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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 심은 밭 위에 활주로 건설? 아무것도 하지 마라

[제주 제2공항 예정지를 찾다②] 제주를 먹여살리는 건 공항이 아니라 자연이다

등록|2019.12.05 15:51 수정|2019.12.05 16:00
"제주 제2공항은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다!"라고 함께 외친 단체 활동가들과 예술가가 함께 제주로 떠났습니다. 제2공항 예정지에서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제주의 모습을 목격하고, 제주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각자의 제주를 마음에 품고, 한껏 느끼고 왔습니다. 제주에 대한 사랑과 아픔을 나눕니다.- 기자말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있다
 

▲ 제2공항이 들어서면 사라질지도 모를 제주 놈삐(무) 밭 ⓒ 이매진피스



몇 년 전부터 툭하면 현 제주공항이 포화상태라는 기사가 나왔다. 그러더니 공항을 짓겠다고 한다. 진짜 공항이 포화상태인 것만 같았다. 그래서 또 하나의 공항을 지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발표는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지금의 제주공항만으로 그 수용 능력이 충분하다고 한다. 정부는 이 결과를 3년 가까이 속이고 있었다. 그때 나의 첫 느낌은 '공군기지가 필요하구나' 였다.

정부는 국민을 속이고 있다.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면 기만하고 있다. 강정마을에는 해군기지가 있다. 당시 해군은 약 1500명의 주민 중 찬성 입장을 가진 주민 80여 명을 모아놓고 박수로 해군기지 건설안 통과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그 80여 명의 주민에게도 해군기지라 하지 않고 민·군 복합관광미항이라 했다. 해군기지 유치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것은 주민 갈라놓기와 거짓말뿐이었다. 2018년 해군 관함식을 강정마을에서 치르며, 국가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즉 군사기지가 있다고 알렸다.

이후 '로널드레이건호'라는(후쿠시마 핵발전소 피폭을 받은) 핵 항공모함이 아무런 제재 없이 제주도 남쪽 바다를 휘젓고 다녔다. 그뿐이랴 그들이 버린 쓰레기가 어찌 처리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2차례 정도 크루즈 여객선이 강정포구로 들어왔다. 버스 몇 대가 드나들었다. 그리고 쓰레기차 수십 대가 드나들었다.

1945년 일본의 결 7호 작전, '결 7호 작전'을 위해 제주도에 주둔했던 일본군은 약 7만4781명으로 추정된다. 수비군의 작전 목적은 미군이 제주도 지역에 일본 본토 공격을 위한 공군 또는 해군기지 설정 시도를 깨뜨리는 것으로, 일본의 종전 전략 속에서 제주도민의 대량 희생을 볼모로 한 것이다. 여기에서 미군을 중국이나 러시아로 바꾸면 그 답은 나온다. 제주도의 지정학적 위치상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러면 제주도민과 제주도의 모든 생명은 강대국의 이익을 위해, 나라의 이익을 위해 희생되어도 된다는 말인가?

71년 전 제주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하나 된 조국의 독립을 꿈꾸었다는 이유로 유린당했다. 미군정의 보호 아래 서북청년단 등 우익 세력들에 의해서 여자들은 유린당하고 재산을 빼앗겼다. 여자들뿐이랴. 남자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빨갱이 집안이라 손가락질당하고 연좌제 피해를 보았다. 어느 날 대통령이 과거의 일에 대하여 사과했다. 그리고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짓는다고 했다. 그래서 반대했다. 제주도가 또 누군가의 총알받이가 되는 게 너무나 불 보듯 뻔해서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기도했고 항의했다. 그러자 국가는 나를 재판에 회부했다. 현재 재판은 진행 중이다. 재판 좋다. 받는다. 감옥에 가라 하면 감옥에 가겠다. 그러나 제주에 또 다른 공항은 안 된다.

이제는 우리가 제주의 자연을 지켜야 한다

제주의 들판과 오름, 바다를 걸을 수 있는 올레길. 그 길을 걷는 많은 사람이 제주만의 독특함과 쉼을 느끼고 있다. 올레길에는 재벌이 들어 올 수 없었다. 그래서 관광수익이 제주도민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자 대기업은 제주도의 다른 땅을 난도질하기 시작하였다. 절대보전 지역에 위락시설이 들어왔다.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백록담 바로 밑까지 쳐들어왔다. 제주만의 매력과 자연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삶이 힘들 때 자연이 주는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 그곳이 제주다. 제주 4·3이라는 끔찍한 일들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먹여준 것은 한국 정부나 미국 정부가 아니다. 제주의 자연이다. 자연이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를 먹이고 위로하였다. 이제 우리가 제주의 자연을 지켜야 한다.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 작은 벌레 하나도 소중하다.

인구 60만의 섬에 공항을 2개 짓겠다고 한다. 5조 원의 예산을 풀어 제주 경제를 살린다고 한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 때도 제주 경제를 살린다고 했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 현장에서 일한 노동자들 대부분이 베트남이나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였다. 90일 여행 비자를 받고 와서 3개월 일하다 가면 그만이었다. 실제 제주 경제를 이끄는 것은 관광산업보다는 농업이다. 실제 제주도민들에게 경제적으로 체감되는 것은 감귤과 무와 당근, 콜라비, 감자 가격이다. 농산물이 잘되어야 제주도의 경제가 활성화된다. 제주의 자연이 제주도민을 먹여 살리고 있다. 그런데 그 농작물을 심은 밭 위에 활주로를 짓겠다?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마라.

[제주 제2공항 예정지를 찾다]
오름에 올라 다시 제주를 생각합니다 http://omn.kr/1lslg
덧붙이는 글 해당 글을 작성한 한경아씨는 새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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