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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가려진 이슈' 사이로 ③] 청계천-을지로와 재개발

등록|2019.12.05 19:14 수정|2019.12.05 19:14
하루에도 수만 가지 이슈가 쏟아지는 한국 사회. 그러나 '조국 사태' 같은 블랙홀 이슈가 생기면, 다른 이슈들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2019년, 블랙홀 이슈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한 이슈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슈에 가려진 이슈'를 짚어본다. - 참여사회[편집자말]

▲ 청계천-을지로 일대는 이 지역 사람들이 만들어 온 가치들이 서울의 일방적이고 보여주기식 도시계획으로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서울 입정동의 'OO주물'은 금속을 녹여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열 평 남짓한 제조공장이다. 골목길 하나면 세운상가로 갈 수 있고 동네 한 바퀴만 돌면 무엇이든 만들고 구할 수 있다는 이 지역의 풍경은 작년부터 급속하게 변했다. 수십 년 일을 주고받으며 함께 일해 온 동료들은 속수무책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고 동료들이 떠난 자리는 빠르게 철거되고 오늘도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서로를 이어주던 골목길은 폐쇄되고 파헤쳐지고 이제는 사라졌다. 최근 동료들이 받았다던 재개발 절차 통지 서류가 'OO주물'에도 도착했다. 70년 가까이 이 자리를 지킨 'OO주물'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그동안 만들어 온 수많은 작업과 관계 또한 얼마 남아있지 않음을 직감한다.

청계천-을지로의 재개발은 이미 멈춘 것이 아니었던가? 서울시는 올해 1월, 입정동이 포함된 세운재정비촉진지구와 이 일대의 재개발사업을 전면재검토하고 연말까지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하지 않았나? 전면재검토를 발표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2014년부터 '다시-세운'이라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세운상가 일대를 전면재개발 대신 산업과 역사, 공동체의 가치를 살리는 재생을 중심으로 정비하겠다던 서울시였기에 철거로 드러난 지난 사업의 문제점을 돌아볼 것으로 기대하는 시선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기대와 달리 전면재검토 발표는 서울시가 입장을 밝힌 유일한 순간이었고 연말이 코앞인 지금까지도 종합대책을 통해 밝히겠다는 입장만 반복할 뿐 의견수렴은커녕 이렇다 할 협의체 구성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이 지역의 가치를 강조한 기존의 도시재생 사업들은 변함없이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발표하겠다는 종합대책 당사자들의 극심한 피해가 계속되고 있고, 이에 대해 구체적인 호소를 여러 방법으로 하고 있음에도 책임 있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 지난 1월에 있었던 전면재검토 발표는 누구를 향한,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불도저 시장'이라고 불리던 김현옥 전 서울 시장이 빈민촌을 밀어내고 만들었던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인 '세운상가'부터 문화재 복원과 생태하천을 표방한 이명박 전 시장의 '청계천 복원', '디자인 서울'의 오세훈 전 시장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역시 수많은 공구상과 노점상들의 희생 속에 진행됐다. 그리고 도시재생을 통한 도시계획으로, 이전 시장과의 차별점을 둔다고 강조한 지금의 박원순 시장 역시 세운상가를 도시재생의 대표사례로 내세우면서 정작 지금의 세운상가를 가능하게 했던 주변지역은 재개발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OO주물'이 있는 입정동에는 주상복합아파트가 세워질 예정이다. 청계천-을지로 일대는 이 지역 사람들이 만들어 온 가치들이 서울의 일방적이고 보여주기식 도시계획으로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청계천-을지로는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현욱 님은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19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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