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졸업' 감독의 300만원, 상지대에 '나비 효과'
'민주대학 만들기' 10년 청춘을 바친 박주환 감독의 기부, 그리고…
▲ 영화<졸업>의 박주환 감독이 지난 3월 정대화 총장에게 발전기금 300만원을 내고 있다. ⓒ 상지대
"사실은 돈이 없어서 못 해왔던 영화 마무리 작업인 '색 보정'하는 데 쓰려던 돈이었거든요."
그는 자신이 받은 상금 가운데 300만원을 떼어내 상지대학교에 기부했다. 카메라 하나와 텅 빈 주머니를 지닌 몸 하나로 영화를 만들어온 10년 세월이었다. 그러던 그가 영화 <졸업>덕분에 받은 상금 가운데 일부를 올해 3월 기부한 것이다.
"비리사학재단을 쫓아내고 세운 민주대학의 재정 형편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나에겐 이렇게 큰돈 생기기도 쉽지 않으니까 발전기금을 냈어요."
'사학비리 종합선물세트라'는 상지대. 이 학교에 복귀 복마전을 펼친 비리재단과 10년 동안 싸워오며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졸업>을 지난 7일에 개봉한 박주환 감독 이야기다. 이 영화는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 장편상과 함께 상금을 받았다.
박 감독은 26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제가 상지대에서 영화를 찍었으니까, 영화 덕분에 번 돈을 상지대에 내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상지대를 여전히 비리재단이 운영했다면 학교에 발전기금을 내지 않고 비리재단 반대 모임에 투쟁자금을 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 상지대 총학생회장이었던 박 감독. 이 시절 그는 사학 비리의 핵심 김문기를 비롯한 '구재단'의 복귀 시도에 삭발과 단식 투쟁으로 맞섰다. 이런 투쟁이 결국 오랜 기간 이어졌고 민주 상지대 탄생의 밑거름이 되었다.
박 감독은 2013년 2월 상지대를 졸업했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이 대학을 떠나지 않았다. 비리재단 복귀를 막고 민주대학을 만드는 데 청춘을 바쳐온 것이다. '상지대 민주화 투쟁'을 담기 위한 카메라를 들고서다.
박근혜 정권의 탄핵은 상지대에도 '민주화의 봄'을 불러왔다. 2018년에는 처음으로 직선 총장을 뽑았는데 바로 '비리재단 저지 투쟁의 상징 교수'인 정대화 총장이다.
▲ 영화<졸업>의 한 장면. ⓒ 시네마달
정 총장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나는 사실 박 감독에게 발전기금을 내지 말라고 했다"면서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 대학을 홍보했으니 오히려 우리가 돈을 대줘야 하는데 한 푼도 보태주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 300만원을 받아들면서 마음이 짠했다"고 말했다.
'민주대학' 건설에 젊음을 바친 박 감독의 기부는 나비 효과를 나타냈다. 다음은 정 총장의 설명이다.
"민주대학을 안정시켜야 되겠다는 마음은 박 감독이나 우리대학 구성원이나 다 동병상련이었다. 총학생회도 600만 원을 기부했고, 퇴직하는 교수님들도 십시일반 돈을 보태고 있다. 올해 학내 구성원이 낸 발전기금만 해도 5억 원에 이른다."
이런 소식을 전해 들은 한 기업은 '이름을 절대 밝히지 말아 달라'면서 1억 원 기부를 약속했다고 한다. 다음은 이 대학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의 전언이다.
"'비리재단을 몰아낸 민주대학이며 지방대인 상지대에 기부해 달라. 서울 주요 대학에 기부하는 것보다 더 큰 응원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들은 한 기업이 1억 기부를 약속했다."
상지대 민주화 투쟁 전사들, 이젠 '기부 이어달리기'
안 소장은 "10년간 민주대학 건설을 위해 싸운 학생의 소중한 기부 소식을 듣고 나도 1000만 원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 대학 겸임교수를 하며 받은 월 100만 원 안팎의 돈을 모았다가 발전기금으로 낸 것이다.
안 소장도 2008년쯤부터 '상지대 지키기 긴급행동' 운영위원을 맡아 10여 년 동안 활동해왔다. 비리사학을 몰아내기 위해 10년 세월을 바친 이들이 이젠 민주대학이 된 상지대를 위해 다시 '기부 이어달리기'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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