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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3법 '가명처리' 하듯 국민 눈 가릴 텐가

[2019 '가려진 이슈' 사이로 ⑧] 데이터3법과 규제완화

등록|2019.12.18 10:06 수정|2019.12.18 10:29
하루에도 수만 가지 이슈가 쏟아지는 한국 사회. 그러나 '조국 사태' 같은 블랙홀 이슈가 생기면, 다른 이슈들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2019년, 블랙홀 이슈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한 이슈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슈에 가려진 이슈'를 짚어본다. - 참여사회[기자말]
 

▲ ⓒ pixabay


데이터3법은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을 묶어서 부르는 말이다. 올해 3월 홍영표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빅데이터 경제3법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발단은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산업 육성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데이터 활용 관련 규제 혁신을 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정부와 보수 언론은 한결같이 정보제공 동의 제도 등을 근거로 한국의 개인정보 규제 수준이 높다며 데이터산업을 위해선 반드시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유럽의 개인정보보호법인(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은 우리나라보다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개인정보처리자가 강하게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작정 규제를 푼다는 것은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만약 데이터3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가명처리된 개인정보를 연구 목적으로 동의 없이 이용하거나 공유·결합·판매하는 것이 허용된다. 여기에는 지극히 민감 사항인 개인의 건강정보도 포함된다. 병원에 축적된 개인의 건강정보가 연구를 명목으로 보험회사의 수익모델 창출이나 신상품 마케팅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보험사는 신상품 개발 연구를 목적으로 B통신사의 가명처리된 고객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동시에 A보험사는 전문기관을 통해 자신의 고객정보를 C포털의 고객정보와 결합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A보험사, B통신사, C포털, D유통사, E병원 등이 자신의 고객정보를 서로 판매, 공유, 결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미 카카오와 현대중공업지주, 서울아산병원이 손을 잡았고 네이버와 대웅제약, 분당서울대병원이 손을 잡은 상황이다.
 

▲ 빅데이터 시대에 데이터의 활용은 필연이다. 하지만 빅데이터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될 것이라는 정보주체의 신뢰가 수반돼야 한다. ⓒ 진보넷



가명정보를 기업에 넘겨주고 활용하도록 허용하는 일은 일견 국민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기업이 마음대로 정보주체인 국민을 배제하고, 국민의 개인정보를 기업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일이다. 가명처리를 한다고 하지만, 빅데이터의 특성상 가명정보는 언제든 재식별 가능하며, 기업 간 공유와 결합 과정을 통해 식별이 더욱 가속화될 위험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가명처리는 완벽한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렇듯 개인정보에 대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개악이 분명함에도 정부는 제대로 된 공청회조차 열지 않고 의원입법형식을 빌려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개정안은 지난 11월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으며, 신용정보보호법 법안소위는 21일과 25일에 열렸으나 보류된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데이터3법을 연내 처리하기 위해 속력을 내고 있으며 개인정보의 주체인 국민들이 무관심한 사이 개정안 통과가 목전까지 와 있다.

빅데이터 시대에 데이터의 활용은 필연이다. 하지만 빅데이터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될 것이라는 정보주체의 신뢰가 수반돼야 한다. 한 번 유출된 데이터는 회수 또는 폐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도 지난 2013년 진료기록 정보를 이용한 빅데이터 플랫폼 '케어닷데이터(care.data)' 사업이 추진됐으나 국민의 거센 반발로 전면 중단된 바 있다.

현재 정부는 데이터산업을 성장시킨다는 명목으로 제대로 된 개인정보 보호체계를 마련하지 않은 채 규제부터 완화하려고 한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은 결코 양극단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는 데이터산업에 국민의 정보를 안전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신중히 논의해 개정안에 반영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보주체의 동의를 구하고 본인의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한을 부여하는 등 정보주체의 권리를 강화해야만 데이터산업에 대한 국민 신뢰도 얻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희우 님은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월간 참여사회> 2019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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