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크로스' 대통령 지지율? 여론분석전문가도 "처음 접해"
[인터뷰]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전문위원 "보도가 유권자들 인식 왜곡"
▲ 한국갤럽이 2019년 11월 둘째 주(12~14일) 전국 성인 1002명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어떻게 보는지 물은 결과, 46%가 긍정 평가했고 46%는 부정 평가했으며 9%는 의견을 유보했다(어느 쪽도 아님 5%, 모름/응답거절 4%). ⓒ 한국갤럽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4주 연속 상승세(11월 15일 기준)를 보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46% 동률을 기록한 것. 이러한 설문 결과를 놓고, 일부 언론에서는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가 나타난 지 3개월 만에 처음'이라며 '골든크로스' 현상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언론에서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면 '역대 최저', '지지율 반등', 이런 말들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막상 퍼센트를 보면 1%포인트 정도의 차이인 경우가 대다수다. 또, '데드크로스'와 같은 표현도 쓰는데, 이는 경제학 용어지 여론조사에서 사용되는 말이 아니다. 나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접했다. '데드'라는 말은 곧 다시 살아나기 어렵다는 뜻 아닌가. 그런데 다음 주에 나온 보도에는 지지율이 곧장 상승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보도가 유권자들의 인식을 왜곡한다고 생각한다."
일주일 간격으로 달라지는 여론조사에 대한 보도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할까? 또, 일명 '데드크로스'를 보였다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어떻게 다시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었던 걸까. <오마이뉴스>는 지난 8일, 이 물음을 가지고 정한울 위원을 만났다.
"역대 최약체라 할 수 있는 야당 상황도 한몫했다"
▲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전문위원 ⓒ 권우성
-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띠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세라고 봐야 하는지도 조금은 의문이다.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큰 폭으로 떨어졌던 수치들이 멈춘 것이라고 본다. 물론 지지율과 관련된 지표들이 좋아진 건 맞다. 예를 들어 경제 관련 지표가 그렇다. 조국 전 장관 사태 이후 우려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면, 현재는 약간 양호한 국면으로 접어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게 현 정세를 바꿀 정도는 아니다. 임기 전반기(지지율)의 그래프를 그려보면, 간극이 거의 비슷한 균형 국면이기 때문이다. (균형 국면이란 여당과 야당의 힘이 균형 관계를 이루고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 기자말)"
- 현재의 지지율 관련 보도를 어떻게 보나.
"경주마식 보도의 문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올 상반기 여론조사와 관련된 헤드라인들을 쭉 보면, 일주일 간격으로 '반등했다', '떨어졌다', '역대 최저' 이런 단어들이 붙어 있다. 하지만 막상 기사를 보면, '역대 최저'라는 제목을 단 기사 가운데 실제 수치가 오차범위 내에 해당된 경우도 많다.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이런 단발적인 수치로는 제대로 된 여론을 분석할 수 없다.
사실 지지율 분석은 흥밋거리 조사일 뿐이다. 지지율을 조사할 때, 지지 여부를 묻는 문항 한 가지만으로는 충분히 파악할 수 없다. 조국 전 장관 사태만 해도, 이것을 대하는 수만 가지의 태도와 요인이 섞여 있다. 이런 부분을 충분히 짚지 않고서 한두 문항으로 나온 결과만을 갖고 단발적인 기사를 쓰는 건 여론 분석에 충분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좀 더 장기적인 호흡을 갖고,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분석하는 게 맞다.
- 조국 전 장관 사태 이후, 문 대통령 지지율이 '양호한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지율 추락을 막은 첫 번째 요인은 '경제정책에서의 노선 변환'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하반기에 FGI(집단심층면접 조사)를 한 결과, 실제로 경제정책과 관련해 부정적으로 응답한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체감과 달리, 정부에서는 '지표가 좋다'는 피드백만 나오니까 국민들 입장에서는 더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거다.
