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 배고프다"... 히딩크는왜 이 말을 남겼을까
히딩크-퍼거슨-클롭-무리뉴, 명장의 화술을 돌아보다
현대의 프로스포츠 감독들은 선수들과 함께하는 것만큼이나 미디어와 팬들을 상대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현장과 구단 내부의 여러 가지 민감한 이슈들에까지 일일이 입장을 밝혀야하는 것은 프로 감독들의 숙명이 됐다. 정치가나 스피치 강사 못지않게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전달할 수 있고, 외부의 공격이나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도 있는 노련한 화술은 이제 감독들에게 필수다.
국내 축구팬들에게 화술로 깊은 인상을 남긴 최초의 감독은 아마도 2002년 한일월드컵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히딩크 감독은 이미 유럽무대에서 산전수전 다겪은 베테랑 감독답게 특유의 심리전으로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자극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또한 기존의 여러 국내파 대표팀 감독들이 하나같이 꺼려하던 한국 언론과의 관계에서도 능숙한 대처를 보이며 때로는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구로 언론을 이용하기도 했다.
사상 첫 16강 진출이 확정된 이후 만족감에 취해있던 선수단에게 "나는 아직 배고프다"는 발언으로 투쟁심을 다시 일깨운 장면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히딩크 감독의 대표 어록이다. 한국대표팀 감독에 처음 취임하며 "우리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 평가전에서 크게 패배한 이후에는 "오늘의 패배가 미래의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라던 발언도 유명하다. 항상 주변의 평가에 일비일희하지 않고 특유의 자신감과 여유를 잃지않는 히딩크식 화술은, 월드컵마다 세계축구와의 격차를 확인하며 좌절감에 길들여져있던 한국축구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감독들의 감독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황금기를 이끈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이른바 '감독들의 감독'으로 꼽힌다. 퍼거슨은 이른바 감독의 역할에 대하여 "축구에서 99%는 선수가 한다. 지도자의 몫은 1%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1%가 없으면 완성되지 않는 것이 축구다"라는 유명한 정의를 남겼다.
퍼거슨 감독은 이른바 '언플'(언론플레이)의 달인으로도 유명했다. 입담이 현란한 달변가 스타일은 아니지만,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는 통찰력과 특유의 직설적인 촌철살인은 퍼거슨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우승 경쟁을 펼치는 라이벌팀을 상대할 때면 언론을 통한 자극적인 발언으로 끊임없이 신경을 긁어서 상대의 페이스를 흐트러뜨리는 언플 능력도 탁월했다. 반면 자신의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은 플레이를 선보이면, 눈앞에서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로 소리를 질러댄다고 해서 붙은 '헤어드라이기'라는 별명도 유명하다.
정작 국내 팬들에게서 가장 유명한 퍼거슨의 최고 히트작은 역시 '트인낭'(트위터는 인생의 낭비)이다. 당시 맨유의 간판 선수였던 웨인 루니가 SNS에서 팬들과 언쟁을 벌여서 축구협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사건을 언급하며 나온 발언이다. 이후 유명인들이 SNS에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킬때마다 퍼거슨의 어록은 '인생 조언'으로 다시 회자되곤 한다.
히딩크나 퍼거슨이 전통적인 '보스형'이라면, 리버풀의 명가 재건을 이끈 위르겐 클롭 감독은 현대적인 '형님 리더십'의 대표주자다. 클롭 감독은 권위적인 카리스마를 내세우는 감독들과 달리, 프리미어리그 데뷔부터 자신을 '노멀 원'(평범한 사람)이라고 지칭할만큼 소탈하고 유머러스한 성격이 두드러진다.
