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아직도 '강성귀족노조' 운운"... 다시 거리에 서는 사람들
[인터뷰] 박석용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지부장, 3일부터 창원지청 앞 1인시위
▲ 박석용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지부장, ⓒ 윤성효
지난 6년간 '진주의료원 재개원'(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사람들이 다시 거리에 선다. 이번엔 보건복지부나 경남도청 앞이 아니다. 창원지방검찰청 앞이다.
박석용(50)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장이 오는 3일 창원지검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선다. 이어 관련 단체들이 당분간 1인시위를 이어가고, 상황에 따라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103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옛 진주의료원은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에 의해 2013년 강제폐업됐다. 옛 진주의료원 건물은 현재 경남도청 서부청사로 활용되고 있다. '경남도청 서부청사'는 홍 전 지사가 2012년 12월 보궐선거 때 내세웠던 공약이다.
진주의료원 강제폐업에 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경남도와 경남도의회가 나서지 않았다. 그러자 민간에서 '진주의료원 강제폐업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올해 1월부터 활동을 벌였다. 진상조사위에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보건의료산업노조,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의원 등이 참여했다.
진상조사위는 경남도청 등에 행정정보공개 청구 등의 과저을 거쳐 진주의료원 폐업 관련 자료를 일부 확보해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관련한 일부 자료가 폐기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진상조사위는 지난 11월 26일 '최종 보고대회'를 연 데 이어, 11월 28일 창원지방검찰청에 홍준표 전 지사와 윤성혜 당시 경남도 복지보건국장, 박권범 전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 그리고 다수 공무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진상조사위는 홍 전 지사와 공무원들을 ▲직권남용죄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죄 ▲문서 위조와 공무집행방해죄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 위반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 범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 진주의료원 강제폐업 진상조사위원회,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11월 28일 창원지방검찰청에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공무원들에 대해 '진주의료원 불법폐업'과 관련한 고발을 하고 받은 접수증. ⓒ 윤성효
진상조사 등에 대해 홍준표 전 지사가 반응을 보였다. 홍 전 지사는 지난 11월 27일 영남대 특강에서 이를 언급하며 '강성귀족노조'를 거론했다. 그는 "내가 국회 환경노동위 5년 4개월 했는데 강성노조 적폐 너무 많다, 강성귀족노조는 대한민국을 위해 척결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진주의료원 폐업했는데 최근 경남 좌파들 똘똘 뭉쳐 나를 직권남용으로 고소했다는 언론보도를 봤다"라며 "직권남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하고 있다, 날 고발했다고 하길래 너거가(너희가) 태양처럼 떠받치는 문재인 대통령은 그만두면 감옥 오래 갈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홍 전 지사는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 당시에도 '강성귀족노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그해 7월 국회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를 통해 홍 전 지사와 견해를 달리했다.
당시 국회는 진주의료원 폐업 원인과 책임에 대해 "폐업에 대하여는 경영개선을 외면한 노조의 책임이라는 의견과 경남도의 책임이라는 의견, 노사와 경남도의 공동 책임이라는 의견이 대립했다"라며 "경남도 파견 공무원의 비리와 방만한 운영, 도덕적 해이 때문이었다는 의견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진짜 강성노조였다면 홍 전 지사가 우리를 건드렸겠느냐"
박석용 지부장은 이번 진상조사에 따른 고발과 홍 전 지사의 '강성귀족노조' 발언에 대한 견해를 내놨다. 다음은 박 지부장과 1일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이번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와 검찰 고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홍준표 전 지사한테 정말로 막말이라도 해주고 싶다. 홍 전 지사는 이전에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해서 사람을 개에 비유했다. 이번에 보니까 자기가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 전 지사는 과거에는 법적 단계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이 이사회 내지 박권범 당시 직무대행이 다 했느니 어쩌니 했다. 그런데 최근 진상조사에서 직권남용 혐의가 드러나니까 '지사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자기 마음대로 국민을 우롱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우리는 늘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왔다. 홍 전 지사는 자기 편한 대로 이랬다 저랬다 말하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검사 출신이라 법에 대해 잘 알아서 그러는 건지 사람을 갖고 노는 것 같다."
- 홍 전 지사가 이번에도 '강성귀족노조' 이야기를 했던데.
"당시 진주의료원 직원들의 급여가 어느 수준이었는지 보면 안다. 우리는 다른 지방의료원보다 급여가 낮았고, 다른 일반 여타 중소병원보다 훨씬 낮았다. 폐업 전 6년 동안 임금이 동결됐다. 21년째 근무했던 저는 당시 연봉이 4000만 원 정도였다. 그런데 무슨 귀족노조냐.
강성노조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당시 진짜 강성노조였다면 홍 전 지사가 우리를 건드렸겠느냐. 파업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의료원을 살리기 위해 임금 동결까지 했다. 또 의료원과 희망퇴직을 받기로 돼 있었다. 희망퇴직 실시를 며칠 앞두고 폐업 방침이 발표됐다. 그런데 무슨 강성노조냐."
