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박원순 옥탑방 체험 1년 후, 강북에 무슨 일이...

[현장] 미아 3구역 재개발 두고 조합과 철거민 간 대립... 철거민들이 떠나지 못하는 이유

등록|2019.11.16 19:37 수정|2019.11.16 20:12

용역과 대치 중인 철거민들미아 3구역에 위치한, 강제 집행 예정 건물 앞에서 건물을 지키려는 철거민들과 건물을 강제집행하려는 용역들이 대치하고 있다. ⓒ 주하은


"이거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완전 전쟁이지. 다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만 줬어도 그냥 나갔을 거야. 근데 반값은 말도 안 되잖아요. 이제는 억울해서 못 나가. 억울해서."

11월 16일, 미아 3구역 재개발 지역에서 만난 70대의 철거민은 이렇게 말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오는 날, 가옥을 소유한 7명의 철거민이 모여 사는 건물을 강제 집행하기 위해 온 용역과 이를 막기 위한 철거민들이 대치하는 상황이었다.

"강북 여건 향상" 서울시장 다짐 무색케 만드는 재개발 현장

2018년 여름, 박원순 서울특별시 시장은 강남과 강북의 격차 해소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 달간 옥탑방에서 거주했다. 이 체험에 앞서 박 시장은 언론사와 한 인터뷰에서 "절박한 민생의 어려움을 느끼고 강남, 강북의 격차를 좀 더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다"라고 말하며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보여주기식 쇼'라는 일부 비판도 있었지만,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시장의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면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5개월이 지난 지금 강북구에서는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매일같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삼양동에 위치한 박 시장의 옥탑방으로부터 약 1km 떨어진, 미아 3구역 재개발 현장의 이야기이다.

미아 3구역 재개발은 2005년에 이미 승인이 났을 정도로 오래된 이야기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이후 철거민 대책 위원회(이하 철대위)와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이하 조합)은 꾸준한 갈등을 겪었다. 철대위에 속한 철거민들은 "적절한 보상과 이주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기에 퇴거할 수 없다"며 건물들을 지키려 했고, 조합은 신속한 재개발을 위해 하루속히 철거를 마무리 지으려 했다.
 

옥상에서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철거민들강제집행 예정 건물 옥상에서 철거민들이 확성기를 설치하여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용역에게 '다기오지 말라'라며 절규섞인 말을 했다. ⓒ 주하은

 
많은 수의 용역을 감당할 수 없었기에 철거민들이 거주하는 집들은 하나둘 강제 집행되었다. 그렇게 현재 미아 3구역에서 남은 건물은 단 세 채. 11월 16일 조합 측 용역은 이 세 집 중 하나를 철거하기 위해 하나둘 모여들었다. 빗속에 대치 상황은 이어졌고 약 5시간 후 용역이 철수함으로써 이날의 갈등은 마무리되었다.

당일만 해도 두 번째 대치였다. 조합 측 용역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 법적으로 철거가 불가능한 시간임에도 새벽 4시경 해당 건물을 불법적으로 철거하려고 시도했다가 철거민들의 거센 저항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재개발 사업을 위한 강제 집행은 계속되었다.

개발 반대하지 않는 철거민들, 그들이 바라는 개발은

철거민들은 왜 이곳에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을까? 일반적인 오해와 달리 철대위 강양선 위원장은 자신은 재개발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제대로 된 대책이 없이 쫓겨난다면 생존이 당장 위협받기에 물러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철거민들에 따르면 실제로 가옥 소유자에게 제안된 금액은 원래 집값의 절반 수준이다. 재개발 진행 기간 과정에서 집값은 더 올라 법적 보상액으로 인근에 주택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철거민들은 현재의 철거 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선 대책 후 철거와 순환식 개발을 주장한다. 이는 철거민의 생존권과 주거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이 세워진 후에 철거를 진행하고, 철거민들의 임시 거처를 인근에 마련하여 재개발 기간 이들의 주거를 보장하는 방식의 개발이다. 이들의 두 가지 제안은 하나의 요구로 수렴한다. 단지 개발 이전과 같은 수준의 생활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갑자기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게 된 이들에게, 고향과도 같은 미아 3구역에 자신의 몸을 뉠 곳이라고는 강제집행 예정이었던 그 건물밖에 남지 않았다. 열악한 환경에서라도 생존하기 위해, 그들은 매일 전쟁을 치른다.

박원순 시장이 바랐던 새로운 강북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적어도 거주민이 추운 겨울 집을 빼앗겨 거리로 나앉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그가 그린 강북의 모습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철대위와 조합의 신속한 합의와 철거민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시·구청 역할이 절실히 요청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