클롭 감독은 축구계에서 드물게 적이 거의 없는 인물이다. 선수들이나 상대팀을 상대로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언플 이나 독설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누구보다 적극적인 스캔십과 쇼맨십으로 친형처럼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이 뛰어나다. 실수하거나 부진한 선수들도 어떻게든 감싸안는 긍정의 화술이 돋보인다. "선수들에게 최고가 되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최고를 꺾을 수 있는 팀이 되라고 말한다", "전술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감정이 차이를 만든다" 등은 클롭 감독의 대표적인 어록이자 그의 축구철학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클롭 감독의 긍정 화술이 가장 빛을 발했던 순간은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이었다. 1차전에서 0-3으로 패하여 탈락 위기에 놓인 2차전 홈경기에서 클롭은 선수들에게 "나를 믿어라, 그리고 자신을 믿어라. 설사 우리가 당장 골을 넣지 못하더라도,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얼마든지 골을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야한다. 안필드(리버풀의 홈구장)가 우리 뒤에 있다. 우린 할 수 있다"라고 독려했다. 그날 리버풀은 거짓말처럼 4-0 역전승을 거두며 결국 결승에 올라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독설과 유머 사이에서
뭐니뭐니해도 이 분야에 있어서 가장 독보적인 인물하면 역시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 감독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무리뉴 감독은 이미 오랫동안 여러 빅클럽을 넘나들며 독설과 유머를 넘나드는 특유의 화술로 축구계의 이슈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 무리뉴 감독이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취임하면서 국내 팬들 사이에서 무리뉴 감독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졌다.
무리뉴 화술의 특징은 자기애다. 첼시 1기 감독 시절 스스로를 '스페셜 원'이라고 소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토트넘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는 무리뉴는 스스로를 '험블 원'(Humble One, 겸손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과거 거만하고 자신감넘치던 이미지를 기억하던 기자들을 일순간 박장대소하게 했다. 하지만 정작 몇분 뒤 토트넘의 최근 부진과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패배의 후유증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난 챔스 결승에서 져본적이 없어서 모르겠다"며 여전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역전승을 거둔 올림피아코스와의 UCL 홈경기에서 무리뉴 감독의 재치와 쇼맨십은 돋보였다. 후반 해리 케인의 동점골 과정에서 아웃된 볼을 재빨리 연결하여 토트넘의 경기흐름이 끊기지 않는데 기여한 볼보이를 칭찬하며 "볼보이가 경기 흐름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나도 어린 시절에 그만큼 좋은 볼보이였다"며 뜬금없는 자기 자랑까지 엮어서 좌중의 폭소를 터뜨렸다.
특유의 유머 감각에 가려졌지만 과거에 비하여 확실히 겸손해지고 부드러워진 부분도 있다. 바로 전임자나 선수들에 대한 존중이다. 무리뉴 감독은 "포체티노 전 감독이 토트넘에서 이뤄낸 업적을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며 "토트넘은 항상 그의 집이고 환영 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하는 모습으로 전임자를 예우했다.
손흥민과 해리 케인 등으로 구성된 토트넘 선수단에 대해서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극찬하며 선수들을 치켜세워주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부진에 빠져있던 델레 알리를 훈련장에서 처음 만나자마자 "너는 델레냐, 아니면 그의 형제냐?"고 특유의 뼈있는 농담으로 알리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올림피아코스전에서 무리뉴 감독이 수훈 선수들을 제쳐두고 굳이 언급한 선수는 이날 가장 먼저 교체된 에릭 다이어였다. 무리뉴 감독은 초반 두골을 먼저 내주자 공격강화를 위하여 수비수인 다이어를 전반에 교체하고 패스와 킥이 좋은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투입했고 이 장면이 이날 역전승의 계기가 됐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경기직후 오히려 "다이어 (조기 교체에) 미안했다. 그는 팀을 위하여 희생할줄 아는 선수다. 초반 실점을 내준 것보다 그를 교체하는 결정이 더 힘든 순간이었다"며 이날 승리에도 불구하고 소외감을 느낄수 있는 선수의 심리까지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토트넘 감독 취임 일주일만에 영국 현지는 물론 한국에서도 무리뉴 감독의 진화한 어록에 대한 평가가 연일 화제 일색이다.
이처럼 현대 스포츠에서 감독의 노련하고 효과적인 화술은 리더십을 극대화하는데 대단히 유용한 무기가 될수도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감독들의 화술이 과거보다 중요한 덕목으로 평가받는 추세다. 최강희 상하이 선화 감독, 최용수 FC 서울 감독, 신태용 전 국가대표팀 감독 등은 국내에서 비교적 언변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대표적인 지도자들이다.