- '강성귀족노조' 프레임 씌우기로 본다는 말인가.
"실제는 강성귀족노조가 아닌데, 계속 그렇게 말해서 강성귀족노조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다. 직원들이, 노조가 놀고먹고 너무 강해서 경영이 안 된다는 인식을 갖도록 계속 주입하는 거다.
어느 노조가 그 병원을 망해 버리라고 하겠느냐. 우리는 의료원이 망해버리라고 한 게 아니다. 폐업하기 전 3년 동안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하고 2개월 치 정도 늦게 받았던 적도 있다.
그런 식으로 프레임을 씌워 놓으니, 힘들어지는 건 우리였다. 그렇지 않다는 걸 아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내용을 속속들이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를 이상한 사람으로 봤다. '강성'이고 '귀족'이라고 말이다. 강성귀족노조라서 의료원 문을 잘 닫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있다."
- 진상조사 결과는 만족하는지.
"우리가 몇 년을 싸워서 그나마 그 정도 나온 것이다. 그래서 그 자체가 안타깝다. 없는 사람들한테는 무엇 하나를 밝혀내는 것도 힘들게 오랫동안 시간이 걸린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 진상조사를 처음부터 빨리 힘 있는 데서 정상적으로 했더라면 이보다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바뀐 경남도청이나 경남도의회에서 진상조사를 했으면 싶었다. 요구를 해도 하지 않으니까, 뜻 있는 변호사와 진주의료원 폐업 당시 싸웠던 경남도의원(강성훈) 그리고 현재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의원 등이 모여 진상조사위를 꾸려 조사를 벌였다.
진상조사 위원들이 이번에 고생이 많았다. 경남도 등 기관에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해서 받아낸 자료 가운데는 불법 혐의를 입증하기에 충분해 보이는 자료가 있기도 했다. 그래도 경남도에서 일부이기는 하나 자료를 주니까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다."
- 최근 진상조사 결과 발표와 검찰 고발에 대해 주변에서 보이는 반응은?
"어떤 사람은 그런 게 있었느냐, 진짜냐고 하기도 했다. 그래도 없어진 의료원인데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에 대해 경남도가 공론화 과정을 거론하니까, 김경수 지사가 홍 전 지사가 싸질러 놓은 것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주지 않고 공론화 과정이니 뭐니 하니까 도긴개긴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 진주의료원 강제폐업 진상조사위원회,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11월 28일 창원지방검찰청에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공무원들에 대해 '진주의료원 불법폐업'과 관련한 고발장을 냈다. 사진 왼쪽부터 류조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박석용 보건의료산업노조 진주의료원지부장, 김형일 변호사, 강수동 진상조사위 공동위원장. ⓒ 윤성효
- 이번 검찰 고발 대상에는 공무원도 포함돼 있다. 들리는 반응이 있는가.
"구체적으로 들은 말은 없다. 주변에서 들리는 말로는 공무원들이 예민해 한다고 한다. 우리는 말단 공무원까지 다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위에서 시키니까 했다고 보여 진다. 그래도 진실은 가려내야 한다."
- 검찰의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는데.
"홍준표 전 지사는 검사 출신이다. 지금 검사들이 선배 검사를 생각해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전‧현직 검사의 기소 비율이 엄청나게 낮다고 하는데, 이번만큼은 그렇게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창원지검 앞에 갈 것이다. 먼저 저부터 오는 3일 아침, 검사들이 출근 시간에 맞춰 창원지검 앞에서 1인시위에 들어갈 계획이다.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다른 단체도 참여할 것이라 본다. 그래도 안되면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 조합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폐업하기 전 조합원은 178명이었다. 지금은 22명만 남아 있다. 우리가 일했던 일터는 없어졌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남은 조합원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하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다. 이전 조합원들의 말을 들으니까 강성귀족노조 프레임이 씌워져 다른 직장에 취업하는 데도 어려웠다고 한다."
- 더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처음부터 폐업이 잘못됐다고 했고, 일관된 주장만 해왔다. 이번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 당시 경남도와 진주의료원 직무대행이 치밀하게 계획해서 움직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불법 사실이 드러났고, 서류 조작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정말 분노스럽다.
대법원은 이미 진주의료원 폐업이 '위법'하다고 했다. 폐업은 조례로 해야 하는데 '권한 없는 자'에 의해 이뤄진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의료원을 재개원 하는 게 힘드니까 대법원은 우리 손을 들어 주지 않았던 것이다.
도지사라는 사람이, 머리 좋은 공무원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서류를 조작하고, 또 서류를 없애버리기까지 했다는 것인데... 세상이 무섭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이번에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해서, 죄를 무겁게 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지자체나 공무원들이 업무를 보는 데 있어 그런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경종을 울렸으면 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