. 우리가 현장에서 찍는 것을 시청자와 공유하면 어떨까란 생각도 계속해왔어요. 이번에는 시청자들과 같이할 수 있는 부분이 뭔가(를 생각했어요)... 요즘엔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는 양방향성 프로그램이 나오잖아요.
시청자와 제작진을 연계하는, 시청자를 대신해서 잠복도 하고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도 만나는 등 그걸 대신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어요. 그런 걸 배우들이 하면 좀 더 시청자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정일우씨는 평소 환경 쪽에 관심이 많아요. 그것이 저희와 맞아서 촬영하게 됐고요. 최송현씨는 수중 다이버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요.
저희가 촬영하면서 바닷속 등 물 속을 들어가거든요. 이런 걸 시청자들에게 대신 전해줄 사람이 누구일지 생각했는데 최송현씨가 그 부분은 잘할 것 같았어요. 최송현씨는 수중뿐만 아니라 육상이나 갯벌 이런 쪽에도 관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다행히도 두 사람이) 시청자들과 야생동물을 만나게 해주는 데 좋은 매개체가 되었어요."
- 처음 출연을 제안했을 때 최송현씨와 정일우씨의 반응은 어땠나요?
손성배 : "둘 다 즐거워 했죠. 정일우씨는 저희쪽으로 미리 연락이 와 있었어요. 자기가 자연 다큐 쪽에 관심 있고 특화됐다고 얘기했고요. 저희는 이런 프로 기획 중이었고요. 야생동물을 찾는 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거기에 접근하는 건 정일우씨와 최송현씨가 직접 체험해야 했어요.
야생동물에 다가가는 제일 좋은 방법은 뭐냐면 자기를 최대한 낮추고 겸손하게 하는 거거든요. 그래야 야생동물과 눈을 마주칠 수가 있어요. 두 사람은 갯벌에서 기어 다니고 35도의 아스팔트 열기 속에서 기어 다니고, 어떨 땐 슈트로 갈아입고 잠수를 하며 야생동물과 만나는 수고와 어려움을 스스로 감내한 거죠. 야생동물 만나고 그들에게 다가가는 법이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된 거죠. 두 사람은 그런 걸 잘 전달하는 매개체의 역할 충분히 했죠."
- 얼마나 촬영했나요?
손성배 : "자연다큐는 4계절이 다 나오잖아요.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 무엇이었냐면, 그때 그 장소가 아니면 못 보는 것들을 시청자들과 같이 잠복한 채 관찰하며 본다는 거예요. 관찰은 3~4개월 동안 하지만, 산란은 며칠 만에 끝나요. 그러나 그 시기를 특정하기 어려운 거죠. 그래서 잠복과 기다림이 필요한 것이죠. 그걸 정일우씨와 최송현씨가 한 거예요.
물론 정일우씨와 최송현씨가 3~4개월 동안 같이 하진 않았고요. 좋은 타이밍을 먼저 잡고 그 친구들이 와서 동물들을 만난 거죠. 꼬리치레 도롱뇽이라고 세계에서 정말 작은 도룡농이 있어요. 꼬리치레 도룡뇽은 학술적으로 의미가 있고 이건 산란 장면이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우리 자연다큐팀이 수중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그(산란) 장면을 최초로 담아냈어요. 정일우, 최송현씨는 그 과정을 시청자들에게 대신 전달하고 대화하며 산란 장면을 본 거죠.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라이브 하지 않을 때는 인스타그램 통해 저희가 만난 야생동물들을 업로드해서 소통하고 있어요. (시청자와) 눈높이를 맞춰가는 것이 이 프로그램 특징입니다."
- 24시간 라이브 캠(Live cam)을 이용해 자연환경 다큐멘터리 최초로 배우 정일우씨와 최송현씨가 야생동물을 만나기 위해 잠복하는 순간을 유튜브와 페이스북으로 생방송 했잖아요. 어떠셨어요?
손성배 : "이전과는 다르죠. 이제까지 한 번도 시청자와 함께 야생을 관찰한 적이 없잖아요. 제는 이 프로그램 형태를 '신개념 신포맷 양방향 자연다큐 쇼'라고 한마디로 정의해요. 이제까지 시도하지 않은 양방향 소통을 하면서 야생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즉각 해소해주고 저희도 시청자들이 어떤 게 궁금한지를 현장에서 알 수 있었죠."
