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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미국에 '총선 전 북미회담' 반대? "우려만 전달"

별도 입장문 통해 "금년 방한한 미 당국자에게 우려 전달"... 정의당 "즉각 사퇴하라"

등록|2019.11.27 18:27 수정|2019.11.27 20:49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기사 보강 : 오후 8시 49분]

"금년 방한한 미 당국자에게 그러한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리는 내년 4월 전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우려를 전달"한 것일 뿐, "열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한 적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나 원내대표의 이같은 해명에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앞서 YTN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비공개 의원총회 도중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에게 내년 4월 총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을 피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위해 원내교섭단체 원내대표들과 함께 미국을 방문한 바 있다.

나 원내대표가 방미 중이었던 지난 20일, 스티븐 비건 대표를 만나 내년 4월을 전후에 북미 정상회담을 열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게 YTN 보도의 요지였다. 보도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는 비건 대표 역시 미국도 내년 4월 한국 총선을 알고 있다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당 의원들에게 보고했다. 방송은 지난 7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방한했을 때도 비슷한 요청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당내 다수 의원들은 차기 총선에서 북미 관계가 풀릴 경우 여당에 유리해질지 모른다는 계산에서 나온 발언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해당 보도가 나간 이후,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부적절한 요청이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나경원 "금년 방한한 미 당국자에 우려 전달"... 방미 때 발언한 적 "없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문자를 통해 입장문을 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북 정상회담은 자유한국당도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그러나 "2018년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열린 1차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라면서 "지금 민주당은 외교안보를 포함해 모든 것을 내년 총선에 올인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3차 미북회담마저 또 다시 총선 직전에 열릴 경우 대한민국 안보를 크게 위협할 뿐 아니라 정상회담의 취지마저 왜곡될 수 있다"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따라서 금년 방한한 미 당국자에게 그러한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7월 존 볼턴 전 보좌관을 만나서 관련 발언을 한 점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이번 방미 중 해당 취지의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최초 입장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없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나 원내대표는 급히 추가 입장문을 냈다. 그는 "미 당국자에게 미북정상회담을 총선 전에 열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한 적이 없다"라며 "또한 이번 3당 원내대표 방미 과정에서 미 당국자에게 미북회담 시기와 관련한 어떠한 요청도 한 바 없다"라고 해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다시 총선직전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한반도 안보에도 도움되지 않고 정상회담의 취지도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라고만 재차 강조했다.

정부‧여당 "당리당략이 한반도 평화보다 우선?" 정의당 "사퇴하라"

정치권에서는 즉각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일조차도 '정쟁의 도구'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며 "또한 자신의 발언이 외부에 알려지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당해 하는 모습에 실망감을 넘어 분노와 함께 대한민국의 국민이 맞는지 묻고 싶다"라고 일갈했다.

고민정 대변인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선거만 있고 국민과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라며 "역사의 죄인이 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자신의 말을 거둬들이기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또한 오후 현안 서면 브리핑을 통해서 "당리당략이 한반도 평화보다 우선할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재정 대변인은 "경악할 일"이라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은 안중에도 없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자유한국당은 그저 선거 승리라는 목표만을 위해 존재하는 정당인가. 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당인가"라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이를 통한 공동번영이라는 목표를 위해 외쳐온 '초당적 협력'이 참으로 허망해지는 순간"이라고 평했다. 이 대변인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으며, 국가와 민족 앞에 통렬한 반성을 촉구한다"라고 논평을 마쳤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 역시 "도저히 제정신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북미 대화는 한반도 평화를 판가름할 중차대한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대변인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길에는 오로지 대한민국 국민만이 있었다"라며 "나경원 원내대표는 도대체 어느 나라 소속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고작 유리한 총선 구도를 위해 북미 대화를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하다니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제1야당의 원내대표 자격이 없다"라면서 "또한 아무리 냉전의 찌꺼기에 빌붙어 연명해온 한국당이라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의 일원이라는 자각은 있어야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장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하고 정치의 영역에서 발을 떼기 바란다"라며 "나경원 원내대표는 즉각 사퇴하라"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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