하지만 자칫 성급하고 미숙한 화술은 오히려 자신과 팀에게 해를 끼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감독들이 설화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공감과 소통을 중시하는 현대의 리더십에서 지도자의 '언어'가 곧 그 팀 전체의 '품격'을 대변할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하는 이유다.
국내 축구팬들에게 화술로 깊은 인상을 남긴 최초의 감독은 아마도 2002년 한일월드컵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히딩크 감독은 이미 유럽무대에서 산전수전 다겪은 베테랑 감독답게 특유의 심리전으로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자극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또한 기존의 여러 국내파 대표팀 감독들이 하나같이 꺼려하던 한국 언론과의 관계에서도 능숙한 대처를 보이며 때로는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구로 언론을 이용하기도 했다.
▲ 거스 히딩크 전 2002년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낮 암스테르담 한 호텔에서 한국 취재진과 간담회를 갖고 "한국 축구를 위해서, 한국 국민이 원하고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어떤 일이든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상 첫 16강 진출이 확정된 이후 만족감에 취해있던 선수단에게 "나는 아직 배고프다"는 발언으로 투쟁심을 다시 일깨운 장면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히딩크 감독의 대표 어록이다. 한국대표팀 감독에 처음 취임하며 "우리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 평가전에서 크게 패배한 이후에는 "오늘의 패배가 미래의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라던 발언도 유명하다. 항상 주변의 평가에 일비일희하지 않고 특유의 자신감과 여유를 잃지않는 히딩크식 화술은, 월드컵마다 세계축구와의 격차를 확인하며 좌절감에 길들여져있던 한국축구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감독들의 감독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황금기를 이끈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이른바 '감독들의 감독'으로 꼽힌다. 퍼거슨은 이른바 감독의 역할에 대하여 "축구에서 99%는 선수가 한다. 지도자의 몫은 1%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1%가 없으면 완성되지 않는 것이 축구다"라는 유명한 정의를 남겼다.
퍼거슨 감독은 이른바 '언플'(언론플레이)의 달인으로도 유명했다. 입담이 현란한 달변가 스타일은 아니지만,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는 통찰력과 특유의 직설적인 촌철살인은 퍼거슨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우승 경쟁을 펼치는 라이벌팀을 상대할 때면 언론을 통한 자극적인 발언으로 끊임없이 신경을 긁어서 상대의 페이스를 흐트러뜨리는 언플 능력도 탁월했다. 반면 자신의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은 플레이를 선보이면, 눈앞에서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로 소리를 질러댄다고 해서 붙은 '헤어드라이기'라는 별명도 유명하다.
정작 국내 팬들에게서 가장 유명한 퍼거슨의 최고 히트작은 역시 '트인낭'(트위터는 인생의 낭비)이다. 당시 맨유의 간판 선수였던 웨인 루니가 SNS에서 팬들과 언쟁을 벌여서 축구협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사건을 언급하며 나온 발언이다. 이후 유명인들이 SNS에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킬때마다 퍼거슨의 어록은 '인생 조언'으로 다시 회자되곤 한다.
히딩크나 퍼거슨이 전통적인 '보스형'이라면, 리버풀의 명가 재건을 이끈 위르겐 클롭 감독은 현대적인 '형님 리더십'의 대표주자다. 클롭 감독은 권위적인 카리스마를 내세우는 감독들과 달리, 프리미어리그 데뷔부터 자신을 '노멀 원'(평범한 사람)이라고 지칭할만큼 소탈하고 유머러스한 성격이 두드러진다.