하지만 올해 초에 정부가 최저임금 속도를 조절하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일부 손보지 않았나. 물론 일부 진보층에서는 '정책이 퇴보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 나오는 것처럼 정부가 많은 국민들이 우려했던 부분에 대해 빠르게 대처한 것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또, 현재 역대 최약체라 할 수 있는 야당의 상황도 한몫했다고 본다. 사실상 현재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절반에 가까운 상황이라 야당으로서는 반반 싸움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하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의 구심점으로서 선택받지 못하는 상황인 게 문제다. 현재 야당은 분열까지 맞은 상황 아닌가.
지금도 야당은 국민에게 반성적 메시지는커녕, 탈바꿈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야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현 정부가 반사이익을 받는 부분도 일정 부분 있다."
지지율 변동 영향은 40대의 태도
- 최근 일부 언론에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야당보다는 정부나 여권 지지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성향이 있다"며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적극적인 응답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인용됐다. 실제로 이런 게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국면에 따라 다르다는 입장이다. 가령 참여정부 하반기 때 정권 심판론이 언급되지 않았나. 그때 지지층 다수가 이탈했다. 20~30대에서도, 스스로를 진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명박 후보를 많이 찍었다. 즉, 이 시기는 여당보다 야당 지지자들에게 발언권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여당 지지자들 답변 비율이 높다고 말할 수 없다.
물론, 그런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역사상 여당이 임기 말까지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온 적이 없다. 항상 임기 말에는 심판론이 거론됐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마찬가지다. 만일 위 논리대로라면 이 시기에 야당 성향의 응답자가 더 적극적으로 응답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따라서 성향보다도 국면에 따른 환경적 요인이 더 크다고 본다."
- 이번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변동에 영향을 준 연령대는 어떻게 될까.
"이번 정부 최대 지지 기반이 40대다. 그런데 조국 전 장관 사태 이후 40대가 현 정부 지지율에서 공통적으로 이탈한 것이 드러난다. 40대를 중심으로 30대와 50대에서도 일부 이탈한 것으로 나온다. 특히 위 세대 가운데 40~50대 여성들이 남성보다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자녀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배신감, 냉소와 같은 감정들이 이탈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20대는 어떨까. 조국 전 장관 사태 당시 20대에서 많은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사실 20대는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다른 세대보다 지지율이 낮은 편이었다. 조국 장관 임명 초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20대는 조국 전 장관 사태 초기부터 이미 지지율 자체가 낮은 편이었기 때문에 (여론이) 더 나빠지기보단, 지지율 자체가 줄곧 낮게 유지돼왔던 편이다.
따라서 조국 전 장관 사태 이후 20대 이탈이 여론을 바꿨다는 주장보단, 대통령 지지기반 쪽에 있던 집단(40대)의 조 전 장관에 대한 태도가 갈라지면서 지지층에서 이탈한 뒤, 이들 중 일부는 (청문회를 계기로) 복원되고 이후 (지지율은 큰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본다."
향후 관건은 경제
- 결국 세대별로 공통적인 느낀 문제는 '공정성'이다. 과연 회복될 수 있을까?
"공정성 문제는 회복이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 최근 20대들을 FGI(집단심층면접 조사) 한 것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대부분 정부의 공정성 문제에 대해 상당히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FGI 한 내용을 조사해보니 포퓰리즘적인 용어가 많이 나왔다. 예컨대 '(조국 전 장관만이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까지 칠 생각하지 않는 이상 바뀌지 않을 거다'라는 반응이다. 굉장히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은 거다.
이번 정권은 촛불혁명 이후에 등장한 만큼, 공정성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이 문제는 정부가 읍참마속(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을 의미하는 고사성어) 하는 태도가 없다면 진정성을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 다가오는 총선은 어떻게 전망해볼 수 있을까.
"여론조사라는 방법이 실제 투표 결과를 맞히는 용으로 사용되는 것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여론조사를 통해 정책적 합의를 끌어내거나, 선거 캠페인 전략으로 활용하는 게 상대적으로 바람직하다.
따라서 이런 부분에서 설명하자면, 향후 관건은 경제라고 말할 수 있겠다. 현 정부도 경제문제에 대해 뚜렷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만일 야당 쪽에서 이 부분과 관련해 문제를 진단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경우, 긍정적인 여론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만 놓고 본다면, 야당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변화가 나오지 않는 상태라 이후의 여론도 현재의 양상과 다를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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