▲ KBS <다큐 인사이트> 제작진인 이태웅 PD(좌), 이재오 부장(우) ⓒ 이영광
- 라이브 할 때 올라오는 댓글은 주로 어떤 건가요?
손성배 : "댓글 보면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게 보이죠. 댓글을 보다보니, 저희는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시청자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사실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는데... 해외 접속자들도 있었거든요. 방송에 나오는 과정들을 영어로 설명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는데, 생태 용어들은 친숙하지 않아서 설명이 쉽지 않았어요."
- 지난달 31일부터는 '모던 코리아'가 시작했어요. '통일'이란 주제를 오직 영상자료와 인터뷰만으로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던데.
이태웅 PD(아래 이태웅) : "작년에 < 88/18 >이란 제목으로 서울 올림픽 30주년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요. 그때 보니 KBS에 자료가 되게 많더라고요. 자료를 활용해도 될 것 같았어요. 지금까지는 (그런) 자료들이 다큐멘터리에 보조적으로 쓰였는데 (자료들을 보니) 자료 위주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도 되겠는 거예요. 자료와 그 당시 사람들의 현재 인터뷰만으로도 생생하게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만들어 방송한 거죠."
- 내레이션이 없었는데 이유가 있나요?
이태웅 : "자료화면을 많이 쓰다 보니... 이미 방송에 나갔던 거라 말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내레이션이 들어갈 자리 자체가 없었고 이미 거기에 나와 있는 멘트들로 문장이 완성되더라고요. 그것들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겠다, 싶었고 그거로 전달 안 되는 부분은 중간중간 자막으로 짚어줬어요."
- 인터뷰는 흑백으로 나오던데.
이태웅 : "이번 방송은 30년 전 이야기였는데, 그 당시가 좀 더 생생하게 느껴지면 좋겠어서요. 인터뷰는 아무래도 HD 화질로 찍게 되고 자료화면은 SD 4:3 화면이잖아요. 컬러로 붙이면 요즘이 생생하고 예전 것이 죽는 느낌이라 인터뷰를 흑백으로 보여주고 자료를 컬러로 보여주면 자료가 더 생생하가 느껴지지 않을까 했어요."
- 왜 통일 문제를 다룬 건가요?
이태웅 : "작년 올림픽 다큐 만들 때 못 넣은 건데, 대학생들이 남북공동 개최하자고 시위도 많이 했고, 시위할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며 엉엉 울더라고요. 그 후 세대인 제가 보기엔 너무 이상한 거예요. 왜 그런지 궁금해서 파고 들어가다 보니 통일이나 민족이란 단어에 대해 그 당시 사람이 느끼는 것과 지금 느끼는 게 달랐어요. 시대적 상황 같은 게 궁금해졌고 그걸 파고든 거죠."
- 자료가 얼마나 되나요?
이태웅 : "이번엔 편당 20TB였던 거 같아요. 보통 자료는 1~2시간 정도인데 테이프 개수가 천 개가 넘었어요."
- 자료 보며 느낀 게 있을 것 같은데.
이태웅 : "올림픽 때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는 참 재밌는 나라인 것 같아요. 올림픽 행사 자체에 그런 의도는 없었지만, 민주화에도 영향을 준 것처럼 이것도 찾아보니 단순히 민주화만을 생각한 건 아니더라고요. 그 이상도 생각했고 그게 힘 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 대한민국 민주주의까지 나오는 힘이 됐고요. 그런 점이 재밌었던 것 같아요."
-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이재오 : "멋진 프로그램 많이 하는 거죠. 일단 '모던 코리아'가 3부작으로 방송되고 있는데, 3부로 수능 관련 아이템 준비하는 중이고요. 치매의 치료 방법에 대한 것도 나옵니다. 또 백두산 화산, 우주에 대한 연구 등 과학에 대한 두 편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때 내보내려고 수도원에 대한 다큐멘터리 3편 정도 준비하고 있어요. 연말에 국민을 차분히 돌아보는 시간 가지면 좋겠어요. 이외에도 기획안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다양하게 뒤집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고 싶어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