클롭 감독은 축구계에서 드물게 적이 거의 없는 인물이다. 선수들이나 상대팀을 상대로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언플 이나 독설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누구보다 적극적인 스캔십과 쇼맨십으로 친형처럼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이 뛰어나다. 실수하거나 부진한 선수들도 어떻게든 감싸안는 긍정의 화술이 돋보인다. "선수들에게 최고가 되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최고를 꺾을 수 있는 팀이 되라고 말한다", "전술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감정이 차이를 만든다" 등은 클롭 감독의 대표적인 어록이자 그의 축구철학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클롭 감독의 긍정 화술이 가장 빛을 발했던 순간은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이었다. 1차전에서 0-3으로 패하여 탈락 위기에 놓인 2차전 홈경기에서 클롭은 선수들에게 "나를 믿어라, 그리고 자신을 믿어라. 설사 우리가 당장 골을 넣지 못하더라도,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얼마든지 골을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야한다. 안필드(리버풀의 홈구장)가 우리 뒤에 있다. 우린 할 수 있다"라고 독려했다. 그날 리버풀은 거짓말처럼 4-0 역전승을 거두며 결국 결승에 올라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독설과 유머 사이에서
뭐니뭐니해도 이 분야에 있어서 가장 독보적인 인물하면 역시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 감독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무리뉴 감독은 이미 오랫동안 여러 빅클럽을 넘나들며 독설과 유머를 넘나드는 특유의 화술로 축구계의 이슈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 무리뉴 감독이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취임하면서 국내 팬들 사이에서 무리뉴 감독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졌다.
무리뉴 화술의 특징은 자기애다. 첼시 1기 감독 시절 스스로를 '스페셜 원'이라고 소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토트넘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는 무리뉴는 스스로를 '험블 원'(Humble One, 겸손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과거 거만하고 자신감넘치던 이미지를 기억하던 기자들을 일순간 박장대소하게 했다. 하지만 정작 몇분 뒤 토트넘의 최근 부진과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패배의 후유증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난 챔스 결승에서 져본적이 없어서 모르겠다"며 여전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역전승을 거둔 올림피아코스와의 UCL 홈경기에서 무리뉴 감독의 재치와 쇼맨십은 돋보였다. 후반 해리 케인의 동점골 과정에서 아웃된 볼을 재빨리 연결하여 토트넘의 경기흐름이 끊기지 않는데 기여한 볼보이를 칭찬하며 "볼보이가 경기 흐름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나도 어린 시절에 그만큼 좋은 볼보이였다"며 뜬금없는 자기 자랑까지 엮어서 좌중의 폭소를 터뜨렸다.
특유의 유머 감각에 가려졌지만 과거에 비하여 확실히 겸손해지고 부드러워진 부분도 있다. 바로 전임자나 선수들에 대한 존중이다. 무리뉴 감독은 "포체티노 전 감독이 토트넘에서 이뤄낸 업적을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며 "토트넘은 항상 그의 집이고 환영 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하는 모습으로 전임자를 예우했다.
손흥민과 해리 케인 등으로 구성된 토트넘 선수단에 대해서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극찬하며 선수들을 치켜세워주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부진에 빠져있던 델레 알리를 훈련장에서 처음 만나자마자 "너는 델레냐, 아니면 그의 형제냐?"고 특유의 뼈있는 농담으로 알리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올림피아코스전에서 무리뉴 감독이 수훈 선수들을 제쳐두고 굳이 언급한 선수는 이날 가장 먼저 교체된 에릭 다이어였다. 무리뉴 감독은 초반 두골을 먼저 내주자 공격강화를 위하여 수비수인 다이어를 전반에 교체하고 패스와 킥이 좋은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투입했고 이 장면이 이날 역전승의 계기가 됐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경기직후 오히려 "다이어 (조기 교체에) 미안했다. 그는 팀을 위하여 희생할줄 아는 선수다. 초반 실점을 내준 것보다 그를 교체하는 결정이 더 힘든 순간이었다"며 이날 승리에도 불구하고 소외감을 느낄수 있는 선수의 심리까지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토트넘 감독 취임 일주일만에 영국 현지는 물론 한국에서도 무리뉴 감독의 진화한 어록에 대한 평가가 연일 화제 일색이다.
이처럼 현대 스포츠에서 감독의 노련하고 효과적인 화술은 리더십을 극대화하는데 대단히 유용한 무기가 될수도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감독들의 화술이 과거보다 중요한 덕목으로 평가받는 추세다. 최강희 상하이 선화 감독, 최용수 FC 서울 감독, 신태용 전 국가대표팀 감독 등은 국내에서 비교적 언변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대표적인 지도자들이다.
하지만 자칫 성급하고 미숙한 화술은 오히려 자신과 팀에게 해를 끼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감독들이 설화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공감과 소통을 중시하는 현대의 리더십에서 지도자의 '언어'가 곧 그 팀 전체의 '품격'을 대변할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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