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괴롭힘 겪어보니..." 혜리가 안타까워한 까닭
[인터뷰] <청일전자 미쓰리> 이선심 역의 배우 이혜리
▲ <청일전자 미쓰리> 이선심 역의 배우 이혜리의 모습. ⓒ 크리에이티브그룹ING
"드라마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등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보니, 실감이 났다. 상사와 나 둘 중 한 명이 퇴사해야 끝나는 것이라 생각하니, 사회 초년생들이 정말 많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4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에서 말단 직원 이선심 역할을 맡은 배우 이혜리는 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사회초년생'들이 처한 상황에 연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런 이선심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이혜리는 분장과 의상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단 3벌의 옷만 입으며 캐릭터 구축에 신경을 썼다는 그는 "'화장을 글로 배웠어요'라는 느낌으로 마스카라를 진하게 하고 그런 것들도 생각해봤다"라며 "오랜 회의 끝에 사회 초년생을 가장 잘 표현해내기 위해 안경을 쓰는 것으로 결정했다. 선심이라면 왠지 이런 안경을 쓸 것 같다고 생각하고 썼다"라고 밝혔다.
2012년 걸그룹 걸스데이로 데뷔한 뒤 드라마 <맛있는 인생> <하이드 지킬, 나> <응답하라 1988> <투깝스>, 영화 <물괴> <판소리 복서> 등에 꾸준히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온 이혜리는 '이후 맡고 싶은 배역이 있냐'는 질문에 "제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하고 싶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당장 성격 강한 재벌 2세 와이프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차근 차근 내 나이에 맞는 역할들을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지난 21일 오후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이뤄진 배우 이혜리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선심이란 인물,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 <청일전자 미쓰리> 이선심 역의 배우 이혜리의 모습. ⓒ 크리에이티브그룹ING
▲ <청일전자 미쓰리> 이선심 역의 배우 이혜리의 모습. ⓒ 크리에이티브그룹ING
- 드라마를 종영한 소감이 어떤가.
"드라마 시작할 때부터 현실적이고 따뜻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현실에서는 아마도 이럴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한 장면 한 장면 담았다. 마지막 결말까지 그랬다. 그래서 비슷한 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 이선심 역할을 소화하는 건 어렵지 않았나?
"일단 (회사 내에서) 이선심에게 주어진 일들이 굉장히 힘들어 보였다. (선심은) 손이 두 개뿐인데도 직원들의 커피까지 사오는 등 다양한 잡무를 해야했다. 또 드라마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는 상사들도 많았다. 6개월 동안 드라마를 통해 이것들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해보니, 실감이 났다. 상사 또는 나 둘 중 하나가 퇴사해야 그 괴롭힘이 끝날 것이란 사실을 떠올려보니, 이선심 같은 사회초년생들이 정말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직장인 친구들이 직장인들은 연차를 주말에 붙여서 쓰기도 한다던데, 그 역시 상사가 눈치를 주거나 나무란다고 하더라."
- 극 중 이선심의 배려심이 돋보인다.
"보통은 받은 만큼 되돌려준다거나 하는 게 일반적인 사고방식인데, 선심이는 '내가 이런 (안 좋은) 대우를 받았으니 나는 남에게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한 것이라고 본다. 선심이는 대표가 된 뒤에도 직원들에게 '물 없으니 물 채워놔' 같은 잔심부름을 시키지 않는다. 선심이는 대표가 된 뒤에도 배려심을 잃지 않는 '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선심이란 인물은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구나란 생각을 했다."
- 이선심이란 인물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나.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서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된 사회 초년생'이라고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해피엔딩이 이선심에게만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사회 초년생들에게도 일어났으면 좋겠다. 나의 경우도 꿋꿋하게 버티고 살아 남아서 더 나은 혜리로 거듭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이선심을 볼 때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연기하면서는) 9년 전 이 인물을 연기했다면 더 리얼하게 잘 소화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을 정도로 과거의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 배우들 간 호흡은 어땠나?
"나에겐 거의 다 선배들이었다. 다른 드라마와 달리 20명 정도의 인물이 한꺼번에 나오는 장면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현장 분위기도 좀 달랐다. 모두 다 친했고 나중에는 실제로 청일전자에서 일하는 팀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감정이 신기했다. 특히 김상경 선배님과 붙는 장면이 많았는데 연기하는 데 있어 나에게 정말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선배님께서 현장 긴장감을 잘 조절해주셔서 연기 호흡이 잘 맞았다. 그리고 극 중 친언니와 호흡을 맞춰 연기할 땐 진짜 언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내 말투를 그대로 담아서 이야기했을 정도로 연기에 진심을 담았다."
- 못난이 안경을 쓰는 듯 꾸미지 않은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선심이는 평소 걸그룹 가수 활동 때처럼 꾸미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최대한 혜리처럼 보이지 않게 하고 싶었다. 그게 성공적이었는지 점심시간에 안경을 쓰고 밥을 먹으니, 사람들이 거의 못 알아봤다. 되게 신기했다. 혜리가 아닌 진짜 선심이라는 캐릭터가 되었구나 싶었다. 외적으로 꾸미고 싶다는 생각은 어차피 광고 촬영이나 예능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서 큰 욕심은 없다. 또 이상하게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수록 내 자존감이 높아졌다. '난 화장 안 해도 예쁜 사람인데 왜 그렇게 집착했을까'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자존감이 높아졌다. 이런 나의 성격이 이선심을 연기하는 데 더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좀 더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 <청일전자 미쓰리> 이선심 역의 배우 이혜리의 모습. ⓒ 크리에이티브ING
- 배우 이혜리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처음에는 마냥 기뻤다. 이런 드라마에 내 얼굴이 나오고 이런 저런 연기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던 시절이 있었다. <응답하라, 1988> 때부터 드라마에 어떤 메시지가 있었으면 좋겠고 또 깊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통해서, 어떤 작품을 통해서 내 에너지를 발산한다는 것이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다. 그 시대의 어떤 얼굴이 된다는 게 즐거운 일이지 않나. 얼마 전 드라마 관련 기사에 내가 맡은 이선심 역에 대해 '정말 혜리스럽다'라는 댓글이 달린 걸 봤다. 그게 좀 더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 '혜리스럽다'는 표현이 어떤 의미였으면 좋겠나?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혼자 갖고 있기엔 (내 안에) 너무 큰 에너지가 있어서 작품이나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를 보여주고 싶다. 제 또래의 친구들이 내 모습을 보고 '나도 혜리처럼 뭔가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작품으로 주는 메시지에서 위로를 받거나 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혜리스럽다'는 좋은 영향을 끼치는, 참 잘 나누는 그런 사람이라는 의미였으면 좋겠다. 나의 이러한 에너지는 밥을 잘 먹어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웃음). 그리고 이런 성격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사실 나는 어떤 스트레스를 오래 갖고 있는 편은 아니다. 그냥 자고 일어나면 다 까먹어버린다. 스트레스인지도 잘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라서 자가 치료가 가능하다. 내 안에 그런 뭔가가 있나 보다. 그래서인지 긍정적인 에너지가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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